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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부 교수 인터뷰 #2] 이기준 교수를 만나다.

DGIST 사람들

2015. 5. 2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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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기초학부 물리 교과 이기준 교수 인터뷰


디지스트에 조직 개편의 바람이 불었다. 새로운 기초학부장으로 물리를 가르치는 이기준 교수가 임명됐다. 이번 기초학부 교수 인터뷰에서는 수업 때는 늘 미소를 머금는 이기준 교수를 만나보았다.


 

Q.간단한 소개를 부탁 드린다.


-이기준이라고 한다. 물리학을 전공해 학사, 석사, 박사를 받고 포스닥  (Postdoctoral Fellow)을 할 당시 바이오 엔지니어링 쪽을 하게 되어서 의공학 쪽으로 전환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난양공대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에서 의공학과 조교수로 6년 이상 있다가 2014년 1월에 DGIST로 부임했다.



Q.기초학부 홈페이지를 보면 전공이 의공학과 물리학이라고만 나오는데 물리학 중에서 전공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


-물리학 중에서도 어려운 물리학은 잘 하지 못하기에 눈에 보이는 광학이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석사 때부터 광학을 전공했다. 광학 중에서도 특히 빛이 우유와 같은 산란되는 매질에서의 진행 경로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러한 관심을 의공학 쪽에서 살려 인체 조직 내에서 빛이 어떻게 퍼지는지에 연구했었다. 



Q.대학은 물리를 전공할 생각으로 간 건지.


-처음부터 물리를 전공할 생각으로 갔다. 고등학교 때 물리 선생님께서 굉장히 좋으셨는데 학생들에게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신 분이셨다. 그 분 덕분에 물리에 흥미를 느끼던 와중 어머니께서 “물리를 전공하면 나중에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오셔서 물리학과를 추천하시더라. (웃음) 그런데 그 때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을 지금 생각해보면 맞다고 생각한다. 물리를 제대로 해 놓으면 다른 어떤 학문이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교과서 서술 방식이나 수업 방식을 보면 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특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건 고등학교 때의 그 선생님의 영향인가.


-그 분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실 수업을 재미있게 하려고는 하는데 나에게 수업을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는 말재주는 전혀 없다. (웃음)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재미있는 시각을 전해주려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수업에 임하는 나의 자세인데 ‘내가 다 아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수는 다 아는 사람이고 그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나 스스로 ‘내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이고 그 다음은 학생들과 같이 생각해보자.’라는 자세로 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도 올라가고 혼자 생각하는 능력도 올라가는 것 같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권위주의를 깨 학생과 교수 간의 심리적 거리를 많이 좁히려고 한다. 교수로서의 권위도 권위지만 학생들과는 같이 공부하는 동반자로서 남고 싶다.


Q.이력을 보면 박사 학위를 브라운 대학교 (Brown University)에서, 펜실베니아 대학교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며 꽤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한 듯하다. 오랜 유학 경험에 비추어 DGLP에 참가할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군대를 늦게 갔는데 카투사로 가게 되었다. 그 덕분에 군 생활 동안 영어가 꽤 늘었는데 마침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 가서 좀 더 넓은 세계를 보며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미국에 가서 박사학위와 포스닥 (Postdoctoral Fellow)을 취득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조교수로 일하느라 거의 18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그 경험은 나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었으며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만 있었다면 도저히 얻지 못했을 시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DGLP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더십 수업의 일환이다. 그렇기에 미국 대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좋은 학점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업 이외의 다른 경험도 많이 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미국은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 있고 많은 문화를 접할 수 있기에 풍부한 경험을 쌓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DGLP를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을 많이 사귀고 오면 좋겠고 두 달이라는,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 동안 쌓은 경험이 나중에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Q.어떻게 교수의 길을 걷게 되었나.


