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은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 불릴 만큼 작년보다 훨씬 더웠다. 지난 여름방학에 이어 이번에도 ‘디지생의 여름방학’은 계속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DGIST학부생(이하 디지생)들은 올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디지생의 여름방학>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디지생들을 인터뷰했다. DURA, 조정, FGLP, CUOP, 인턴, 자치회, 대외활동, 여행, 아르바이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할 것이며, 서면 인터뷰로 진행된다.
<제공 = 이현우 학생>
Q. 간략히 자기소개해 달라.
- 안녕하세요, DGIST 기초학부 4학년 재학 중인 이현우입니다.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이번에 University of Virginia, Department of Chemical Engineering의 Gary Koenig 교수님 연구실로 DURA 프로그램을 다녀왔습니다.
Q. DURA를 소개해 달라.
- DURA는 ‘DGIST Undergraduate Research Award’의 약자로, DGIST 인재상에 맞는 글로벌 우수 과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해외 연구연수 프로그램이다. 내가 다녀온 프로그램은 학교 자체에서 연구실과 사전에 연락하여 참가할 인원을 확정하고, DGIST에서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선발 후 해당 연구실과 최종 연락을 거쳐 대상자를 선발하는 DURA-Type 1이었다. 원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서 허가를 받은 후 지원금을 따로 받는 형식인 DURA-Type 2와는 선발 절차가 다소 다르니 참고하면 좋겠다.
1차 서류평가에서는 지원서, 연구계획서, 학부 성적, 영어 어학 성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n 배수를 뽑고, 2차 면접평가에서는 20분 동안의 연구 계획 발표를 통해 최종 대상자를 선발한다. 비자 발급, Sevis Fee 납부, 항공권 구매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약 6~8주의 기간 동안 해당 연구실에서 실제로 연구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Q. 여름방학에 할 수 있는 많은 일 가운데에서 본 인턴활동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 DGIST에 입학하고 4학년이 되기까지, 지금까지의 방학들은 내게 휴식보다는 대학원 진학을 위한 경력을 쌓아나가는 기간이었다. 1학년과 2학년 여름방학 때 다녀왔던 FGLP와 월드프렌즈 IT 봉사단 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대와 다른 대학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분야의 연구활동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대학원 진학에 대한 확신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연구가 맞나?’ 하는 의문과 ‘내가 대학원 생활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다시금 연구와 대학원 진학에 대한 확신할 수 있기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사실 이번 방학 때 C-UOP 프로그램과 DURA 프로그램 중에 무엇에 참가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를 진행해왔기도 하고, 해외 대학원에서의 연구환경이 국내와는 어떤 점이 다른 것인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에 DURA 프로그램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었다.
Q. 이 분야의 DURA 프로그램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
- 내가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순수화학으로, 이번에 DURA 프로그램으로 다녀온 연구실의 연구 분야인 화학공학 분야와는 다소 다르다. 하지만 공학적인 주제 내에서도 충분히 순수화학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구 계획서를 작성해 지원했다. 1지망으로 지원했던 교수의 개인 사정 때문에 다른 분야의 교수 연구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전기화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연구하는 연구실이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참가하기로 했다.
<제공 = 이현우 학생>
Q. 어떤 연구활동을 하고 오셨는지 소개해 달라.
-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의 생산비용을 낮추고 안정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수용액 상태의 리튬이온 배터리(ALIBs, Aqueous Lithium Ion Batteries)가 많이 연구되고 있다. 그 중 LFP(Lithium Iron Phosphate)는 높은 효율을 가져 많은 리튬이온 배터리(LIBs, Lithium Ion Batteries)의 산화 전극으로 사용됐지만, LI+ 이온 수용액이 포함된 전해질을 사용한 ALIBs에서의 LFP 전극의 거동에 대해서는 많은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LI+ 이온만을 사용한 ALIBs에 대한 사전 실험은 존재했기 때문에, 이번 DURA 기간의 실험 주제는 기존 전해질에 Zn2+ 이온을 추가하여 LI+ 이온과 Zn2+ 이온을 모두 포함하는 전해질 용액에의 ALIBs를 제조하고 전기적 특성을 측정하여 안정화하는 것이었다. 3-electrode cell을 제조하기 위해서 LFP cathode와 Zn anode를 사용했고, 이를 위해 먼저 각 이온만을 이용한 반쪽 전지를 만들어 테스트한 뒤에 완전한 전지를 구성하여 테스트했다.
