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에 무분별히 투기하는 “마법의 쓰레기통” 사태
원내 설문 결과 88.7%, “혼합 배출 경험 있어”
원인은 무너진 양심인가 시설 부족인가

원내 곳곳에 비치된 은색 쓰레기통 앞에는 분명 ‘일반 쓰레기 전용’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지난 3월, ‘디지스트신문 DNA’는 실제 배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E7(컨실리언스홀) 해동창의마루 앞에 비치된 은색 쓰레기통의 내부를 직접 점검했다.

일반 쓰레기통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먹다 남은 음식물부터 종이, 비닐, 플라스틱 컵 등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한데 뒤엉켜 있었다. 아무거나 넣어도 다 받아준다는 ‘마법의 쓰레기통’이란 자조 섞인 농담이 현실이 된 씁쓸한 풍경이다. 버리는 사람은 많은데 제대로 버리는 사람은 없는 기이한 현상, 과연 DGIST의 분리배출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플라스틱부터 음식물까지.. 원내 쓰레기 배출 실태
본지가 DGIST 학부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3월 중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원내 쓰레기 배출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응답 결과, 일반 쓰레기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는 플라스틱(71.1%)과 비닐(62.3%)이었으며, 종이(46.5%)와 캔(42.1%), 그리고 음식물(36.5%)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음식물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아 만성적인 악취는 물론 쓰레기통 내부의 다른 재활용품까지 오염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로 원내 쓰레기통의 악취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8.9%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원인은? "버릴 곳 없다"
학생들 역시 분리수거 없이 무분별하게 쓰레기가 버려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마법의 쓰레기통 문제가 존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무려 응답자의 91.2%가 동의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시설 부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4.1%가 무단 투기의 원인으로 ‘원내 분리배출 환경의 어려움(음식물 쓰레기통 미배치 등)’을 지목했고, ‘타인에 의한 동조 현상’(46.5%)이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원내 주요 건물에는 은색 일반 쓰레기통만 놓인 경우가 많아, 다른 종류의 쓰레기가 생겨도 배출할 곳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시험 기간이면 E7이나 학술정보관에서 배달 음식을 먹은 후 남은 쓰레기 처리에 곤란을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시설운영팀, 분리수거함 시범 추가 설치… 음식물 쓰레기통 당장은 어려워
지난 30일 시설운영팀 담당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마법의 쓰레기통’ 문제가 학교 시스템의 답보와 구성원들의 실천 부족이 맞물린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담당자는 2014년 학사동 준공 당시와 비교해 원내 규모와 구성원 수가 크게 늘어났고, 이에 따라 폐기물 배출량과 처리 비용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짚었다. 그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높아졌음에도 학교의 대처가 다소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분리배출 문제 해결은 늘 고민해 왔으나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아직 풀지 못한 숙제였다"고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무분별한 투기의 원인을 온전히 '시설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며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실천 역시 필요함을 덧붙였다.
시설운영팀은 학생들의 분리배출 환경 구축 요구를 수렴하여, 우선 원내 일부 구역에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시범적으로 추가 설치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수의 학생이 지적했던 학생생활관(E7) 및 학술정보관 내 '음식물 쓰레기통'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표했다. 시설운영팀은 "음식물 쓰레기통을 곳곳에 비치할 경우 필연적으로 심각한 악취 문제가 발생하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담 수거 인력과 전용 차량 등 막대한 추가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며 당장의 전면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마법의 쓰레기통의 진실: 사후 분리 믿고 버려도 될까?
일각에서는 '마법의 쓰레기통'이 마냥 허상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와 계약을 맺은 전문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수거 후 알아서 분리배출을 진행해주니, 다소 무분별하게 버려도 결국엔 해결된다는 논리다.
이는 절반만 맞는 사실이다. 시설운영팀 관계자는 "전문 업체에서 최종 처리 과정 중 사후 분리를 진행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관련 법령에 따라 폐기물을 적법하게 처리하기 위한 후속 조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애초에 배출 단계에서부터 분리수거가 선행되는 것이 원칙이며, 사후 처리 시스템이 결코 무분별한 혼합 배출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마법이 풀리려면,

본지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피어슨 상관 분석(Pearson Correlation Analysis)을 진행한 결과, 흥미로운 엇갈림이 포착되었다. 쓰레기통에 더 많은 종류의 쓰레기를 버린 학생일수록 그 책임이 ‘학생’에게 있다고 보는 경향은 낮았다(상관계수 -0.24). 마법의 쓰레기통을 거리낌 없이 이용한 학생일수록 무분별한 투기의 원인을 개인의 양심 문제보다는 시설 부재 등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는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 역시 ‘마법의 쓰레기통’ 현상의 또다른 원인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일부 학생들의 양심 불량'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인터뷰에 응한 시설운영팀 관계자조차 "집에서는 주말마다 철저하게 분리수거를 하지만, 직장(DGIST)에 오면 바쁘다는 핑계로 상자조차 제대로 접지 않고 대충 두고 올 때가 있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 본인 역시, 취재 과정 중 과거 은색 쓰레기통 앞에 서서 분리배출을 망설이다 무심코 혼합 투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뜨끔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알면서도 매번 무심코 타협하게 되는 이유는, 오로지 개인의 양심에만 기대기에는 당장 감수해야 할 '불편(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분리수거함이 있는 곳을 찾을 때까지 냄새나는 쓰레기를 계속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로움 앞에서는 누구나 쉽게 "귀찮다"거나 "어쩔 수 없다"며 합리화하기 마련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분리배출 시설 구축이 선행되고, 이어서 구성원들의 성숙한 도덕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직관적인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이 '불편의 장벽'을 양심이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춰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올바른 배출을 위한 환경이 제대로 조성될 때 비로소, 핑계를 대며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버리게 한 ‘마법의 쓰레기통’의 씁쓸한 마법도 완전히 풀릴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에 사용된 조사는 본지가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DGIST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서면 설문조사를 통해 실시했으며, 응답자는 총 159명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7.8%p, 응답률은 6.5%다.
김리우 기자 klw@dgist.ac.kr
권대현 기자 seromdh@dgist.ac.kr
김나연 기자 summerkim0506@dgist.ac.kr
이하림 기자 flumensilva_26@dgist.ac.kr
임유진 기자 yujinlim@dgist.ac.kr
최연우 기자 yeny821@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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