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부편집장 일기] “그 모든 일은 1/500초로 충분하다”… 퓰리처상 사진전을 다녀오고

문화

2025. 2. 24. 14:03

본문

2024 12 21,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퓰리처상 사진전이 개최됐다. 본 사진전은 3 30일까지 진행되는 행사로, 2023년을 제외하고 2020년도부터 서울시 서초구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되어왔다.. 퓰리처상은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으로 1917년 이후부터 매년 언론과 예술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기여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언론 14개 부문, 예술 7개 부문에 걸쳐 상이 수여되는데, 특히 언론 부문에서는 공공서비스 특종 보도 해설 보도 등 다양한 부문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진을 대상으로 하는 특종 사진과 특집 사진 부문이 가장 유명하다.

퓰리쳐상 사진전 입구 <사진 = 이상아 기자>

이번 퓰리처상 사진전도 이름에 걸맞게 여러 부문에 걸쳐 퓰리처상을 받은 기사에 담긴 사진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했다.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따로 사진을 첨부하지 못하지만, 1960년대부터 시작하여 대략 100여점이 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기자 본인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던 사진들과 역사상 기념비적이었던 사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전쟁의 참상이 담긴 사진 한 장

Flight of Refugees Across Wrecked Bridge in Korea <사진 = AP통신 제공>

1950 12 4, AP통신 사진기자 맥스 데스포(Max Desfor)는 대동강 철교 위를 건너는 피란민의 행렬을 발견했다. 그는 15미터 교각에 올라가 전쟁의 참혹함이 담긴 사진을 찍었고, 위 사진을 통해 1951년 사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2000년 한국전쟁 50주년 추모 차 한국에 돌아와 당시 대동강 철교를 건넜던 피란민을 직접 만났다. 그는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아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베트남의 로버트 카파

Flight for Saftey 수상작을 가리키고 있는 쿄이치 사와다 <사진 = National Archief 제공>

1965년 쿄이치 사와다(Kyoichi Sawada)는 베트남 전쟁 취재를 위해 UPI도쿄에 베트남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언론사는 해당 요청을 거절했고, 그는 직접 휴가를 내어 베트남으로 떠나 취재를 시작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은 민간인 뿐 아니라 군인들의 상처 또한 기록했으며, 참혹한 전쟁 속에서 일상이 지닌 따뜻함을 발견하려 노력했다. 퓰리처상 수상 이후 그는 상금으로 사진 속 가족을 도왔다. 이후 그는 미군을 따라 종군하다 1970년 캄보디아 전선에서 사망했다.

 

특수교육 학교의 민낯

Photographs at the Lincoln and Dixon State Schools for the Retarded in Illinois <사진 = Current 제공>

1971년 잭 디킹카(Jack Dykinga)는 일리노이주의 링컨 딕슨 주립 정신지체학교에서 극적이고 섬세한 사진을 찍어 퓰리처상 특집 사진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시설 내 거주 학생들의 삶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담아내었다. 해당사진은 특수교육과 아동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 컬러사진 수여작

Photographs of Jackson (Mich.) State Prison <사진 = Nieman Storyboard 제공>

1980년 타로 야마사키(Taro Yamasaki)는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Detroit Free Press)에게 미시건 남부 주립 교도소 생활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제안했다. 허가를 받은 그는 약 12일간 위험천만한 교도소 취재를 시작했다. 죄수들이 직접 만든 칼들을 갖고 있어야만 살아남는 교도소의 긴장된 분위기는, 그가 취재를 끝내고 교도소를 떠나는 날 자유롭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그는 거의 모든 사진을 흑백으로 찍었으나, 편집자들이 좀 더 많은 컬러 사진들을 원하자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 컬러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 중 하나였던 위 사진은 1981년 그에게 특집 사진 부문의 퓰리처상을 수여했다.

 

렌즈 너머의 윤리적 딜레마: 사진기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Starving Sudanese girl who collapsed on her way to a feeding center while a vulture waited nearby <사진=The NewYork Times 제공>

1993 3, 케빈 카터(Kevin Carter)는 직접 찍은 사진을 한 장 뉴욕 타임즈에 실었다. 수단에 큰 기근이 들었을 당시, 급식 센터로 가던 길에 쓰러진 한 아이의 사진이었다. 그는 이 사진을 공로로 1994년 특집 사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 사진이 공개된 이후 그는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이후 케빈 카터는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퓰리처상을 받은 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

김경훈 기자 <사진 = 본인 SNS 캡처>
Photography of migrants as they journeyed to the U.S. from Central and South America <사진 = Reuters 제공>

2019, 퓰리처상 이사회는 미국 캐러밴 사태를 취재한 로이터 통신사 사진기자들을 특종 사진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 가운데는 한국인 사진기자 김경훈도 있었다. 그는 2018 11, 온두라스 출신 이주민 모녀를 포함한 여러 난민과 동행하며 미국-멕시코 경계 지역을 집중 취재했다. 그는 모녀가 미국 국경수비대가 쏜 최루탄을 피해 도망치는 사진을 찍어 한국인 사진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여러 독자들은 아이 어머니가 입고 있는 디즈니 캐릭터 상의가 미국의 자유로움을 꿈꾸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석했다.

 

비닐 너머 전해진 사랑과 희망

The photographs that takes viewers into the lives of the elderly in Spain struggling during the COVID-19 pandemic <사진 = 백세시대 홈페이지 캡처>

2021,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에밀리오 모레나티(Emilio Morenatti)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돌아다니며 고령자들의 피해 상황을 사진에 담았다. 그는 바다를 보고 싶어 했던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병상에 실린 채로 바다를 바라보는 사진을 비롯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장면들을 포착했다. 특히, 비닐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포옹하며 키스하는 노부부의 사진은 코로나19로 인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사랑이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969년 퓰리처상 수상자 에디 애덤스가 남긴 기록<사진 = Eddie Adams Workshop 제공>

사진전을 전부 관람한 후, 1969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에디 애덤스(Eddie Adams)의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기는 단지 파괴할 뿐이다. 그러나 가슴으로 찍는 사진가의 카메라는 사랑과 희망과 열정을 담아 삶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끈다. 그 모든 일은 1/500초로 충분하다. 삶은 지속되고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

 

필자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학생 기자로서 지난 시간 펼친 활동은 기대만큼 명예롭지 않았고, 때로는 단순히 남들의 말을 정리해 글로 옮기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퓰리처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그들은 목숨까지 걸며 세상에 반드시 전해야 할 진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필자는 비록 그만큼 거대한 사명을 지닌 기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깊이 고민하는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에 관심이 많거나, 기자로 활동하고 있거나, 아니면 학생 기자로 활동해 보고 싶은 모든 독자들이 이 사진전에 방문해 보길 권한다. 사진에 담긴 강력한 힘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이상아 기자 sa0531@dgist.ac.kr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