Q. 이번 활동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는다면?
- 우선 연구자로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본래의 지원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해서 가장 좋았다. 기간 내내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원동력은 역시 해외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자주 여행을 갈 수 있었던 FGLP 프로그램과는 달리 DURA 프로그램은 연구실 일정과 개인 연구 때문에 학교 밖으로 자주 나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버스를 타고 Downtown에 놀러 가서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고, 한 번은 주말에 시간을 내어 Washington D.C. 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연구라는 본 목적이 가장 중요하고 신경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중간중간 자투리 시간을 내어 주변을 계속 돌아다녔던 것이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Q. 이번 DURA 활동을 준비하면서 또는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이 있나?
-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특별히 없었다. 비자 인터뷰를 하러 대사관까지 왕복하는 과정이 조금 번거로웠지만, 나머지 과정들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Q. 연구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었나.
- 국내와 해외의 동일 분야 대학원에서의 생활과 연구 방식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원했던 DURA 프로그램인 만큼, 차이점을 확실히 느끼고 왔다. 연구실의 분위기는 굉장히 자유로웠으며 교수-학생 관계도 스스럼없었다.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하더라고 학생들이 교수를 친구처럼 이름으로 보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연구실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겪었던 미국의 대학원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연구환경을 지향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출퇴근 시간이 아침 8시-저녁 5시로 정해진 시간만큼만 근무하는 구조였는데, 동료들이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자신의 연구를 해 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Q. 앞으로 DURA 프로그램을 준비할 후배들과 동기들에게 조언한다면.
- DURA 프로그램은 본인이 자율적으로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서를 써야 한다. 지원 자격만 갖추면 대부분 갈 수 있는 FGLP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만큼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UGRP 등의 활동을 통해 연구계획서를 작성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서류평가에 해당하는 연구 계획서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연구계획서를 처음 써 보시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해당 연구실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연구와 최근 논문들을 꼼꼼히 읽어본 후 주제를 차근차근 정리해나가야 한다. 관심 있는 논문의 Appendix에 있는 다른 논문들 역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므로 필요하다면 하나씩 찾아가면서 계획서를 완성해 나가시면 된다.
1차 서류평가를 통과한다면 연구계획서를 PPT로 만들어 영어로 발표해야 한다.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 어색한 분들은 자료와 함께 발표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여러 번 연습해 보시길 추천한다. 서류 작성이나 면접평가 기간이 시험 기간과 겹친다면 준비할 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조금씩 작성하고 연습해보길 바란다.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겠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연구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을 것이다. 나는 연구에 불안감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내가 연구에 적성이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느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되었다. 관심이 있거나 꼭 경험해보고 싶은 분야의 연구실이 DURA 목록에 있다면,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되는 좋은 해외 연수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라.
Q. 다음 방학 계획이 있는가?
- 다음 방학은 사실상 학부 졸업 전의 마지막 방학이 될 것 같아서, 학기 중에 최대한 돈을 모아서 세계 각지로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지금까지 매 방학을 연구실 인턴이나 DGIST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보냈기 때문에, 이렇다 할 휴식 시간을 전혀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면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다.
강휘현 기자 pull0825@dgist.ac.kr
시리즈 "디지생의 여름방학" 같이 보기
<01> DURA와 함께, 고석우
<02> 여름엔 조정, 홍명석
<04> 제주도의 푸른 여름, 최윤지
<05> 바람직하게, 게임과 함께, 이승현
<07> UC버클리에서 보내는 여름학기, 김준우
<08> DGIST의 얼굴이 되어, 김두희
<14> 미국 대학원을 경험하다, 존스홉킨스 DURA 주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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