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혁 총장이 DNA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 DNA 배현주 기자)
DGIST는 올해 3월 22일 제3대 손상혁 총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손 총장은 “DGIST는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고 혁신 과학기술을 창출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연구 수월성 추구 ▲인재 양성 혁신 ▲산업과 경제 발전 기여를 제시한 바 있다. 디지스트 신문 DNA에서는 학부생으로부터 손 총장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수렴해, 지난 4월 7일에 손 총장과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처음에는 인류에 헌신하겠다는 꿈을 따라 공대에 진학했다. 학부 때는 전자공학을 전공하였지만, 소프트웨어 쪽이 적성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석사 때부터는 전산학 공부를 시작했다. 석사를 마치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하였다. 학위를 마치고 교수 생활을 하였는데, 초기에는 교육과 연구를 함께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이것이 적성과 맞는다는 생각에,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미국에서 26년간 교수 재직 중에 많은 국내 대학에서 초빙제의가 왔다. 그중 새로 시작하는 DGIST에서 근무하면 보다 보람 있고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2012년 정보통신융합전공에 왔다. 총장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웃음).
Q. 총장님의 교육철학이 무엇인가?
- DGIST의 교육철학과 많이 겹친다. 우선, 시대가 필요로 하고자 하는 인재를 교육하고자 한다. 21세기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능력은 바로 창의성이다. 이는 융복합 교육을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과학계에서 이야기하는 혁신들은 학문 간의 경계에서 일어나므로, 여러 분야의 기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협력이다. 다가올 시대에는 프로젝트 진행에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팀원 간 협력이 이루어지려면 개개인이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요소 외에도 리더는 열정, 비전, 도전정신, 배려와 같은 다양한 가치를 함양해야 한다. 학생들이 DGIST에서 이런 가치를 ‘체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 체득을 통해서 배운 것은 보다 지속력이 강하며 더 효과적인 학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지 구상 중인 프로그램이 DGIST 내 토론 활성화이다. 토론은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조직하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과정이므로, 조직 및 의사소통 능력과 배려심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DGIST 교육은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행해졌기에 기존의 교육철학을 필요에 따라 조금씩 수정하고자 한다.
Q. 의무조식에 대해 학생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 의무조식 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석사 시절 조식과 관련하여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학생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의무조식제도를 개선하기에 앞서 학생 여론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학교 측에서도 아무리 완벽한 정책을 공표해도 학생들이 반대하면 시행할 수 없다. 이처럼 어떤 일의 여론이 수렴되더라도 그 주장이 옳지 않을 수 있고, 완벽한 의견이더라도 구성원들이 원치 않다면 시행될 수 없다. 따라서 학생과 학교의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현재 의무조식과 관련된 부분은 검토 중이며 이에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개선할 예정이다. 개선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
Q. 융복합 교육과 커리큘럼에 대해 학생이 여러 건의를 해주었다. 그중 하나가 수업 양이 많은 데에 비해, 과목 선택의 폭은 좁다는 의견이다.
- 융복합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인문사회분야는, 타 종합대학보다 선택의 폭이 좁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늘리는 것에 동의한다. 특강 및 계절학기 개설도 고려 중이다. 인적•자원적 제약이 있지만, 지역 대학들과의 협력을 통해 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체육 교육도 단순히 즐기는 의미보다는, 학업 외의 것을 체득하는 시간으로 운영하고자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
Q. 융복합 교육의 커리큘럼에 의문을 품거나 불안해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 현재 회사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특정 분야의 인재를 뽑았다면, 현재에는 이공계통 혹은 인문계통의 사람들과 같이 넓은 범위에서 사람들을 채용하거나 혹은 그러한 조건마저 없이 채용한다. 현재의 기업에서 다루는 여러 문제는 특정 분야의 지식만으로 해결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교육은 넓은 분야의 지식을 통틀어 다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포항제철에서는 DGIST의 융복합교육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아직 모든 회사가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는 힘들겠지만, 학교 측에서도 기업과 만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진학을 하는 데도 불리한 점은 없다고 여겨진다. DGIST의 커리큘럼을 통해 다룰 수 있는 학문의 깊이는 비교적 얕을 수 있지만, 그 범위는 비슷하다. 대학원 진학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넓은 기초 지식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은 더 높을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은 그 길이 옳은 길인지 의심하기 마련이다. 최근 교육부는 앞으로 대학에서 융복합 학사 수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DGIST의 교육은 미래 교육의 선두주자라 여겨진다. 진학할 때 학교에 대한 인지도가 없어 어려울 수 있다. 향후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겨 이후 T/O가 증가할 수 있기에 초기 학부생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손상혁 총장이 DNA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 DNA 배현주 기자)
