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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부 교수 인터뷰 #6] 강효상 교수를 만나다.

DGIST 사람들

2017. 4. 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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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기초학부 강효상 교수 인터뷰


작년 11월, DNA에서는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라는 행사를 열어 학생들로부터 인터뷰했으면 하는 교수와 하고 싶은 질문들을 모집했었다. 그 결과,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교수는 강효상 교수였고 봄이 부쩍 가까워진 어느 오후 그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미국에 유학을 가서 미분기하학을 공부했다. 그 후에는 고등과학원에서 병역특례를 마치고 2015년도에 DGIST 기초학부 교수가 되었다.


Q. ‘교수님, 질문있습니다’ 행사에서 최민용 학생이 이런 질문을 보내주었다.

“교수라는 직업은 교사와는 다르게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적고 그만큼 학생들과 가까워지기도 힘들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학생들과 교류를 적극적으로 하시고 학생들을 그만큼 많이 신경 써 주시는 것 같아서 이런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혹시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하신 노력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학생과 교수 사이의 관계가 굉장히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 예로 몇몇 교수들은 자기를 ‘교수(professor)’라 부르지 말라고 하며, 또 대부분이 사무실 문을 열어 둔다. 누구든지 언제나 찾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도 사무실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게 불편하다(웃음). 미국대학에서는 교수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 자체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 경험에서 인지 DGIST에 와서도 자신을 딱히 ‘교수’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어떤 노력을 했다기 보다는, DGIST 학생들이 사무실에 잘 찾아오는 것 같다. 다른 학교 학생들 같은 경우 자신의 대학 생활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지만, DGIST 학생들은 다들 공부하는 분위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무실에 자주 찾아오는 것 같다.


Q.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행하신 걸로 알고있다. 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또한 DGIST에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고 싶다.

-유학을 갔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대학원 시기에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에 가서 한 번쯤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있어야 하고 즐겨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유학생활이 힘들어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유학 갔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그곳의 분위기 자체이다. 한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 교육을 받을 때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공부했는데, 미국에서의 생활 덕분에 자존감이 높아졌다. 덕분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어려운 일이 생겨도 극복하는 힘을 가지게 된 것 같다.


Q. 따로 즐기시는 취미 활동이 있는지?

-예전에는 게임 참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할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 한다. 그리고 또 나이가 드니까 게임이 잘 안 되는 것 같다(웃음). 대신에 테니스를 하고 있다. 예전에 서울에 있을 때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5년째 하고 있다. DGIST에서는 매주 화요일 수요일마다 교수님들과 함께 친다. 특히 이지훈 교수님과 자주 치는 편이다.


Q. 수학과 관련해서 전공을 이어 나가고 싶은 학생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완성된 것 만을 배웠던 학부 시절과는 달랐다. 대학원에서는 내가 해야 할 새로운 주제를 찾아야 했는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많은 것들을 완성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수학이란 학문 자체가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기가 힘들다. 수학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고, 좋아하면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또한 대학원 때는 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학을 전공으로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UGRP와 같은 프로그램이 좋은 경험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경험을 충분히 활용했으면 좋겠다.

Q. ‘교수님, 질문있습니다’ 행사에서 송아현 학생이 이런 질문을 보내주었다.

“수학을 매우 싫어하는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먼저 수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학문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느끼기에 수학은 하나의 스토리이다. 어떠한 현상을 보고 이론을 만드는 다른 학문과는 다르게 수학은 전제가 되는 용어(terminology)를 설정하고 이를 조합하여 만들어가는 학문이다. 마치 영어처럼 단어와 문법을 알고 나면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되고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지금은 함수와 같은 개념들이 당연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렇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 결국, 대화를 통해 사고하고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 나간 덕분에 생긴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즉, 함수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생각함으로써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그런 과정을 맛보기 시작하면 수학을 좋아하고 즐기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옛날부터 꿈이 수학과 관련되어 있었는지?

-나는 다른 진로를 생각했던 적이 정말 많다. 대학교 2학년 때 과를 정해야 했는데, 그때는 재료공학과가 좋아 보였다. 학과에서 설명을 하도 잘하길래(웃음). 그런데 마음만 먹고, 그냥 편하게 익숙한 걸 듣다 보니까 결국에는 수학과에 갔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도 비슷했다.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국내 대학원도 생각하고 있었고, 완전히 다른 진로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미시간 대학의 수학과에 입학허가가 났고, 또 결과적으로는 수학과에 가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수학 인생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돌아올 때는 ‘이제 더는 수학 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대학원생이 되면 대부분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학원 졸업 후 병역특례 지원 때 국방연구원에도 지원했었고, 아예 다른 회사에도 지원했었다. 그런데 결국 고등과학원 수학과에 가게 됐다. 그 이후에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또 DGIST에서 기회가 생겼고, 그렇게 또다시 수학의 길을 걷게 됐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하나의 길을 정하고 거기에 정진했다기보다는, 기회를 따라가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다.


Q. 주로 1학년 학생들의 수학 과목을 맡아서 수업하시는 거로 아는데, 매해 1학년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처음에 15학번을 대할 때는 많이 헤맸다. 이전에 겪었던 교육 환경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15학번 학생들을 가르칠 당시, 내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준을 생각하고 준비를 했는데 교육과정이 많이 바뀌어서 처음의 기대와 다르게 많은 수정을 거쳤다. 그래서 15학번 때는 수업양이 많았던 반면, 16학번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많이 줄였다. 다시 17학번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니 조금 욕심이 생겨서 양을 늘렸다. 실제로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괜찮은 것 같다. 확실히 처음과는 다르게 수업을 하면서 여유가 생기고 점점 체계적으로 진행하게 된 것 같다.


Q. 교육자로서의 철학은 무엇인가? 

- 교육이라는 게 참 정의하기 어렵다.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내가 받은 교육, 내가 알고 있는 것에만 국한되어 있을 뿐이다. 또 교육이란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그때그때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이란 이러한 것이다’라고 기술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교육적으로 이거는 옳다, 옳지 않다, 하는 것들이 물론 맞을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융통성 있게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대학에서 수학을 배우면서 강의 중에 교수님의 수업이 막힐 때가 있었는데, 지루하거나 답답하기보단 왠지 교수님과 함께 고민하는 느낌이 들어서 나쁘지 않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서도 최대한 학생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학생의 눈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그래서 사실은 강의를 녹화해 올리거나, 학생들이 편하게 질문할 수 있도록 오픈 카톡방을 만든 것도 이러한 생각의 일환인 것 같다.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지만, 만약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학생들로부터 그런 요청이 있다면 기꺼이 준비하고 제공할 수 있는, 그런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고석우 기자 kosw148@dgist.ac.kr, 전서영 기자 wjstjdud0117@dgist.ac.kr

사진: 배현주 기자 bhjoo55@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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