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도 참 덥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DGIST학부생(이하 디지생)들은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디지생의 여름방학>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디지생들을 인터뷰했다. DURA, 조정, FGLP, CUOP, 인턴, 자치회, 대외활동, 여행, 아르바이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할 것이며, 서면인터뷰로 진행된다.
본인의 여름방학을 디지생과 공유하고 싶은 학부생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어떤 방학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연락 가능한 메일 또는 카카오톡 ID를 mangoinjuice@dgist.ac.kr로 보내주세요.
<디지생의 여름방학> 네 번째 타자는,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로 여름방학을 보낸 최윤지(’15) 학생이다.
Q. 자기소개한다면?
- “안녕하세요, 이번 방학에 제주 모슬포에서 한 달 동안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일했던 DGIST 기초학부 15학번 최윤지입니다!”
Q. ‘제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 사실 1, 2학년 때 워낙 다양한 사건들을 많이 겪어서 휴학하려 했는데, 마음에 드는 UGRP 주제가 제시되는 바람에 쉬지 못했다. (웃음) 지난 1학기는 학기 시작부터 지친 상태였고, 학기 중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까지 겹쳐서 이번 방학은 제대로 쉬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해외로 장기 여행을 떠나기엔 항공권이나 숙소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너무 커서, 그나마 멀리 떠날 수 있는 제주로의 도피를 선택했다.
Q. 다양한 아르바이트 중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이유를 알려달라.
- 장기 여행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숙박이라 생각한다.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4~8인의 투숙객이 함께 묵는 방) 기준 하루 평균 2만원 정도의 숙박비가 드는데, 한 달 정도 머무르려면 숙박비만 60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의 경우, 보통 30일 중 15일 정도 무급으로 조식 안내, 정리, 청소, 체크인 업무, 파티 주도 등의 일을 하면서 무료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선택하였다.
운 좋게도, 근무했던 게스트하우스는 한 달 중 10일 근무에 청소도 면제였는데 유급이었다. 근무 날짜도 스탭들끼리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고, 다른 게스트하우스나 스노클링 장비 대여 업체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많아 여유롭게 쉬면서 제주를 여행할 수 있었다.
더불어 3년째 DGIST를 다니면서 더 넓은 사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게스트하우스 스텝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함께 파티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게스트와 친해지는 경우도 많아서 다음날 휴무면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연락처를 받아서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Q.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꼽는다면?
-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장점이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웠던 점인 것 같다. 모든 아르바이트가 그렇겠지만 진상 손님을 상대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카페, 술집 홀서빙, 키즈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웬만한 종류의 사람은 다 대해봤다고 생각했는데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에 비하면 별거 아니더라. (웃음) 특히 게스트하우스 파티의 경우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인데, 술에 취한 게스트분들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사람과 부딪히는 것을 싫어한다면 정말 힘들 것이다. 그리고 원래 새벽에 늦게 자는 편인데, 조식 업무 때문에 7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Q.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슨 활동을 하는가? 추천할만한 명소도 알려달라.
- 근무일은 조식 업무 이후 체크인 받기 전까지(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자유 시간을 주변 카페에 가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제주가 관광지로 유명한 만큼 독특한 카페나 맛집이 많아서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직접 가본 카페 중에서는 짜이다방(남서쪽, 산방산)과 병과점미남미녀(북동쪽, 종달리)를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휴무일에는 보통 근무일에 가기 힘든 여행지를 많이 다녔다. 제가 일했던 게스트하우스는 남서쪽에 있어서 협재-금능-판포로 이어지는 서쪽 바다도 자주 갔고, 남쪽 서귀포 시내에 있는 올레 시장과 이중섭 거리도 가보았다. 특히 이중섭 거리는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소품들로 가득한 곳이라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이중섭 거리에 간다면, 인근의 섬버거에서 저렴한 가격의 말고기 버거를 먹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또, 룸메이트였던 스탭 네 명이 같이 휴무를 받았던 때에는 단체로 동쪽 여행을 갔었는데,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바다의 모든 모습을 모아놓은 듯한 우도는 정말 좋았다. 동쪽여행에서 추천하는 것은 벨롱장과 스노클링이다. 토요일마다 세화해수욕장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인 벨롱장은 소품샵에 납품하는 꽤 큰 브랜드부터 개인이 여는 점포까지 다양한 제주 기념품과 소품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스노클링은 가장 재밌었고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김녕 해수욕장 근처에서 슈트와 오리발을 대여할 수 있고 강습해주는 곳이 있어서 물과 친하지 않은 분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직접 가본 곳은 아니지만, 비자림과 사려니숲길은 다녀오시는 분마다 정말 좋다며 추천받았고, 만장굴은 워낙 크고 시원해서 여름에 가기 아주 좋다고 들었다. 맛집으로는 제주 공항 근처에 고사리육개장으로 유명한 우진해장국을 가장 많이 추천받았다.
제주는 짧게든 길게든 여행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곳이지만 오시는 게스트분들마다 살을 빨갛게 익혀 오실 정도로 여름 해가 아주 뜨거우니 웬만하면 7월 중하순 이후로는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아침마다 습한 공기 속에서 폭염 경보 알림에 눈을 떴던 기억이 난다. (웃음)
Q.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에게 꿀팁을 전해준다면?
- 최소 한 달 이상 머물러야 하는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의 특성상 꼭 잘 알아보고 구해야 한다. 보통 인터넷 카페에 구인글이 올라오는데, 해당 게스트하우스의 손님 혹은 스탭 후기를 많이 찾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저는 휴무일에 간섭이 없는지, 교통편이 다양한지, 사장님이 여성분이신지, 스탭 근무 체계가 잡혀있는지, 파티 참여에 강제성이 없는지, 약속된 업무 외 추가 근무를 시키지 않는지, 샤워시설이 위생적인지 등의 기준을 두고 여러 군데 비교해서 정했다.
Q.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한 달 남짓 여름방학이 남았다. 남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이 있는가?
- 앞서 말씀드렸듯 이번 방학은 ‘이미 쉬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커서 남은 방학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쉬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게스트분과 마음이 잘 맞아서 요즘은 연애하느라 쉴 틈이 없다. 그래서 남은 방학은 남자친구나 중・고등학교 친구들, 선생님들처럼 학기 중에 만나기 힘든 소중한 사람들과 부지런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Q. 다음 방학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 이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해야 하기도 하고 내년에는 휴학할 생각이라서 전반적인 계획을 짜는 데 시간을 쓸 것 같다. 매년 겨울방학마다 그래왔듯,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제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즉흥적인 편이라서 저도 제가 다음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궁금하다!
강민지 기자 mangoinjuice@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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