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황인제 기자의 ‘공허’일기] 사실 모든 사람들의 마음 한 편엔 공허함이 있다

오피니언

2025. 9. 27. 15:11

본문

※ 디지스트신문 DNA 기자들이 취재 현장 안팎에서 보고 느낀 일들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자 ‘OO일기’ 칼럼 시리즈를 연재합니다.본 ‘OO일기’는 지난 2020년 배현주 전 편집장이 원내 익명성에 대해 고찰한 ‘꼰대 일기’ 칼럼에 영감을 받은 후배 기자들이 선배의 뜻을 이어받아 비정기적으로 ‘일기’ 칼럼들을 발행하며 출발했습니다. 앞으로 디지스트신문 DNA는 사소하고 즐거운 이야기부터 진지한 주제까지, 취재 현장 안팎에서 보이는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자유롭고 넓은 범위로 기자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때로는 가벼운 농담 거리를, 때로는 진지한 토론 거리를 던질 ‘OO일기 시리즈’가 우리 학생 사회에서 다양한 담론을 이끌기를 바랍니다.

일기 시리즈 돌아보기
1. [꼰대일기] 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
2. [수습기자 일기] 편집장님 방 털기 (DGIST 학생생활관, 과연 안전한가?)
3. [군대일기] 깨달음이 없는 나라도 깨달은 이의 태도를 훔칠 순 있으니까
4. [편집장 일기]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손님이다. (전학대회, 선거시행세칙 개정 뒷이야기)
5. [부편집장 일기] “그 모든 일은 1/500초로 충분하다”… 퓰리처상 사진전을 다녀오고
6. [권대현 편집장의 ‘자유’일기] 샤프펜슬과 전열기구를 금지하는 사회, 자유는 어디까지 존중받아야 하는가
7. [이상아 기자의 ‘평범’일기] 당신도 순간 악해질 수 있습니다
8. [전사빈 기자의 ‘밴드’일기] 넬 - 처절함이 묘사하는 생명력
9. [김신지 기자의 ‘그림’일기] “딸깍”하면 다 되는 세상에서, 내 그림이 의미 있나요?
10. [황인제 수습기자의 ‘투표’일기] 투표는 나비의 날갯짓이다: 혼돈의 시대, 한 표의 힘
11. [노경민 기자의 ‘애주’ 일기] 소주는 죄가 없다
12. [박재영 기자의 ‘교열’일기] 고쳐 쓰기의 중요성 – 4년차 교열팀장의 일기
13. [김신지 기자의 '조교'일기] 수강생 수와 책임감의 선형 비례: 학부생 조교의 관점에서
14. [박재윤 기자의 ‘채식’ 일기] 먹지 않기 보다는 ‘덜 먹기’: 불완전한 나를 위한 채식
15. [권대현 부편집장의 ‘사과’ 일기] ‘만능 유감 주의’ 유감, 바른 사과하는 어른 되자
16. [전사빈 기자의 ‘금연’일기] ‘하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는 것
17. [황인제 기자의 ‘공허’일기] 사실 모든 사람들의 마음 한 편엔 공허함이 있다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을 수식하는 말들은 정말 많다. ‘독서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등 정말 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공감하는 수식어는 쓸쓸한 계절이다.

이 시기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왠지 모를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에연애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다른 계절에 비해 더 늘어난다는 재밌는 설문 결과도 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연애하고 싶다는 감정이 드는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왠지 모를 공허함과 쓸쓸함이 새벽마다 항상 찾아온다. 이유를 당최 모르겠다. 그냥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겹친다. 언제 한 번은 고향 친구와의 술자리서 고민을 털어놨던 적이 있다.

난 왜 항상 밤만 되면 공허해질까?”

그 친구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네가 F’여서 그래~.”

처음에는 맞는 말처럼 들렸다. 필자는 MBTI(성격유형) 검사를 하면 항상 ‘F’(감정형)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극단적인 편이었기에 이러한 공허함이 찾아오면 그 감정이 내 속에 머무르는 시간은 항상 남들보다 훨씬 길었다. 그러니까 내가 ‘F’기 때문에 이런 이유 모를 공허함을 느끼는 건가 싶었다. 주변에서 다 그렇게 얘기하니까 당연히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예민한 건가?’

아니면 나에게 또 쓸데없는2감성이 생긴 건가?’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바꾼 건 친구들의 고민 상담이었다. 내 고민에 대한 상담이 아니라, 그 친구들이 내게 그들의 고민을 털어놨다. 특히 이번 방학 때 정말 많은 얘기들을 들으며, MBTI ‘F’인 나만 이런 공허한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런 허전한 감정은 우리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생길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삶에서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성립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돈은 정말 누가 와도 남부럽지 않게 많지만, 정작 사랑은 이뤄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모든 걸 이뤘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건강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 능력 있지만 인간관계에 소홀해진 사람도 있고, 인간관계에 집착하다 보니 자기 계발의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

그렇다. 세상에 그 자체로 완성형인 사람은 없다. 동시에, 이런 공허함또한 인간미라는 생각도 들었다. 좋게 말해서 인간미고, 현실적으로 보자면 인간으로서 가지는 숙명같은 거라 보는 게 맞겠다. 공허함이 무슨 큰일이 생겨서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게 아닌 그저 우리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또 모른다. 이런 공허함이 나를 발전시켜 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될지도.

공허함 덕분에, , 오늘 나 자신에게 느꼈던 아쉬운 감정을 토대로 오늘 하루가 ‘1%’ 부족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거 아닐까? 또한, 공허함을 느끼기에 완벽하지 못한 우리에게 하루하루 발전할 기회가 오는 게 아닐까?

지금도 이유 없는 공허함의 원인을 확실하게 찾진 못했지만, 아직 삶의 방향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사회 초년생이 겪는 성장통이라 생각해 보고 싶다. 무엇인가 마음 한편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 말고도 수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겪을, 미완성된감정 피조물이 아닐까.

이 글을 쓰는 시점인 9 23, 점점 여름의 뜨거웠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낙엽이 떨어지며 가을의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시점이다.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괜히 외로워지고 공허해진 사람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당신만 공허한 건 절대로 아니니까 말이다.

자신을 돌아볼 짧은 시간조차 내기 힘든 요즘, 이 수필이 여러분께 잠시나마 쉼표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만 줄인다.

 

 

황인제 기자 hij0374@dgist.ac.kr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