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 이창욱 편집장이 말하는 ‘좋은 과학 기사의 조건’ 

과학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DGIST 학생들을 위한 조언 

좋은 과학 기사는 정확한 설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독자에게 왜 이 연구가 중요한지,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고, 나아가 독자가 읽고 싶게 만드는 것 역시 과학 기사의 역할이다. 1986년 창간해 40년 가까이 발행을 이어온 ‘과학동아’는 과학을 대중의 언어로 전달해 온 국내 대표 과학 월간지다.

KAIST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과학사에 매료돼 현재 과학동아를 이끌고 있는 이창욱 편집장을 만나, 좋은 과학 기사란 무엇인지 그리고 과학 기사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과학동아를 들고 인터뷰에 답하는 이창욱 편집장 <사진 = 채은우 기자>

좋은 과학 기사란 무엇일까

Q. 과학 기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대 사회에서 과학의 영향력이 크잖아요. 그럴 때 전문 지식이 없으면 과학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를 이해하기 어렵죠. 이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것이 과학 기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LK-99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 이게 왜 중요한지, 왜 테마주가 나오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지를 이해하려면 우선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뭔지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초전도체가 뭔지 알아야 하고, 초전도 현상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죠. 그런 지식이 있어야 LK-99까지 연결되고, 나아가 그게 왜 당시 한국 사회에서 노벨상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여러 가지 반응을 일으켰는지를 알 수 있어요. 
 
황우석 논문 조작이나 후쿠시마 같은 사례도 마찬가지예요. 현대 사회에서 과학이라는 가치 체계와 지식 체계가 사회와 정치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황우석 교수 파면 당시에도 ‘저게 파면까지 갈 일인가, 사진 몇 개 바꾸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연구 윤리가 무엇인지, 연구 윤리가 과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사진 조작이 그 가치 체계 전반을 흔드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까지 설명해야 해요. 외부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은 잘 모를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게 과학 기자라고 생각해요. 
 
Q. 좋은 과학 기사란 어떤 기사일까요? 
 
우선 좋은 글의 조건, 좋은 기사의 조건과 같을 것 같아요. 비판적이어야 하고, 그러면서 과학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야 해요. 
 
과학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되게 많거든요. 물론 제대로 설명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적어도 읽은 사람이 ‘이 기자가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있구나’라는 인상 정도는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파인만의 맛집 찾는 공식을 소개할 때 그냥 ‘파인만이 맛집 찾는 공식을 만들었대’라고 하면 해외 토픽이겠지만, 그 공식에 어떤 임계점이 있고 그게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설명하면 최소한의 과학 기사 형태를 갖추는 거죠. 
 
그다음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연구의 맥락이에요. 학문적 맥락을 알면 이 내용을 왜 이해해야 하고, 왜 재미있거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사회적 맥락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최적 정지 이론이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 같은 데에도 쓰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왜 내 삶과 이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지만 제가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재미예요. 어쨌든 재미있어야 읽혀요. 
 
 
Q.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과학 기사는 어떤 기사일까요?
 
독자는 첫눈에 관심이 가는 기사를 읽고 싶어 해요. 그래서 후킹이 중요해요. 독자들이 어떤 연구에 관심을 가질지를 생각해야 하고, 같은 내용이라도 저희가 ‘야마’라고 하는, 어떤 주제를 잡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져요. 
 
예를 들어 제주 우도의 홍조단괴 해빈에 대해 ‘우도 해안가에 서식하는 홍조류가 탄산칼슘을 침전시키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지만, 어린이 과학동아에서는 ‘제주도 우도에는 구르면서 자라는 돌이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좀 더 읽고 싶어지죠.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예요. 
 
기사의 주제와 핵심을 정하는 것뿐 아니라, 잡지에서는 이미지도 엄청 중요해요. 독자를 끌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써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결국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어떤 식으로 쓸 것인지, 독자를 생각하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전공한 기자가 된다는  


Q. 과학 기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생물을 좋아해서 생물 올림피아드도 나가고 생물학과에도 갔어요. 의전원 붐이 있을 때도 저는 그거와 상관없이 그냥 생물이 좋아서 갔거든요. 그런데 카이스트에 와보니 제가 생각했던 생태학과는 조금 달랐고,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가 저와 진짜 안 맞더라고요. 
 
3~4학년이 될 때 다른 길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과학고를 나오고 카이스트에 왔으니까, 과학은 잘하는 것 같고, 글쓰기는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아는 하는 것 같고, 그러면 과학 글쓰기가 적당한 타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학내일에서 문화부 기자도 반년 정도 했고 독립 출판으로 책도 냈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바로 입사를 준비하기보다 조금 더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과학사를 공부했습니다. 공부해 보니 저랑 되게 잘 맞더라고요. 
 
Q. 과학을 전공한 것이 과학 기자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됐나요? 
 
도움 되죠. 인문계 전공을 한 기자도 물론 굉장히 잘 쓰지만, 확실히 과학에 관한 이해가 있으면 핵심에 접근하는 과정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과학 법칙을 들었을 때 이미 알고 있으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처음부터 그 개념이 뭔지 파악해야 한다면 더 힘들겠죠. 
 