-다른 걸 잘 못해서 인 것 같다. (웃음) 물론 한국에서 교수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교수직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냥 ‘나’라는 사람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을 잘하는 것 같다. 사업이라든지 다른 직업에 대해선 잘 생각해 보지 않았다. 미래 꿈나무인 학생들을 교육함으로써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교수라는 직업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Q.난양공대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에서 DGIST로 오게 된 계기가 있는지.


-가족들끼리 싱가포르에서 살다가 아내가 한국에서 직업을 갖게 되면서 먼저 입국하게 되었는데 나도 입국할 계획을 세우며 직업을 찾다가 DGIST 공고를 보게 되었다. 공고를 보자마자 신기하게도 ‘아, 이건 나를 위해 만들어진 직업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그래서 DGIST에 와서 인터뷰를 하면서도 별로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정식으로 부임한 뒤 이미 와 계시던 다른 교수님들과 얘기를 나눌 때에도 DGIST는 굉장히 독특한 교육 철학이 있고 이 곳에선 아주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이 곳에선 내가 잘하는 광학을 가르칠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다. 광학은 내년부터 개설될 예정이라 현재 교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Q.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에 대해 얘기해달라.


-싱가포르 난양공대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에서 하던 ‘혈류 측정 디바이스 개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DGIST에 교수로 부임하고 나서는 강의 시간도 많고 기초학부장도 맡게 되어서 거의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계속 논문도 쓰고 있고 짬짬이 다른 분들이 쓰신 논문도 읽고 있다. 대학원 교수님들과의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Q.저번에 피아노 연주를 본 적이 있는데 예전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지.


-음악도 좋아하고 인문학 쪽도 좋아하는데 옛날엔 그런 성향들이 남들에게 좋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왜 물리를 하면서 음악도 하고 철학도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에는 그런 것들이 다 필요했었던 것 같다. 나는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DGIST라는 독특한 환경에서는 공부뿐 아니라 다방면에 대한 관심이 빛을 발한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니 학생들도 이공계 학문뿐 아니라 흔히 인문학으로 일컬어지는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해 공부하며 자기 개발에 힘썼으면 좋겠다. 배웠던 악기나 배우고 있는 악기에 대해서도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쓰일 것이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Q.기초학부장 취임 소감이 있다면.


-글쎄, 안타깝지만 각오나 소감은 별로 없고 그냥 ‘잘해야겠다.’라는 생각뿐이다. (웃음) 기초학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면 권위가 더해지는 것인데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권위는 내가 피하고자 하는 것 중 하나이다. DGIST에서 주장하는 3C 중 창의라는 개념은 권위라는 개념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권위를 버리고 기초학부장으로서 할 일만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교수님들께도 나를 기초학부장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십사 부탁을 했고 학생들도 나를 그냥 교수님들 중 한 분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기초학부장이라는 자리는 그냥 필요할 때만 업무를 하는 파트 타임 잡 (job)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웃음)



Q.학생들과 더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기초학부를 구상하는 것인가.


-답을 대신해 준 것 같아서 고맙다. (웃음) 일단 학생과 교수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미 멘토-멘티 활동을 잘 하고 있지만 우리가 속마음을 터놓고 말할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학생회도 출범했으니 학생들 스스로가 기초학부 문화를 가꿔나갔으면 좋겠다. 교수님들은 그것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학생회가 생겨서 너무 좋다.



Q.마지막으로 기초학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일단 학생들에게는 교수들이 만들어 놓은 커리큘럼을 믿고 따라와 주었으면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다른 학교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심혈을 많이 기울였고 무엇보다 DGIST처럼 학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 고민하며 가르치는 교수들이 있는 곳은 없다. 믿고 쫓아와주고 열심히 공부해주면 교수님들은 더 열심히 가르치는 것으로 보답할 거라는 약속을 드린다. 


[기사수정 : 2015년 5월 27일 12:27]


지서연 기자 wltjdus0208@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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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이정아 교수 ] DGIST의 영어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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