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백성이 우매하길 바랐던 시대,
쉬운 문자로 백성이 ‘배움’에 다가가게 해 ‘민본’의 기틀 닦은 세종
‘과학으로 세상을 발전시킨’ 그의 정신 이을 때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아니, 더 중요한 것은 세종대왕 탄신일이다. 세종대왕이 우리 겨레의 큰 스승이라는 점에서 오늘이 스승의 날로 지정되었다.
세종정신이 필요한 시대다. 몇몇에게 세종대왕은 단순히 ‘한글을 만드신 분’일 수 있지만, 더 큰 의미가 있다. 과거 그 어떤 지도자도 하지 않은 문자 창제를 이룬 인물이다. 고조선부터 이어진 우리 역사에 전혀 없었던 일이다. 과거 지도자들은 백성을 지배 대상으로 바라봤다. 온 몸을 바쳐 국가에 헌신한 지도자도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세종을 빼고.
과거 종종 지배층은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띄었다. 정치학적인 접근으로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다. 정치학 중 합리적 선택 이론은 모든 정치적 참여자를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기적인 존재로 본다. 정치학적으로, 지도자층은 본인의 백성이 우매한 것이 권력 유지에 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세종은, 본인의 인민이 지식을 서로 나누길 바랐다. 문자 보급이 인민을 계몽할 것이라 생각했고, 결국 세계에서 제일 과학적이라고 평가받는 문자를 창제했다. 하늘에서 내린 철인이 아닌, 백성이 지식에 접근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인식, 공론과 민의를 중시하는 현대 공화제와 닮아있다. 이 땅에 현대적 공화주의라는 개념이 성립되기 500년도 전 활동한 사람이다. 과연 혁신적인 사상가와 천재적인 언어학자가 같은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이 얼마였을까? 행운이다.
조선을 세운 삼봉 정도전 선생은 민본 사상을 이야기했다. “백성이 국가의 근본이다” 라는 사상. 어쩌면 그가 추진한 역성혁명 이상으로 충격적인 발상이었다. 그러나 민본사상에는 치명적인 전제이자 한계가 있었다. “교육”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민본사상은 “민심을 근본으로 하는 사상”으로서 “학문과 교육을 중시하는 교학정치(敎學政治)를 내포”한다. 즉, 백성을 교화하고 교육하는 것이 정치의 중요한 요소로 전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글이 아직 없던 삼봉의 시대에서는, 모든 인민을 깨우치게 하지 못했다. 며칠이면 배울 수 있는 문자가 없던 시대, 한문으로 백성을 계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 알았을 것이다. 백성은 먹고 살기 바쁘기에, 한가히 한문을 배우고 서책을 읽으며 세상과 철학에 숙고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세종은 이뤘다. 과학적 혁명을 이뤄냈다. 구호가 아닌 공학을 통해 세상을 바꿨다. 기술적으로 정교한 방식으로, 모든 인민이 글을 읽고 세상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었다. 발음 기관의 모양과 소리의 원리를 차용한 혁명적으로 과학적인 개념을 창조했으며, 양반 사회의 반발을 이겨내고 인민 보통에게 전달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식민지 출신이었던 국가 중 몇 안 되게 산업화와 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집단이다. 그 바탕에는 우리 윗 세대의 교육열과 1% 미만의 문맹률이 있었다. 우리의 기적적인 발전 밑에는 모든 백성을 깨우치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민본사상이 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본 사상을 한반도에 외친 삼봉을 척결한 자의 아들이, 민본을 실현해 한반도 발전의 기틀을 이뤘다.
우리 DGIST는 과학기술을 통해 세상에 헌신한다는 신념과 명분을 가진다. 공학으로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그 나름의 ‘뽕’으로 입학한 학우들도 꽤 있을 것이다. 공학적 자세를 가지고 과학적 언어 창제를 통해 한강의 기적 그 기틀을 다진 세종대왕, 그 정신을 받들 때이다. 우리, 세종대왕을 본받아 세상에 헌신하는 공학∙과학도가 되어보자.
권대현 기자 seromdh@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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