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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제 수습기자의 ‘투표’일기] 투표는 나비의 날갯짓이다: 혼돈의 시대, 한 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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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5.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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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스트신문 DNA 기자들이 취재 현장 안팎에서 보고 느낀 일들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자 OO일기’ 칼럼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OO일기’는 지난 2020년 배현주 전 편집장이 원내 익명성에 대해 고찰한 ‘꼰대 일기’ 칼럼에 영감을 받은 후배 기자들이 선배의 뜻을 이어받아 비정기적으로 ‘일기’ 칼럼들을 발행하며 출발했습니다앞으로 디지스트신문 DNA는 사소하고 즐거운 이야기부터 진지한 주제까지취재 현장 안팎에서 보이는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자유롭고 넓은 범위로 기자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겠습니다독자 여러분께 때로는 가벼운 농담 거리를때로는 진지한 토론 거리를 던질 OO일기 시리즈’가 우리 학생 사회에서 다양한 담론을 이끌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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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황인제 수습기자의 ‘투표’일기] 투표는 나비의 날갯짓이다: 혼돈의 시대, 한 표의 힘

 

5 29() ~ 30() 매일 06-18,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진행

6 3 () 06-20, 21대 대통령 선거 선거일 투표 진행

 

휴일이니까 집에만 있기에 뭐해서, 여행 일정 잡았어.”

오늘은 학교 안 가는 날이라, 애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어!”

 

휴일학교 안 가는 날’, 어떤 날을 가리키는 말이었을까? 실제로 필자가 주변 친구들이나 아는 동생에게서 각각 들은 말들이다. 휴일은쉴 휴()’ 자를 쓴다. 간단히 말해 그저 쉬는 날이다.

 

휴일에 사람들은 보통 여행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좋은 추억을 쌓는다.. 휴일은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 속 일종의오아시스가 되어, 일상에 지친 목마른 사람들에게 수분이 된다. 아마 그들도 그런 맥락에서 이날을 인식하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 말들을 듣고 이 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 두 문구에서휴일학교 안 가는 날로 불렸던 그날’, 바로 선거일에 대해서 말이다. 위에서 이야기하는 휴일은, 사실 쉬는 날이라는 정의를 제외하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학교 안 가는 날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저 학교를 안 가서 좋은 날이 될 것이 아니라, 학교를 하루 쉴 정도로 나라에 중요한 일이나 사건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성을 느낀다.

 

선거일은 주권자가 대표자를 뽑는 날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선거일은 여러 지역구를 대표하는, 그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표자를 뽑는 날이다. 곧 다가올 5 29일과 30, 그리고 6 3일은 한 나라를 대표할 국가 원수를 선출하는 날이다. 그리고 그 대표자를 선출할 책임은 주권자인 국민, 바로 우리에게 있다. 선거일에 사람들은 투표용지라는양날의 검을 받는다. 이 양날의 검은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도, 나쁜 방향으로 내몰 수도 있다. 어떤 날을 고를지에 대해서도, 그 선택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어렸을 적 초, , 고등학교에서 봐왔던 반장 선거를 떠올렸다. 반장 선거에서 후보들은 칠판 앞으로 나가,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반장이 되면 추진할 공약 등을 전했다. 그 목소리를 들은 반 친구들은 투표용지를 받아, 반장이 됐으면 하는 친구에게 신중하게 표를 던졌다. 투표가 끝나고, 칠판에 바를 정()자를 써 내려가며 개표하면 반장 선출이 끝난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내 어린 시절 추억이 큰 선거를 앞두고 머리를 스쳤다.

 

역설적으로, 현 선거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은 어렸을 때 했던 반장 선거보다도 더 무관심한 듯하다. 주변 어른들은 물론, 학생들도 대선후보토론회를 비롯한 후보의 정책 및 공약에 대해 활발하게 대화하지 않는다. 정치적 이야기를 했을 때 좋을 게 없고 감정적으로 싸울 수도 있다며 일절 말을 꺼내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쯤 되니 필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도 든다.

 

어린 시절 누가 반장 선거를 나가는지, 그 친구의 평소 행실은 어떤지,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 이 공약이 실제 실현이 될 만한 공약인지 주의 깊게 살펴보던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각이, 왜 더 성장하고 많이 배웠을 현재 우리의 시각보다 더 성숙하고 옳아 보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쉽게 단정 짓긴 어렵지만,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진영 논리의 늪은 분명 우려스럽다.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보다 어느 당, 어느 진영에 속해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이들은 투표라는 행위가 얼마나 무겁고 신중해야 하는 일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걸까?

 

6 3일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2024 12 3, 대한민국에는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TV로 보고야 말았던 대혼란의 모습, 그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인 6달 뒤 6 3,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갈림길에 섰다.

 

투표, 그대로 해석하면 표를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던지는 행위 하나가 대한민국의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자가 앞으로의 나라를 어떻게 이끄는지에 따라 이 투표라는 행위 하나가 발현하는 효과는 감히 숫자와 통계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에 나오는 말을 소개하겠다. ‘나비효과’. 카오스(Chaos)는 천지 창조 이전 대혼돈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나비의 날갯짓 하나로 발현되는 막대한 파급효과, 나비효과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우리의 투표가 곧 나비의 날갯짓이다. 비록 그저 한 마리의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뿐이지만,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그 누구도 예측하거나 단정할 수 없다. 그러니, 투표를 하자. 그리고 관심을 가지자. 또한, 이 투표라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표를 던지자.

 

카오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이다. 투표 날, 나비의 힘찬 날갯짓이 만드는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황인제 기자 hij0374@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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