Q. DGIST 학부 문화는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까?
- 어느 나라든 ‘엘리트 스쿨’을 살펴보면 단순히 뛰어난 인재가 좋은 교육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그 학교만의 고유문화가 있다. DGIST도 이처럼 더 품격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학생들이 공부 외의 것을 배우거나 무언가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등,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다. 어떻게 그 문화를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가령, 대학 축제에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즐기며 소통하고, 재미뿐만 아니라 가슴에 와 닿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Q. DGIST만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이 있는가?
- 앞에서 언급하였던 융복합 교육이나 무학과 단일학과 외에도, 학부전담교수제가 있다. 학부전담교수제는 교수가 교육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학교를 평가할 때 그 학교 교수의 연구나 특허 등을 지표로 한다. 그렇기에 이는 학교 측의 상당히 큰 결단이다.
교육 프로그램 중 UGRP도 손꼽을만하다.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은 일부 대학에서도 시행하고 있지만,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분명히 DGIST만의 특징이다. 이외에도 FGLP, IT 봉사단, DURA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국제적인 감각을 키울 것이다.
혁신적인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도 신생학교인 DGIST만의 큰 장점이다. 역사가 깊은 학교는 기존의 틀이 깊게 자리 잡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힘들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시대를 이끄는 사람을 양성할 수 있는 곳이 DGIST라고 생각한다.
Q. DGIST에 처음 왔을 때와 현재의 모습은 많이 다를 것 같다.
- 많이 달라졌다. 처음 왔을 당시 40여 명의 교원이 있었는데, 현재 100여 명까지 늘어났다. 학생 수 또한 마찬가지로 증가하였다. 외관적인 부분에서도, 처음 올 당시 연구동 건물밖에 없었는데 많이 발전했다. 1기 학부생의 경우 건물도 없는 학교를, 학교의 비전만 보고 왔기에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이러한 부분뿐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자리를 잡았다. 융복합 교육에 대한 내실이 생겼다는 점인데, 많은 것을 터득하였기에 현재에는 융복합 교육을 잘할 수 있는 단계라 생각한다.
Q. DGIST가 개선해야 하는 점과 지켜나갔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 DGIST가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잘해왔다. 하지만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학생들이 현실과 부딪쳐 봤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UGRP나 인턴십을 통한 실제 연구뿐 아니라, 앞으로 새로 생겨날 미래 산업체와 연구주제를 고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예시로, 환경오염이라는 큰 주제에서 대기를 선택하고, 대기 중에서는 미세먼지 문제를 골라낼 수 있다. 큰 주제에서 점차 세분화하여 하나의 특정한 문제를 고르고,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일종의 ‘Dream Lab’과 같은 프로그램이 추가되면 좋겠다. 이를 학교에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Q. 앞서 학생들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 전 총장이 진행했던 ‘톡! 톡! 콘서트’와는 다르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방식으로 학생들과 만나고자 한다. 지금 티타임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 한 명이 신청했다(웃음). 말고는 학생들과 가끔 밥도 같이 먹으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과 가치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좋겠다.
Q. 새 총장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 국가에서 DGIST에 투자한 예산에 보답하기 위해 앞서 말한 성품들을 잘 가르쳐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Q. 선배 과학/공학자로서 후배 과학/공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과학자 혹은 공학자로서 필요한 정신, 영혼을 갖춰라. 특히 개척자로서의 도전정신과 협력을 위한 포용력 같은 정신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사람은 꿈꾸는 만큼 성장하기 마련이다. 사익을 넘어서,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큰 꿈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석사 시절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까지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과제가 굉장히 많았고 심지어 밥 먹을 시간도 부족했다. 돌이켜보면 젊었을 때 그런 힘든 훈련이 학자로서 정말 어려운 순간에 필요한 자신감과 용기를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DGIST 학생들이 지금 경험하는 여러 힘든 과정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이러한 용기와 자신감, 꿈을 바탕으로 여러분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운택 기자 guddkdnsxor@dgist.ac.kr 김근우 기자 gnu@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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