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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꿈에 날개를 달아준 DURA 이야기를 듣다

DGIST 사람들

2023. 11. 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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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A는 해외 우수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국제 프로그램이다. 2023학년도 여름학기에 뉴저지 주립대학교 Rutgers University(이하 Rutgers)에 파견 다녀온 손혜림 학생(`20)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손혜림 학생이 현재 교환학생으로 네덜란드에 있어 비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한다.

DGIST 20학번 손혜림이다. 이번 여름 Rutgers에서 7주 동안 DURA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DURA의 준비 

Q. DURA를 신청한 동기가 무엇인지.

입학 전 DGIST 면접장에서 선배들의 DURA Vlog를 봤다. 그때는 연구 계획서를 써야 한다는 점에 동경심과 함께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 그래서 신청할 생각이 아예 없다가, 학부생 연구원으로 있었던 연구실의 교수님께서 DURA 참여를 장려해 주셨고 3학년 때 DURA에 다녀온 동기들이 생기면서 현실감이 생겼다. 마침 영어 성적이 준비되어 있어서 DURA를 가기로 결정했다. 결심하고 나서는 진로를 열어서 유학까지 고려해 볼 생각도 있었다.

 

Q. Rutgers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DURA를 급하게 결정하게 돼서 연구실을 컨택할 시간이 촉박했다. 수월하게 준비하고 싶은 마음에 Type 1을 선택했다. 연구했던 organ on a chip과 비슷한 주제가 Rutgers에 있었고, airway smooth muscle(기관 등에 존재하는 평활근 조직)을 다루는 게 흥미로워 보였다. 뉴욕까지 기차로 1시간 밖에 안 걸린다는 사실도 결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Rutgers 출근 중 찍은 사진 <사진 = 손혜림 학생 제공>

 

Q. DURA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제일 손이 많이 갔다. 다른 자기소개서들은 경력을 이야기하고 자랑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DURA의 자기소개서는 연구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이를 어떻게 연구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썼다.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연구 계획 발표 면접을 했다. 합격 메일을 받은 후에는 Rutgers 측에 CV(이력서) Rutgers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양식으로 새로 쓴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했다. DGIST에서 제시한 영어 성적 기준은 TOEFL IBT 80점이었는데, Rutgers 측에서는 88점으로 더 높은 영어 성적이 필요했다. 합격하고 나서는 담당자분이 메일로 관련 논문을 많이 보내주셨다. 30개가 넘었는데 초록이라도 다 읽어가며 준비했다.

 

Q. 해외에서의 생활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DURA가 확정된 후 항공권, 유심, 비자, 숙소를 동시에 준비했다. 비자를 준비할 때는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담당자분이 보통 일주일에 하루만 연락이 닿았던 데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I20 서류에 오타가 있어서 비자 인터뷰를 신청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선택했다. 서블렛(기존 세입자가 임시로 집을 빌려주는 것)은 사기를 당할까 불안했고 룸메이트를 구하기에는 최소 계약 기간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다. Rutgers에 단기 렌트형 기숙사가 있었는데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방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선택했다. 숙소비로 한 달에 200만 원을 넘게 썼다.

 

Q. DURA 생활을 하면서 준비하지 못해서 후회했던 점도 있을 것 같다. 출발하기 하루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하루 전에는 준비할 수 없어서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웃음) 트래블로그와 트래블월렛을 발급받지 않은 점이 후회스러웠다. 돈을 환전해서 쭉 쓰자는 생각이었는데, 트래블로그나 트래블월렛을 쓰면 환율이 낮을 때 바로바로 편하게 환전할 수 있다. 여행 때 가져갔으면 수수료를 내지 않고 환전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DURA에서 겪은 일

Q. 생활하는 데 외국어 사용에 어려움은 없었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미국은 영어가 모국어다 보니 말이 빨라 알아듣기 힘들 때가 종종 있었다. 랩미팅의 내용이 완전히 아는 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리 공부했어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졸았다가 자책한 적도 있었다. ARS를 알아듣지 못하거나, 뮤지컬을 보러 갔다가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나중에 따로 검색해보는 등 일상 생활의 어려움도 있었다.

준비를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외국인이 많은 연구실에 들어가 보거나 화상영어 과외를 하는 것이다. 본인은 화상영어 과외를 했는데 말이 빠른 튜터를 찾아 대화하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실 부딪혀 봐야 아는 것 같다. 직접 가봐야 이런 속도에 익숙해진다. 사실 학교에서 요구하는 TOEFL IBT 80점 정도를 목표로 공부하면 영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영어 성적을 충족할 만큼 공부하고, 가서 부딪혀보는 것을 추천한다.

 

Q. 연구실 생활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극복 과정이 궁금하다.

프로젝트를 혼자 수행하는 것이 어려웠다. UGRP나 학부생 연구원 때는 사수 선배나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기는 했어도 혼자 실험하다 보니 트러블 슈팅과정이 쉽지 않았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면서 도움을 얻었고 교수님께도 여쭤봤다. 질문하다 보면 어디까지 질문해야 하는지 점차 감을 얻는다. 검색으로 알아내기도 하고, 정 안되면 오픈 랩 구조를 활용하여 다른 연구실 친구를 통해 그 실험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일했다.

