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기초학부 영어 교과 이정아 교수 인터뷰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하며
디지스트 기초학부의 교수님들은 교재 피드백이나 멘토-멘티 활동 등으로 학생들과 긴밀하게 교류합니다. 이는 디지스트 기초학부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는 학생과 교수 양쪽이 같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면담을 하시듯, 학생들 역시 교수님들에 대해 잘 알게 되면 교수-학생 간의 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입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교수님들과의 대화로 학생들이 교수님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DGIST의 교과 과정은 모든 것이 새롭지만, 영어 교과목은 그중 가장 독특한 과목 중 하나이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English for Science Leaders’ 같은 과목은 과목명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늘은 이러한 DGIST의 영어 교과를 담당하는 이정아 교수를 만났다.

Q.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 DGIST에서 기초학부에서 영어 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이정아 교수이다. 영어교육을 전공했고, 이전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원으로 있었다.
Q. 수도권에서 대구로 오는 데에는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다.
기초학부 학생들은 2014년 3월에 입학했지만, 나는 2013년 8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떨어진 곳으로 오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이곳에 오겠다고 결정하게 된 것은 기존의 영어교육과 다른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어보는 것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 과정은 힘들겠지만, 영어교육을 전공했으니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영어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협소하다고 생각한다. 발음이 잘 굴러가면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거나, 미국식이 아닌 영어를 무시하거나 하는 현상은 우리가 영어교육의 방향을 잘못 잡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만들어진 커리큘럼 상에서는 생각이 있어도 많이 뭔가를 할 수 없기에, DGIST에서 내 생각을 펼쳐보고 싶었다.
Q. DGIST의 모든 교과과정은 교수들이 직접 만드는데, 그렇다면 영어 교과에 그 생각이 담겨있을 것 같다. 영어 교과를 만들면서 염두에 둔 것들이 있다면?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영어교육에 대한 생각들을 넣었다. 가장 큰 것은 바로 ‘영어는 국제어다.’ 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사람들의 모국어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떠나서 국제 사회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교육과정을 꾸며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바로 이곳이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전공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 미래 진로들이 어느 정도 비슷비슷하다. 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영어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영어를 가지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두고 그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DGIST에서의 영어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가 아닌가 생각한다. 예를 들어 논문을 써야 할 것이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것이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학교 교육도)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는 자기 주도적 학습과 협동학습이다. 기초학부의 GOAL (Goal Oriented Active Learning)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1학년 수업 때는 시험을 그룹 프레젠테이션으로 대체하기도 했고, 수업시간에도 조별활동을 많이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Q. 교과 하나에 정말 본인만의 교육 철학이 듬뿍 담긴 것 같다.
- 가르치는 교과 내용뿐 아니라 강의실까지 그 교육 목적에 맞게 디자인했다. 교실에 있는 벽면 칠판 역시 언제나 작은 발표나 토의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어학 강의실에서나 주로 볼 수 있는 1인용 책상 역시 직접 주문한 것인데, 수업 시간에 언제든 조별로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하기 위해서 그런 책상을 요청했다.
DGIST의 어학 강의실에는 교실 정면뿐 아니라 측면에도 작은 칠판들이 여러 개 달려 있다
Q. 고학년부터 시행되는 영어강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흔히 전공과목이라고 하는 강의들을 처음부터 영어로 강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영어 강의에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지식, 즉 강의 내용을 배우면서 동시에 국제경쟁력까지 키울 수 있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다. 하지만 그것을 처음부터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학생은 매우 극소수이다.
다시 말해, 공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영어 실력에 따라서 강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수준이 달라진다. 또, 전공과목들은 지식을 습득하고 확장하는 것에 주목적이 있으므로 영어강의는 이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 물론 영어교수로서는 영어 강의를 안 한다는 게 조금 아쉬운 선택이긴 하지만, 그래도 깊이 있는 이해가 불가능하다면 하지 않는 편이 맞는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의 진로에 있어 영어를 아예 안 쓸 수는 없으므로, 수업 자료의 지문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에 사용되는 용어 등은 영어로 표시하여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을 시켜줄 필요는 있다.
DGIST는 영어 강의를 고학년 때부터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 계획에 대해 나는 매우 긍정적이다. 저학년 때는 우리말 강의를 함으로써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영문으로 된 수업 자료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영어강의에 대한 준비를 한 다음 영어강의를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DGLP(DGIST Global Leadership Program) 에 대해서 영어 교수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8주 동안 미국에 가 있다고 해서 영어 실력이 크게 늘지는 않는다. 영어를 하지 않으면 당장 뭘 할 수는 없으니 영어를 열심히 하게는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DGLP는 주로 문화적인 교류에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친해지는 것. 그것이 DGLP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Q. DGIST에서 영어를 배우는 기초학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창피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영어구사능력은 다 기본 혹은 그 이상이다. 오히려 못 한다고 생각하면 실제로도 더 못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다들 영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 영어 공부에 조금씩, 그러나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특히 대화할 때 영어가 어떻게 들리는지보다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영어 교과에 담은 철학과도 비슷한 이야기인데, 영어는 전 세계에서 쓰이는 국제어인 만큼 발음이나 억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가 하는 영어도 결국 그중 하나라는 마음을 가지고, 언어의 본질적인 목적인 내용 전달에 보다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한승규 기자 seunggyu.han@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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