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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부 교수 인터뷰 #4] 이창훈 교수를 만나다.

DGIST 사람들

2016. 4. 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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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기초학부 생명과학 교과 이창훈 교수 인터뷰





Q. 교수직은 디지스트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2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 박사후 연구원 하고 나서 한국에서의 첫 직장이 여기 디지스트이다. 강단에 선 것은 2년 정도지만 부임해서 일을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였다. 처음 왔을 때에 비해 많은 것이 바뀌었고, 내가 새로 배운 것도 있지만, 초심만은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전에 가르쳐본 경험이 아예 없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대학원생 때 한두 명 정도 가르치거나 교수님을 돕는 조교 역할은 해보았다. 하지만 50명, 많게는 100명이 되는 학생들 앞에 서보니 긴장이 많이 된다. 잘 못 믿겠지만 이번 학기 초에도 걱정을 많이 했고, 여전히 긴장된다. 그래도 해가 지나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Q.학생들 관점에서 이창훈 교수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말이 빠르다는 점인데?

-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한테도 많이 미안하다. 학기말에 이뤄지는 강의평가는 일부러 맞춰 쓴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항상 같은 내용뿐이다. “말이 너무 빨라요” “교수님 강의가 너무 빨라요”. 말이 빠른 건 아무래도 말하고 싶은 내용은 이미 저 멀리 가 있는데, 아직 나는 이 앞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가 아닐까 싶다. 강의라는 것은 진도가 정해져 있고,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이걸 다 못 나간다고 생각되면 마음이 급해져서 말이 빨라진다. 하지만 학생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끊임없이 고치려고 노력하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진도 때문에 다시 말이 빨라진다면 일단 천천히 강의를 마무리 짓고, 남은 부분을 동영상 강의나 숙제로 대체해볼 생각도 있다. 


Q.연구실보다는 주로 실험실에 자주 있으시는 듯한데, 이유가 있다면?

- 내가 맡은 과목들이 대개 실험교과목이어서 그렇다. 기본적으로 실험 수업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분반 수도 많다. 그런데 수업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수업에 도입할 실험을 설계하는 시간도 필요해서 특히 더 자주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실험 수업에서는 이미 알려진 실험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실험들은 직접 개발해내거나 기존에 만들어진 실험을 개량해서 실험서에 싣기도 한다. 이 중에는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이 실험은 학생들이랑 같이 해도 좋겠다’라고 기억해둔 실험도 있다. 


Q.새로운 실험을 설계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두는 것은?

역시 교육적 효과가 가장 중요하다.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는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존스홉킨스의 유명한 실험 수업이 아직도 기억난다. 의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이 들었던 이 수업에서는 ‘효모 염색체를 완전한 합성만을 통해 만들어보자’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주제는 심오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수행하는 실험 과정들은 PCR, 클로닝, 전기영동, 시퀀싱 등으로 DGIST 학생들도 다 1학년 때 해보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실험 속에 담긴 내용은 굉장히 깊다. 염색체와 유전자의 구조, 클로닝의 원리, 결과의 합리적 검증 등 많은 것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실험수업을 한국, DGIST에서도 열어보고 싶다.

실험의 일부 과정은 학생들이 다 하지 않고 조교가 담당하는 때도 있는데, 이 이유는 대개 진도 때문이다. 학생들이 실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내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교육적인 내용이 적고 실험의 진행을 위해서만 필요한 일부 과정들은 조교 담당으로 넘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버퍼를 만드는 것은 처음 한두 번만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그 이후부터는 조교가 만들어 둔 것을 사용한다. 일단 버퍼를 만들어 보는 것을 해봤으니까 굳이 더 반복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부생 때의 실험은 실험을 통해 뭔가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실험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이보다 우선순위가 뒤에 있다고 본다. 이런 실험 기술은 석사나 박사 때 충분히 반복하며 익힐 수 있고, 정밀한 노동은 기계로도 대체할 수 있다. 오히려 나는 ‘여러분이라면 이 실험을 어떻게 증진할 수 있겠나요.’ 같은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져보고자 한다. 


Q.DGIST에서 생명과학 분야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교수님께서 해주고 싶은 말은?

다양한 연구환경을 접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학부생 때 흔히 빠질 수 있는 함정이 바로 자신이 경험한 연구 분야와 그 환경이 과학의 전부인 줄 아는 것이다. 세상에는 더 많은 연구주제와 다양한 연구환경이 있다. DGIST에서 연구환경을 체험해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인턴십일 것 같다. 

3학년 때 수행하는 UGRP 또한 좋은 연구환경 체험이다. 특히 실험을 많이 하는 프랜시스 크릭 코스가 주로 해당한다. 수업 때 하는 실험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조교가 없다는 점이다. 교육적인 효과만을 위해 넘어갔던 작업을 이제 학생들이 다 직접 해야 한다. 교육에 노동이 더해지는 것이다. UGRP의 근본적인 목적인 교육이 상실되어서는 안 되지만, 실제 실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을 직접 해보며 보람을 느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때 노동을 하면서 ‘내가 이 노동을 왜 하는가?’,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개선할 수 있는가?’ 등의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 


Q. FGLP에서 학교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존스홉킨스만의 장점을 이야기해본다면?

일단 유일하게 미국 동부에 있는 학교이다. 그래서 서부보단 지진에서 안전할 거라고 본다(웃음). 존스홉킨스가 갖는 강점인 생의공학, 그리고 천체물리 등의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존스홉킨스의 학풍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내가 같이 따라갔었기 때문에 수업 외에도 현지에서의 다양한 인연을 만들 기회를 마련했었다. 세미나에 같이 듣기도 했고, 연구실 투어를 하기도 하고, 내 지도교수님이나 현지에 있는 대학원, 연구원들과 직접 만나볼 기회를 많이 마련했다. 올해는 내가 직접 따라가지는 못할 것 같지만, 이런 자리를 최대한 많이 열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승규 기자 seunggyu.han@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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