 

실험 중인 손혜림 학생의 모습 <사진 = 손혜림 학생 제공>

 

Q. 외국인 친구들과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

다들 바빠서 밖에서 약속 잡고 논 적은 없다. 주로 점심을 같이 먹고, 실험을 기다리면서 수다를 떨거나 야근자끼리 모여서 저녁 먹으러 갔다. 출근 마지막 날인 친구와 대학원생과 셋이 한식 먹으러 갔던 기억이 난다. 잡담할 기회가 많아 재밌었다. 또 독립기념일에 교수님이 바베큐 파티에 초대해 주셔서 같이 고기 먹으면서 논 적도 있고, 센터장님이 별장에서 여름 파티를 열어주셔서 친구들과 수영하고 재밌게 놀았던 기억도 있다.

 

독립기념일 바베큐 파티 <사진 = 최아영 학생(`20) 제공>

 

Q. 외국인 친구들과 특별히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지.

학교 앞 카페에서 음란행위 하는 남성을 본 적이 있었다. 이 경험을 말하니 친구들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었다. 후추 스프레이 준비하라는 이야기도 하고 당분간 귀가할 때 데려다줄까 물어보기도 하더라. 라이터를 가지고 불 질러 버리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다. 당연히 장난이었지만 그런 과격함이 즐거웠다. 

 

Q.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숙소 가격에 비해 방의 채광이 너무 안 좋았다. 남향도 아닌데다 천장에 붙어있는 작은 창이 전부라 빛이 안 들었다. 또 근처에 버스가 없어서 장보기가 어려웠다. 주변에 마트가 있긴 했지만, H마트(미국의 아시안 마트)에 가기 힘들다 보니 한식을 먹기 힘들었다. 마트 배달 서비스가 있었으나 원하는 가게가 목록에 없거나 목록에는 있는데 가보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배달 서비스는 할인가를 반영하지 않아서 더 비싼 값에 사야 했다. 

DURA 초반에 있었던 일이다. ATM으로 미국 계좌에 돈을 입금했는데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해결하는 데 몇 주가 걸려서 한국 계좌를 쓰거나 남겨둔 현금으로 겨우겨우 살았다. ATM 운영과 은행이 별개여서 은행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고객센터에 전화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ARS도 알아듣기 어려웠고 담당 은행원이 너무 말이 빨라 힘들었다.

여담으로 호스트가 해결해 주긴 했는데,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한 남성이 지나치게 관심을 보여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영어가 부족하다 보니 그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DURA가 진로에 끼친 영향

Q. 유학도 생각 중이라고 했는데 DURA가 진로에 끼친 영향이 있나.

일단 해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하면 된다는 말이야 익숙하지만 직접 해보면 느낌이 다르다. 당장은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도 직접 가서 부딪혀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내후년 가을 학기에 유학 원서를 넣어볼까 싶다.

 

Q. 한국 연구실과 해외 연구실 간에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본인이 다녔던 연구실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었다. 주말 출근도 없고 원하는 사람은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할 수 있어서 밤에 실험할 일이 거의 없었다. 또 인턴 면접에 일하고 있는 학생들이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점이 색달랐다. 연구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재료를 사서 쓰는 것도 차이점이다. 아가로스 젤을 직접 만들지 않고 사는 연구실이 있을지 몰랐다. 물론 한국에서도 연구실마다 차이가 크니까 미국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것 자체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Q. DURA의 장점을 꼽는다면.

유학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게 제일 큰 장점이다. 영어로 랩미팅하고 소통하고 연구해 나가는 과정도 경험해 볼 만하다. 다들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확실했다. 다른 나라에도 이렇게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여행 다니기도 좋다. 본인은 뉴욕에 세 번, 나이아가라 투어에 한 번 갔었다. 교수님이 인턴들을 야구 경기에 데려가신 적도 있었는데 미국 야구를 구경하는 게 꽤 재밌었다. 친구 연구실 박사님의 도움으로 주립공원에 가서 바다 구경도 했다. 

 

뉴욕 타임스퀘어 <사진 = 손혜림 학생 제공>

 

밤에 찍은 나이아가라 폭포 <사진 = 손혜림 학생 제공>

 

막상 가면 재밌다. 한국인이 생각보다 많고 한국 마트도 잘 되어 있어서 해외에서도 잘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국은 시차가 커서 그게 오히려 좋았다. 우리가 일할 때 사람들이 연락이 안 되고, 일을 마치고 오면 연락이 되곤 했다. (웃음)

 

Q. 마지막으로 DURA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드니까 잘 생각하고 준비했으면 좋겠다. 숙소비에 돈이 많이 들었고 항공비는 본인이 구매할 때보다 올라갔을 것이다.

생활 중 문제가 생겼을 때는 연구실과 DGIST에 같이 보고하면 한국어 화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구글 보이스라는, 미국 번호를 쓸 수 있는 매우 저렴한 국제전화 서비스가 있어서 추천하고 싶다. 통신사를 통해서 로밍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미국에 있을 때는 국내 통화가 돼서 원래 요금제와 동일하기 때문에 연락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채원 기자 leechaewon03@dgist.ac.kr

박재영 기자 jaeyoung21@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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