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고 바쁜 현대인의 마음속에, 향으로 공간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DGIST 동문이자 뇌과학 기반 웰니스 향 브랜드 NEUVV를 운영하는 최기원 대표를 만나보았다.
들어가며
Q. 본인과 NEUVV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DGIST 기초학부 16학번이자 뇌과학과 화학감각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NEUVV를 운영하고 있는 최기원이다.
NEUVV는 향이 사람의 감정과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뇌과학으로 해석하고, 그 결과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두가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요즘, 잠시라도 감정을 정돈하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짧은 순간이 오히려 중요하다. NEUVV는 그 짧지만 본질적인 휴식의 순간에 사용자가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다.

창업자로서의 시작
Q. 창업이 다소 멀게 느껴지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창업을 시작하던 시기의 생각을 나누어 달라.
처음부터 창업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관심사를 좇던 중 ‘향’이라는 매개체를 만나면서 자연스레 창업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향에 관심이 많았고, 기분을 전환하고, 우울함을 달래고, 용기를 얻고 싶은 순간에 향을 사용하곤 하였다. 상황에 따라, 또 감정이나 분위기에 따라 연상되는 향이 다양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향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감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향에 관한 연구를 해보니, 사람들을 만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향을 이용하여 창업이라는 형태로 사람들의 감정과 상태를 바꾸는 향기 솔루션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Q. DGIST 재학 중 참여했던 창업 활동과 DGIST로부터 받은 창업 지원이 있다면?
DGIST에서 학부와 석사 시기 모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학부 재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창업 활동은 기업가정신 수업인데, 팀 사업화 프로젝트에서 택시 동승 플랫폼을 기획하고 사업계획서 작성, 기술 구현, 발표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겪었다. 규제 샌드박스라는 장벽 때문에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이후 비슷한 기업이 생기는 것을 보며 시도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 아쉬움이 창업을 향한 의지의 기반이 되었다. 기업가정신 수업에서 창업지원팀(현 가치창출팀)의 지원도 매우 컸는데, 멘토를 연결해 주거나 레퍼런스를 보내주는 등 학생끼리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었다.
석사 시기에는 문제일 교수실의 전폭적인 지지로 NEUVV의 핵심이 되는 향–뇌파 분석 기술을 고도화할 환경이 마련되었고, DGIST가 특허 출원 과정도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연구를 기술적 기반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문제일 교수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연구 과정에서 개발한 향의 시향회를 ‘향기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경험도 있다. 홍보팀과 학생팀에서 해동창의마루를 내어주며 적극적으로 운영을 도와주었고, 300명 규모의 행사를 성료했다. 연구 결과물이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순간이었고, 창업을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Q. 창업자에게 DGIST만의 이점을 꼽자면?
DGIST는 창업을 시도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갖췄다. 기초학부 체제로 전공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많은 질문과 호기심이 생기고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또 DGIST는 학생 대비 교원 수가 많아, 교수나 학교 행정팀이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나 고민을 깊이 있게 들어주고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분위기가 있다. 궁금증을 연구 프로젝트로 연결할 수 있는 UGRP나, 해외에서도 문제를 탐색해 볼 수 있는 FGLP 등의 프로그램도 DGIST의 큰 이점이다.
연구자에서 창업가로
Q. 석사 재학 중 연구 내용과, 연구가 창업으로 연결된 과정에 관해 소개 부탁한다.
나는 사람이 향을 맡았을 때 뇌가 변화를 경험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행동학적 변화와 뇌파를 분석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졸업논문 주제는 '색과 향의 연관성'이었다. 레몬 향을 맡으면 자연스럽게 노란색을 떠올리는데 “이 연상이 국가·문화와 상관없이 공통된 현상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연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파인애플 향에서 빨간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고, 이 차이가 뇌파에서도 다른 패턴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이 감정과 뇌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고, 향을 기반으로 한 감정 회복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초기 관심사와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Q. 대학원 연구와 창업을 동시에 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연구와 창업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두 영역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연구는 하나의 질문이 생기면 끝까지 파고들어 집요하게 반복 검증하여야 한다면, 창업은 짧은 순간에 판단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연구에서 ‘조금 더 검증하고 가자'가 기본 태도라면, 창업에서는 ‘일단 움직이고, 움직이면서 검증하자'라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 이 두 가지 방식을 계속 오가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오전에는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확인하며 연구자의 사고방식으로 일하다가, 오후에는 ▲제조사 ▲원료 ▲패키지 ▲OEM ▲디자인 ▲콘텐츠 기획 ▲마케팅 같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일을 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하루 안에 여러 역할을 전환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컸다.
연구에서 다루는 ‘향’과 창업에서 다루는 ‘향’이 다르다는 점도 어려움이었다. 연구에서는 향을 후각 자극을 일으키는 분자로 접근해, 어떤 신경생리학적 기전과 뇌파의 변화를 분석한다. 반면 창업에서는 향을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적 인상·잔향·사용성 같은 전혀 다른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은 향을 다루고 있는데, 왜 이 두 세계가 이렇게 다르지?"라는 혼란을 느꼈다. 이 차이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연구와 창업을 동시에 했던 시간은 필요한 과정이었다. 연구를 병행하며 브랜드가 쉽게 타협하지 않도록 기준을 세웠고, 창업을 하며 연구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구체화했다. 결국 이 두 흐름이 이어져 브랜드의 방향성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Q. 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R&D 창업을 하면서 일반적인 창업과 다른 점이 있었나?
