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처장 제안으로 추진, 방송국 FICS가 제작·운영 맡아
▲1부 사연 토크 ▲2부 구성원 인터뷰 구성으로 매주 화~목요일 송출
캠퍼스의 빈 공간 채우는 도구, "학식 같은 일상의 일부로 자리하기를"…
올봄부터 매주 화~목요일, DGIST 캠퍼스에는 새로운 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등하굣길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교내 라디오 방송(이하 라디오)이다. 라디오는 조용철 입학학생처장(이하 조 처장)의 제안으로 추진되어, 학생팀과 방송국 FICS의 협업으로 제작·송출되고 있으며
▲학생 사연을 바탕으로 한 1부 토크 코너 ▲학교 구성원을 만나는 2부 인터뷰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게 없어서" : 라디오를 추진하게 된 배경
라디오는 조 처장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조 처장은 추진 계기에 대해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게 없어서, 그 느낌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DGIST에 와서 느꼈던 것 중 하나로 대자보가 없는 캠퍼스를 꼽으며 "방송국은 대학이라는 공간을 채우는 요소 중 하나인데, 학생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매체가 왜 없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여러 매체 중 라디오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보 전달이 목적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만약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면 팟캐스트나 유튜브가 훨씬 효율적이다. 그런데 그것 보다는 이 공간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피커 소리가 잘 안 들렸을 때 느껴지는 감정조차도 학교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며 "SNS는 박제되지만, 라디오는 그때 그 시간에 등장하는 목소리를 놓치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다. 휘발되는 종류의 정보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1부 '사연 토크', 2부 '구성원 인터뷰'… 한 회차의 여정
라디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방송국 FICS 장재민 국장(기초학부, `22)은 "1부는 학생들의 사연을 받아 진행자 두 명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고, 2부는 학교 구성원을 모시고 그 사람에 대한 탐구를 하는 인터뷰 코너"라고 소개했다. 1회차 라디오에서 총장의 인터뷰가 진행된 것을 계기로 이러한 구성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으며, 2회차에는 DGIST 학부 출신의 배인환 교수가 출연했다고 전했다.
한 회차가 송출되기까지의 과정은 한 주를 꽉 채운다. 매주 목요일 오후 8시경 녹음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회차의 대본 작성에 들어간다. 다음 목요일까지 대본을 완성한 뒤 다시 녹음에 들어가고, 금요일 안에 음원 편집을 거쳐 초안이 학생팀에 전달된다. 이 음원은 시설운영팀을 통해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캠퍼스 스피커로 송출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주를 이어가는 사람들
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의 손길은 여러 갈래로 모인다. 장재민 국장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학생팀과 방송국 라디오 팀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진행자들이 써오는 대본을 검토·승인하며, 녹음 시 장비 세팅과 음원 최종 승인까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은 강채린(기초학부, ‘25) 학생이, 음원 편집은 백인호(기초학부, `21) 학생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지민(기초학부, `26) 학생과 이희진(기초학부, ‘26)이 매주 대본을 직접 쓰고 자신의 목소리로 방송을 채워 나간다고 전했다. 또한 시윤지(기초학부, ‘26) 학생이 라디오 내용을 영상으로 편집하여 FICS 방송국에 업로드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장재민 국장은 진행자들에게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 그는 "대본을 짜고, 자기 목소리로 녹음해서, 학교에 자기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는 포지션을 맡고 있는 친구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며 "대본 쓰는 건 창작의 영역이라 행정적인 일보다도 어려운 부분인데, 항상 열심히 해주어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기에는 스피커 음량 조절 등 기술적인 시행착오도 있었다. 장재민 국장은 "처음에는 일반적인 방식대로 핀 마이크를 사용해 녹음했는데, 캠퍼스 스피커로 송출했을 때 소리가 작게 들리는 문제가 있었다."며 "마이크 위치를 조정하는 등 환경에 맞는 방식을 새롭게 시도하면서 점차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행착오에 대해 조 처장은 인터뷰 내내 따뜻한 시선을 보였다. 그는 첫 회차 방송이 잘 들리지 않았던 일을 떠올리며 "우리가 살면서 가장 간절하고 소중한 걸 가장 먼저, 그러나 가장 미숙한 단계에서 시작하게 된다."며 "그 모든 게 학생들에게는 재산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경험해 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DGDG 페스티벌 당시 방송국 FICS 부원들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조 처장은 "분명 여러 가지 피드백을 들을 텐데, 그 모든 게 여러분의 재산이다. 감정을 앞세울 필요가 전혀 없다. 그걸 겪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학식 같은 존재가 되기를"
조 처장은 라디오의 장기적인 방향에 대해 거창한 청사진을 그리지는 않았다. 그는 "학식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표현했다. "어느 대학을 가도 학식이 있다. 맛있을 때도 있고, 이상할 때도 있고, '우리 학교 학식 왜 이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그냥 학식이 있었다라는 기억으로 남는 것"이라며 "DGIST 라디오 방송도 '없었어'가 아니라 '있었어'가 되는 것, 그게 바라는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여러분들 하나하나는 누군가의 자부심이었다는 것을 꼭 기억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부모님일 수도, 동아리 부장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자랑거리다. 그렇게 씩씩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라디오 1부 코너에 등장하는 사연은 학생들의 투고로 채워진다. 자신의 이야기를 라디오에 띄워 보고 싶은 학생이라면, 사연을 직접 보내 캠퍼스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볍게 시작되었지만, 한 회차가 송출되기까지 한 주의 손길이 모이는 DGIST 교내 라디오. 거창한 결과물이 아닌, 그 시간에 그 공간에서 함께 듣는 경험 그 자체를 향한 이 작은 시도가, 학생들의 4년에 작지만 따뜻한 흔적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조용준 기자 dydwns2735@d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