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논리)에 능한 서초우 총학
‘학생회비 체계 개편’ 당시와 달리,
‘재수강 성적 상한 완화’ 추진 통해 파토스(감성)도 얻은 모습…
이번에 성공하면 에토스(신뢰)까지 눈앞
재선 없는 한국 대통령도 지지율 살피듯, 정책 동력 위해 학우 마음 얻어야
DGIST의 학생으로서 서초우가 이끄는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서초우 총학)의 성공을 빈다. 그들이 학우들의 지지를 받으며 여러 개혁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를 바란다. 2023년 입학 후 네 개의 총학생회 체제를 목격했는데, 개중 나름 뚜렷한 논리 구조와 체계를 갖춘 지도부라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서초우 총학생회장(`24, 이하 서 회장)은 학생회비 체계를 개편하고 각종 학생 대상 행사를 주최했다. 그리고 5월, 서 회장은 융복합대학 내 재수강 성적 상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학생 과반의 찬성을 받는다고 여겨지며 모든 총학 지도부가 다룬 의제였으나, (물론 반대 의사를 밝힌 총학 지도부도 있었다. 다만 그들에게도 이 사안은 뜨거운 감자였다) 단 한 번도 성사까지 가본 적 없는 고지였다. 그런 정책이 어쩌면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 회장에게 굵직한 개혁 정책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학생회비 자동 납부 체계를 도입했다. 임기 초반 정책 개정이 사실상 확정될 때까지 학생 일반에게 비공개하는 등 강한 추진 의지를 보였으나, 거대한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서초우 총학은 정책 발표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비동의자 제외 전원 학생회비 납부’가 아닌 ‘동의서 제출자 한정 납부’라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타협해야 했다. 해당 정책 개정안 초안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비판적이었으나, 서초우 총학이 가진 명분은 충분했다. ▲총학생회칙 제4항에 따르면 학생 전원은 총학생회비 납부 의무를 지닌다는 점 ▲납부를 희망하지 않는 학생은 필요 서류를 제출해 납부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 ▲학생회비를 더 확보하지 못하면 달빛제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점 등 명분은 충분했다. 물론 해당 총학생회칙 조항 자체에 대한 비판과, 과거 학생회비 비공개 내역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서 회장이 내보인 논리 또한 일리 있었다.
논리 구조는 충분했으나 학생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서 회장을 바라보며 안타까웠다. 현재 총학의 예산 상황을 원내 언론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흘렸다면’, 그렇게 비공식적으로나마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이 정도 반발을 볼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임기 초 정무 감각의 부재였다. 정책 발표 다음 날 아침, 인터뷰 차 만난 서 회장의 낯빛도 밝지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로고스(사실과 논리) ▲파토스(청중의 감정) ▲에토스(화자에 대한 신뢰)를 말했다. 로고스 없는 파토스와 에토스는 공허하지만, 그들을 지니지 못한 로고스는 유약하다. 학생회비 개혁에서 서 회장은 학생들에게 나름의 로고스를 보였지만 파토스는 전혀 가지지 못했다. 에토스까지는 바랄 수도 없었다. 유약했다.
그러나 지금, ‘재수강 성적 제한 완화’를 추진하는 서초우 총학은 로고스에 더해 파토스(청중의 감정)까지 지닌 모습이다.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학생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정책 취지에 동감하는 눈치다. 얼마 전 해당 정책 찬반을 두고 서초우 총학이 추진한 학생총투표가 ‘최순실 게이트 시국선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렸던 10년 전의 투표 이후 처음으로 개표를 위한 50% 투표율을 넘겼다는 점은 학생들의 관심을 대변한다. 최근 원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그래도 다른 학생회보다 일 처리 괜찮네”라는 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학생들의 공감과 감정적 지지를 가져오는 모양새라 생각할 만하다. 파토스를 잡은 나름 성공적인 그림이다. 정국을 깔끔히 이끌어가고 있다.
남은 것은 에토스(화자에 대한 신뢰)다. 지금까지도 나름 좋은 평가를 받는 2년 전 김민성 총학은 ‘그래도 학생에게 문제 생기면 달려가는 총학’, ‘가끔 깨는 그릇이 생겨도,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설거지하는 총학’이라는 평가와 함께 에토스를 얻었다. 덕분에 임기 후반까지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을 잃지 않았다. 어쩌면, 서초우 총학에게도 눈앞에 있는 고지일 수 있다. 이번 재수강 성적 상한 완화 개혁을 성공적으로 끝낸다면, 서 회장에게는 ‘그래도 개혁을 추진하고 성공으로 이끄는 총학생회장’이라는 평가가 뒤따를 것이다. 앞으로 개혁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이보다 강한 무기는 없다.
재선을 신경 쓸 일 없는 한국 대통령도 매일 아침 본인 국정 수행 지지도를 살피며 이를 높여보고자 최선을 다한다. 앞으로 본인이 선거에 출마할 일이 없더라도, 지지도는 정책 추진 동력을 결정하는 주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장 임기를 마치면 학생 자치에서 은퇴할 서 회장도 학생들의 시각을 의식해야 하는 이유다.
희대의 악인이자 최고의 선전가였던 괴벨스는 성경을 아리아인과 유대인의 대결로 해석하며 히틀러를 신격화했다. 에토스는 선전 분야에서 때론 로고스를 앞선다. 인간 본성의 도의적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에 있어 에토스는 제일 큰 무기가 된다. 서 회장에게 에토스는 눈앞에 있다. 성공한 총학생회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강력한 재산이다. 기회가 왔을 때 얻어야 한다. 전임 총학생회장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미래 학생 사회의 활력 또한 이끌 수 있음을 알기에,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가 이번 관문을 넘고 임기의 반환점도 돌기 전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권대현 기자 seromdh@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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