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양성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식이 DGIST의 융복합 교육 철학과 부합하는지에 대해 필자의 견해를 밝힌 글입니다.
본 논설은 본지 및 학생 사회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편집자 주>
‘융복합’ 사라진 ‘융복합대학’
사실상 차별 사라진 DGIST,
정체성 버리고 유행 뒤따르는 대학 되어선 안돼...
DGIST가 2027학년도 입학전형부터 AI대학 신설하고, 내년 신입생부터 100명씩 향후 4년간 총 400명을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증원은 정부의 AI 산업 육성 기조에 발맞춘 움직임으로 보인다. AI 인재 양성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방식이 과연 DGIST가 추구해 온 교육 철학과 부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DGIST를 제외한 과학기술원은 AI대학 신입생을 따로 선발하는 것이 아닌 기존 무학과 선발 정원을 100명 늘리고, 이후 전공 선택 시 AI대학을 선택지에 놓는 방식이다.
반면 DGIST는 입학 단계부터 AI대학을 기초학부와 분리해 별도로 모집한다.
그런데 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AI대학 교육과정은 현재 DGIST의 교육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1단계(1~2학년): AI수학,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개론 ▲2단계(2~3학년): AI 코어 트랙, AI+X트랙 ▲3단계(4학년): AI UGRP 및 심화 연구를 수행한다.
특히 1~2학년 교육과정은 현재 기초학부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치며, 트랙 제도와 UGRP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그렇다면 굳이 입학 단계부터 학과를 분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날 AI는 특정 학문에 국한되지 않고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기계공학 등 거의 모든 연구 분야에서 활용된다. 기초학부 학생이 AI를 심화 연구할 수도 있고, AI대학 학생이 다른 분야를 연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이야말로 DGIST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융복합 교육' 아닌가.

기초학부의 위상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기초학부'라는 명칭은 무학과 단일학부 체제를 상징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공학과에 이어 AI대학까지 신설된 지금, 기초학부라는 이름은 자칫 '기초적인 학문만 배우는 곳'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새로운 학과가 만들어질 경우 예산과 인력, 행정적 관심이 신설 조직으로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기초학부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DGIST의 교육 철학과 학사 체계를 바꾸는 중요한 변화다. 그럼에도 구성원이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청회나 공개적인 논의 과정은 사실상 없었다.
인프라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으로 4년간 학생 수가 400명 늘어나면 현재도 포화 상태인 학생생활관과 연구 공간, 교육시설은 더욱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학생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이에 걸맞은 공간과 교육 인프라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일회적이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연구 동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학과를 만든다면 DGIST가 내세워 온 융복합 교육체계는 점차 약화될 수 있다. AI 이후 ▲양자 ▲바이오 ▲우주 등 새로운 산업이 부상할 때마다 학과를 신설한다면, 결국 DGIST만의 차별성이었던 무학과 융복합 교육은 사라지고 일반적인 종합대학의 학과 체계와 다를 바 없게 될지도 모른다.

AI 인재 양성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DGIST만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DGIST는 여전히 '융복합'을 선도하는 대학인가, 아니면 남들 따라서 정체성을 바꾸는 부화뇌동(附和雷同)의 대학인가?
도한수 기자 function@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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