R&D 기반의 브랜드 론칭은 분명 어려웠다. 일반적인 창업과 다르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운영 모델 차이 때문이다. R&D 창업은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직접 사업을 이끌어야 해서, 이 기술이 누구의 것인지, 어떻게 이전해야 하는지, 사업화할 때 생기는 책임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인 브랜드는 기술이 필요하면 위탁 연구나 기술이전의 형태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반 창업과 R&D 창업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 하나 어려웠던 점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기반 창업은 "왜 이 기술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가?", "이 브랜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를 끝없이 정의해야 했다. 단순히 '향을 파는 브랜드'가 아닌, 뇌파 기반 분석을 통해 감정 회복을 돕는 브랜드라는 차별점을 만들기까지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브랜드로 연결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연구와 창업을 같이 수행한 경험이 지금의 NEUVV를 만드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NEUVV 대표로서의 삶
Q. EEG 뇌파를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향으로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NEUVV는 뇌파 데이터를 활용해 향이 사람의 감정 상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을 블렌딩한 후 기능성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어떤 향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려면, 해당 향을 맡는 동안 안정감을 나타내는 특정 뇌파(알파파 등)가 증가하는지 분석한다.
먼저 30종 이상의 천연 향료와 향 조합 후보군을 설정한 뒤, 참여자에게 각각의 향을 맡게 해 뇌파 변화를 측정한다. 여기서 특정 상태 전환과 관계가 깊은 향료들을 추린다. 하지만 향은 섞이면 원래의 향과 완전히 다른 향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조합 후에 다시 2차 뇌파를 측정한다. 적절한 조합이 만들어지면 목표 상태(이완, 안정, 편안함 등)에 적합한 반응을 만드는지를 최종 검증한다.
Q. 제품을 제작·상품화하고 적절한 생산 업체를 찾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제품화(OEM) 단계도 사업 초창기에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다. 브랜드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원료 수급 ▲제형 안정성 ▲향의 재현성 ▲최소 생산 수량(MOQ) ▲단가 ▲용기 선택 ▲라벨 규격 ▲법적 표시 사항까지 수많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NEUVV는 감성 중심이 아닌 뇌파 기반의 기능성 향 브랜드이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를 이해하는 업체와 협력이 필요했다.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브랜드 이해도와 기술적 기준을 맞춰줄 OEM 업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디자인 업체, 패키지 제작 업체, OEM 제조사 등을 하나하나 리스트업하여 미팅을 진행하면서 적절한 제조사를 찾았다.
Q. 앞으로의 사업 확장 계획을 공유하자면?
현재로는 기존 제품군의 공고화와 새로운 제품군을 구축하는 두 방향이 모두 중요하다.
우선은 현존하는 필로우 미스트 제품군의 완성도와 신뢰도를 다지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창업 초기에 제품 수나 유통 채널을 급격히 확장하기보다는, 제품이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인 확장 계획으로는 집중, 안정, 활력 회복, 스트레스 완화 같은 수면 이외의 상황별 웰니스 라인을 확장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 제품군 측면에서는 필로우 미스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디퓨저, 룸 스프레이, 스킨케어 제품군 등 데일리 루틴에 녹아드는 형태의 향 제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제품군의 완성도와 신뢰를 먼저 공고히 하면서 NEUVV의 방향성에 맞는 새로운 라인을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현재의 사업 확장 전략이다.
나가며
Q. NEUVV를 시작하고 운영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NEUVV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실제 사람들의 경험으로 되돌아올 때다. “고민 때문에 잠들기 어려웠는데 이 향을 사용하니 하루를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향을 맡았을 때 단순히 좋다는 느낌보다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와 같은 피드백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연구에서는 보람이 논문이라는 형태로 남는다면, 사업은 사람들의 삶에 경험으로 남는다는 점이 다른 차원의 기쁨이다.
힘들었던 점은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브랜드 초창기에 연구와 제품 제조, 디자인, 콘텐츠 기획, 마케팅, 유통, 재무, 세무까지 모든 역할을 동시에 맡아야 했기에 부담이 컸는데, 그 와중에 연구자와 사업가 사이를 오가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보내주는 긍정적인 경험과 반응 덕분에 즐겁게 계속하고 있다.
Q. NEUVV가 1년 뒤와 5년 뒤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1년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선명한 메시지를 가진 브랜드가 되고 싶다. NEUVV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가 사람들에게 더 분명하게 인식되기를 바라며, NEUVV가 제공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고객에게 정확히 전달되었으면 한다.
5년 뒤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웰니스 향을 이야기할 때 기준점처럼 언급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건강하게 감정 상태를 관리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듯이, 향이라는 매개체 역시 웰니스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다. NEUVV가 그런 고유성을 지닌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DGIST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창업은 특별한 일이 아닌 또 하나의 직업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때문에 창업을 어렵게 느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 자체도 큰 의미와 보람이 있다. 또, 한 문제를 진지하게 붙들면 반드시 해결책이 떠오르기 때문에, 미래가 예측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면 창업을 시도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한다. DGIST 학생들은 연구 역량도 뛰어나고 전공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발견했을 때 해결해 볼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창업은 정답을 알고 시작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 보려는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도전할 기회는 있다. DGIST 학생들에게 연구에 국한되지 않고 한 번은 창업을 도전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서휘 기자 tjgnl81@dgist.ac.kr
박근우 기자 gw.p_07@dgist.ac.kr
장문경 기자 mungyeong@dgist.ac.kr
채은우 기자 ewchae@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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