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DGIST 피해자 존중의 현주소
미투 운동과 함께, 사회는 학교와 기업에게 성희롱·성폭력 대책을 피해자 중심으로 재정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DGIST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구경북과학기술원학칙」 및 「학사원규」를 보면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사회의 요구에 DGIST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을까.
[성희롱∙성폭력 사건 접수 및 처리 절차]
1. 고충 상담부서에서 사건을 접수한다. DGIST는 학생팀과 상담∙경력 개발센터가 고충 상담부서로 지정되어 있다. helpu@dgist.ac.kr로 상담신청 할 수 있으며, 전화나 직접 방문도 가능하다. 남학생 상담은 이중호 학생팀장(구내 번호: 053-785-5150)이, 여학생은 상담∙경력 개발센터의 최우경 상담사(구내 번호: 053-785-5157)가 전담한다. 사건접수를 하지 않더라도 성 관련 문제가 있다면 상담할 수 있다.
2. 사건이 접수되면 신고인(피해자)은 중재나 공식사건처리를 요청할 수 있다. 중재를 요청한 경우 간단한 사실관계확인 절차 후에 당사자 간 합의∙중재과정을 거친다.
3. 공식 사건처리를 요청하면 사건 조사후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를 소집한다. 피해자가 학생인지, 교직원인지에 따라 해당하는 심의위원회가 열린다.
4. 필요하면 학생장학위원회나 징계위원회가 열릴 수 있다. 가해자가 학생이라면 학생장학위원회가, 직원이라면 징계위원회가 열린다.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정과 문제점]
DGIST의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정으로는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이 존재한다. 하지만 공개되어있지 않아 홈페이지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성희롱·성폭력예방지침」에서는 ▲ 지침의 적용 범위 ▲ 성희롱 및 성폭력의 정의 ▲ 성희롱 위원회의 구성 ▲ 조사 및 심의 과정 ▲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등을 다루고 있다. 분명히 피해자, 혹은 앞으로 피해를 볼지 모르는 모든 학생이 이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여성가족부도 예방 지침을 구성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DGIST 성희롱·성폭력 대책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이하 DGIST 지침)을 기획팀에 요청했다. 기획팀에서 받은 지침을 여성가족부에서 제공하는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표준안 및 해설」(이하 표준안)과 비교한 결과 DGIST 지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부족했다.
1. 무관용 원칙이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2.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의 근로권·학습권 등을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3. 표준안에는 신고인이 특정 심의 위원을 거부할 권리, 해당 위원은 위원회에서 빠질 의무를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해당하는 사항이 없다.
4. 사건을 은폐하거나, 피해자의 근로권·학습권 등을 침해했을 때, 관련자를 엄중히 징계하는 내용이 없다.
5. 성희롱 ∙성폭력 사건 조사 진행 상황과 심의 결과를 피해자에게 알리게 한 조항이 없다.
6. 공정성을 위해 조사과정에서 외부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게 한 조항이 없다.
7. 심의 위원에 성희롱·성폭력 방지 관련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포함하게 되어있지 않다. 표준안에서는 2명 이상이 반드시 들어가게 하고 있다.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있어서 피해자 보호와 존중은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DGIST 지침에는 조사·심의 과정에 피해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는 조항이 부실하다. 특히 성희롱·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는 2차 피해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양성평등기본법 1장 3조 2항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중략)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나.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
막상 학교 실정에 맞춰야 하는 부분에서는 고스란히 가져왔다. 표준안은 성희롱을 「양성평등기본법」대로 정의하고 있으나, 학교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DGIST 지침은 이 정의를 그대로 따랐다.
「양성평등기본법」의 성희롱 정의 중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라는 단서가 붙어있는 조항이 있다. 학생 간의 성희롱에는 이 조건이 적용되기 힘들다. 학생 간의 성희롱을 포괄하기 위해서 성희롱을 더 폭넓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KAIST는 성희롱을 “성범죄의 구성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의 성적 굴욕감,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로 (중략) 개인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여, 이 같은 모호성을 피했다.
DGIST 지침을 분석하면서 DGIST의 성희롱·성폭력 대책은 학생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피해자 보호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부에서는 다른 학교의 규정을 살펴보며 어떻게 보완해 나갈 수 있을지 알아본다.
이동규 기자 kinkigu@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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