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과기원 생활 속 칙칙해져만 가는 캠퍼스 라이프. 일상의 무료함에 지친 당신을 위해 DGIST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2022년부터 문화 강좌를 개설하여 다양한 예체능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DGIST만의 특색 있는 문화 강좌 ‘디지살롱’의 매력을 파헤쳐보기 위해 기자들이 직접 각 문화 강좌를 수강하고 체험기를 작성했다.

1.   DGIST 판 ‘쿨러닝’, 학교 대표로 양궁 대회를 나가다
2.  몸을 움직이며 나를 인식하는 시간, 요가·필라테스 문화강좌

DGIST에서는 매주 E16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요가와 필라테스 문화강좌가 운영된다. 월요일에는 요가 수업이, 수요일에는 필라테스 수업이 오후 8시 1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개인 매트를 지참해야 하며,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몸에 비교적 잘 맞는 편안한 복장이 적합하다. 요가 수업은 맨발로 진행하는 것이 권장되고, 필라테스는 양말 착용 여부와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다.

두 강좌는 각각 약 10명의 수강생으로 구성된다. 수강 인원이 많지 않아 신청이 시작되면 빠르게 마감되는 편이며, 신청 시기를 놓칠 경우 수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만큼 수업 중 개별 동작을 세밀하게 지도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석 관리는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전체 수업의 75% 이상을 출석해야 10만 원의 보증금을 환급 받을 수 있으며, 12회 수업 중 4회 이상을 아무 사유 없이 결석할 경우 보증금은 환급되지 않는다. 다만 질병이나 학회 참여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관련 자료를 강사에게 전달하면 대부분 출석으로 인정된다. 결석이 예상될 경우 사전에 연락을 드리는 것이, 수업을 함께 구성하는 입장에서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전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두 강좌를 수강했다. 평소 활동량이 많지 않고 기숙사 방에 머무는 시간이 긴 편인데,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는 과정이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하루를 정리했다는 인식이 들었고 이전보다 쉽게 잠들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수업의 강도는 개인적으로 낮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다음 날 근육통이 있었고, 그만큼 충분히 몸을 사용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수업에 계속 참여하게 되는 동기가 되었으며, 동시에 평소에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신체 상태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긴장, 자세의 불균형 등 세부적인 부분을 의식하게 되었고, 이후 일상에서도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자세 교정을 신경 쓰게 되었다.

2, 50분의 수업만으로 신체가 크게 변화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무기력감이나 기분 저하가 완화되고 일상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12회차 요가 수업, 수업에 대한 소감과 피드백을 나누는 모습이다 <사진 = 박재윤 기자>

 

몸의 감각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수업이 어떤 의도와 방식으로 구성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강사 김미진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강사는 48세로, 10년 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왔으며 3년 전부터 요가와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업주부였던 김 강사는 운동을 통해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느꼈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강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 강사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단순한 운동이 아닌, 몸과 마음을 함께 사용하는 활동으로 설명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요가는 동작을 비교적 오래 유지하며 복식호흡을 통해 몸의 이완과 집중을 유도하는 반면 필라테스는 흉식호흡과 빠른 동작 전환을 통해 자세 교정과 근력 강화에 초점을 둔다. 수업 전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몸의 감각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GIST 수강생들에 대해서는 수업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하다고 평가했고,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습관의 영향으로 자세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골반 정렬과 신체 순환을 돕는 동작을 수업에 자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있지만 각자에게 집중하는 수업

인터뷰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수업에서 보이는 강사의 에너지가 외향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김 강사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내향적인 편이지만,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수업을 들으며 강사로부터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고 느꼈던 만큼, 그 에너지가 일방향 전달이 아니라 상호적인 흐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도가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 수업에서는 긴장하거나 쉽게 지친다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수업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이나 평가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몸의 감각과 동작에 집중하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의식해야 할 상황은 거의 없었고, 이러한 구조는 심리 부담을 낮췄다. 혼자 운동할 때의 안정감이 외부 자극의 부재에서 온다면, 이 수업의 안정감은 '함께 있지만 각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구조'에서 형성되었다. 같은 시공간에서 같은 흐름으로 움직이되 서로에게 개입하지 않는 방식은, 개인의 집중을 유지하면서도 움직임을 지속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문화강좌를 통한 일상의 변화

학기가 마무리되면서 더 이상 문화강좌 수업을 듣지는 않지만, 수업을 통해 형성된 태도는 일상에 남아 있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할 때에는 중간중간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어주고, 무기력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에는 수업에서 배운 호흡에 집중하며 몸의 긴장을 의식적으로 풀어준다.

나의 삶의 목표는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를 수용하고 돌보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타인에게도 보다 여유 있고 따뜻하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통해 배운 건 단순한 운동 동작이 아니라, 내 몸의 상태를 인지하는 방법이었다. 몸의 구석구석이 어떤 상태인지 살피고 반응하는 과정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첫 단계처럼 느껴졌다.

정신과 신체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 몸의 감각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보살피는 태도는 특정한 시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 전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자세에 가깝다. 요가와 필라테스 문화강좌는 이러한 태도를 비교적 분명한 방식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수업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몸과 상태를 점검해보는 경험은 많은 DGIST 구성원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며, 이 강좌는 그러한 경험을 부담 없이 시작해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기능하고 있다.

 

 

박재윤 기자 dgist1001@d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