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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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신고리 원전
촛불과 원자력 발전, 2017년에 느낀 민주주의 의의와 한계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꺼지지 않는 불을 주었다. 인간은 그 불을 받아 문명을 이룩했다. 통제 가능한 불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따뜻함이고, 어두운 길을 밝히는 희망이다. 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불의 위험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에서 보았듯이, 불은 어떻게 쓰냐에 따라 희망과 재앙이 판가름된다. 우리는 아주 예민하고 섬세하게 불을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불의 면모는 민주주의에도 대입가능하다. 프로메테우스의 ‘꺼지지 않는 불’은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난 겨울을 따뜻하게 밝혔던 천만 개의 작은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바람 불면 꺼진다는 누군가의 ..
201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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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90%가 16%가 될 때
어제 DNA 기사에서 나온 투표율 그래프를 지금 자세히 봤다. 지난 3대 총학생회 학번별 투표율이 공지가 안 돼서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1대와 2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각각 90.4%, 71.7%를 기록했던 14학번의 투표율이 어제 투표가 마감될 때까지 16%를 겨우 웃돌았다는 건 꽤나 인상적인 결과다. 15학번도 마찬가지다. 지난 1대와 2대 선거에서 15학번의 투표율은 61.9%, 50.0%였고 이번 4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20%가 좀 안되는 19.31%다. 14학번과 비교해서 극적인 하락은 아니지만 교내 고학번의 투표율 앞자리가 1에 머물러 있는 것은 꽤나 부끄러운 일이다. 어딘가에서 들은 얘기로는 14학번 중 올해 졸업예정증명서를 100명 가까이 받았다고 하고, 중간에 휴학한 학..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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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카이스트의 그늘
융합기초학부.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이다. KAIST로 떠난 신성철 전 총장은 새로운 둥지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남은 둥지엔 복잡한 감정만이 남아있다.11월 2일 오후 9시 KAIST에선 '융합기초학부'(구 4년무학과 트랙) 대학우 공청회가 있었다. KAIST 학생들은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성급한 진행에 우려의 목소리를 던지고 있다. 융합기초학부는 총장 후보시절부터 예고되어 있던 신 총장의 공약 중 하나였지만, 변화를 직접 겪게 될 학생들 입장에선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DGIST 학생인 필자는 다른 걱정을 한다. KAIST의 융합기초학부 도입으로 DGIST 학생들은 고유한 특징을 잃게 되었다.▲떠난 자는 말이 없다. 2011년 DGIST의 초대총장으로 부임한 신성철 전 총장은 ‘융복..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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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과학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과학
박기영 후보자와 박성진 후보자의 잇따른 사퇴 후 한 달 …이쯤에서 되돌아보는 과학의 의미 한달 전,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에 큰 폭풍이 휘몰아쳤다. 이 폭풍은 하마터면 과학기술계에 적잖은 충격을 줄 뻔 했지만,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아주 세련되고 슬기롭게 해결되었다. 청와대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공교롭게도 두 건 다 과학자들의 시선에서 적절치 못한 인사였고, 그들이 생각하는 ‘과학’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이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과학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우려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과학기술계 역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많은 과학자가 건의, 칼럼 기고, 서명 운..
2017.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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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대한민국은 백년대계의 실종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말해보기도 들어보기도 했을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 수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우선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애석하게도 이 명제는 참이다. 교육, 산업 등 대한민국 시스템 어디를 봐도 평화롭게 돌아가는 곳을 보기 힘들다. 이런 실정이니 백 년을 내다볼 계획을 세울 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시스템이 준비된 선진국은 그렇게 살아온 지 수백 년 된 나라들이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시작한지 50년이 겨우 넘은, 건강하게 정상가동 된지는 훨씬 더 짧은 역사를 가진 이 나라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행착오는 매우 가치 있다. 가끔 교육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고, 정부 정책이나 부서 ..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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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 정치적 중립 법안 발의… 연구원들 “과학자는 연구 기계가 아니다”
“이번 개정 법안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역시대적 발상” 지적 지난 6월 18일, 대표발의자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을 포함한 보수정당 의원 10명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 발의하였다. 이 개정법률안이 통과된다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연구자들의 정치적인 활동이 제한된다. 이에 과학기술계는 시대 역행적 발상이라며 반발했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0명의 의원들(▲바른정당: 유의동, 홍철호, 오신환, 정양석, 유승민, 이학재, 김영우 ▲자유한국당: 이진복, 김현아, 김성원)이 발의한 개정 법률안은 기존 출연연 관한 법률 제31조(비밀유지의 의무)에 제 31조의2를 신설하는 형태이다.이 법안에는 “출연연은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구성원이 되어서는..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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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호] (칼럼) 노력을 배신하는 기초학부 1기 성적 평가
편집장 주본 오피니언은 작년 2016년도에 특별호 발행시 출판될 에세이였으나, 특별호가 발행되지 않게 되면서 후원(크라우드펀딩) 시작으로부터 약 10개월만에 온라인으로 발행되었습니다. 특별호 미발행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공지를 확인바랍니다.학부생의 노력은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가DGIST 1기 학생들의 평점은 노력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 1기 학생들은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다섯 시간이 채 안 된다. 엄청난 양의 수업과 과제를 쫓아가려면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이런 생활을 버티고 또 버텼다. 노력한 대가가 정당하게 주어졌다면 자랑스럽게 여길 시간이었다. 하지만 1기 학생들의 평균 평점은 3.0이 안 된다.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정보를 통해 15개 서울 상위권 대학과 3개 과학기술원(..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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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호] (에세이) DGIST는 오리를 키우고 있다
편집장 주본 오피니언은 작년 2016년도에 특별호 발행시 출판될 에세이였으나, 특별호가 발행되지 않게 되면서 후원(크라우드펀딩) 시작으로부터 약 10개월만에 온라인으로 발행되었습니다. 특별호 미발행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공지를 확인바랍니다.오리는 경쟁에 능한 동물이 아니다. 물에서 헤엄칠 깜냥은 되지만 물고기에 비교될 실력은 못 된다. 뒤뚱거리며 뛸 때는 재빠른 네발짐승에게 쉽게 따라잡힌다. 날 순 있지만, 독수리처럼 빠르지도 않고 신천옹처럼 멀리 날지도 못한다. DGIST 학생들도 오리가 되고 있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 공학까지 많은 과목을 배웠다. 남들 2년 동안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한 학기에 몰아서 배웠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선수과목을 거쳐 배우는 자동제어도 기초 없이 무작정 배우기 ..
2017.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