특히 생물학 같은 경우는 최신 트렌드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걸 아니까 mRNA나 miRNA, 인공세포 같은 내용을 접했을 때 어느 정도 맥락을 바로 이해할 수 있어요. 여러 과학을 공부했다는 것은 전 과학 분야에 최소한의 지식을 가지고 있고, 특히 내가 공부했던 분야에서는 조금 더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Q. 과학 기자에게는 한 분야의 깊은 전문성과 여러 분야에 대한 넓은 지식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처음에는 저도 선배에게 들었던 말인데, 처음 1년간은 최대한 다양하게 써보라고 했어요. 저도 관심사가 명확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다양하게 써봐야 한다고 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특화되는 것 같아요. 
 
경제지에서 바이오를 몇 년 담당하면 그쪽에 특화될 수도 있고, 돌아가면서 여러 분야를 쓰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넓게 아는 게 좋고, 일을 하다 보면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서 전문성도 자연스럽게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Q. 학보사의 과학기사만이 갖는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학보사 과학 기사는 독자가 분명하고,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로컬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같은 과학 기사더라도 DGIST에 있는 연구자들을 다루면 독자 본인들의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잖아요 . 4대 과기원들이 서로 비슷하거나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교류하는 식의 기사도 가능할 것 같고요. 
 
이처럼 독자와 가까운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로컬함이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데에서는 못 보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는 거잖아요. 지역의 일을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선에서 자세히 보여주는 지역 신문처럼요. DGIST 내부에도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고, DGIST만의 매력이나 연구들이 있을 테니까 그런 걸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면 더 좋은 과학 기사가 나올 것 같아요. 
 
 
편집장의 자리에서 보는 기사 

Q. 편집장이 된 뒤 기사를 보는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기자일 때는 제가 쓰고 싶은 발제를 여러 개 가져가서 그중 정해지는 걸 썼어요. 그런데 이제 제가 결정권자가 되니까 전체적인 밸런스를 조정해야 하는 위치가 된 거예요.  
예전에는 공룡 발제만 한 다섯 개 가져가서 그중의 하나 쓰라고 하면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만 쓰면 됐는데,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봐야 하죠.  
 
분야별로 최대한 다양하게 가려고 해요. 생물만 쫙 몰려 있다거나 그런 식으로 안 가려고 하고요. 어떤 엄청 무겁거나 어려운 주제가 들어가면 반대로 하나는 파인만의 돈가스 맛집 찾기 같은 걸 넣는 식으로 전체적인 구성을 맞추는 거죠. 그걸 구성하는 데 제 취향이라든가 제 감각을 엄청 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과학 기사 주제를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먼저 시의성이 중요해요. 제가 공룡을 항상 좋아한다고 해서 항상 공룡 기사를 쓸 수는 없잖아요. 제임스 웹도 한번 꼭 다뤄보고 싶었지만, 시의성을 찾고 있었고 2023년 7월 10일이 관측 1주년이어서 그 시점에 맞춰 기사를 준비했어요. 
 
그리고 기사를 쓸 때 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중심 주제가 있는 걸 선호해요. 어린이 과학동아에 있을 때 선배 편집장님이 항상 “그래서 이 기사를 써서 뭘 말하고 싶냐, 뭘 전달하고 싶냐, 그게 한 문장으로 나올 수 있냐”라고 하셨어요. 
 
 
Q. 기사 주제를 정할 때 독자층은 어떻게 고려하나요? 
 
그것도 앞서 이야기한 밸런스에 들어갈 것 같아요. 잡지의 주 독자층이 학생들이고 성인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저는 거의 ‘과학고에 가고 싶은 중학교 2학년이 본다’라고 생각하고 만들거든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제가 어렸을 때 관심 있었던 것, 지금 20대, 30대인 우리 팀 기자들이 관심 있는 것,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 달라요. 그러니까 이걸 맞춰가는 거예요. 저는 이전 세대보다는 사회와의 연관성을 더 강조하는 것 같아요. 과학을 아주 자세하게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내용까지 담아내야 기사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Q. 과학 기사에서 특히 사회적, 인문학적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과학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고인류학을 취재했을 때도 단순히 ‘남아공에서 어떤 화석이 발견됐다’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는 고인류학 연구 성과가 인종차별의 근거로 쓰였는데, 넬슨 만델라 취임 이후 차별 정책이 폐지된 다음에는 같은 연구와 자료들이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 정반대로 쓰이게 됐어요. 
 
과학이라는 게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연구 결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과학을 실천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사회, 정치적 맥락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잖아요. 그런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이런 사회적 맥락을 되게 중시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나가며 
 
Q. 생성형 AI가 기자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AI는 어떤 면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고 저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적어도 지금까지 글을 만드는 측면에서는 저보다 못한 것 같아요. 저도 여러 번 시도했고 라디오 대본도 만들어보고, 제가 썼던 기사를 토대로 만들어달라고도 해봤어요. 그런데 글을 읽어보면 논리 구조가 너무 비슷하고, 같은 표현이 계속 반복되고, 내용도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적어도 글은 아직 직접 쓰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해요. 
 
그리고 글쓰기 능력과는 별개로, 과학 저널리즘에서는 직접 사람을 만나서 취재하는 일이 앞으로 더 희귀해질 거예요. 실제로 돈가스집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검증한다든가 하는 건 AI가 지금까지는 못 하는 거니까요. 그런 가치를 사람들이 알아봐 줘야 할 텐데, 반대로 사람들이 저품질 콘텐츠에 적응해서 고품질 콘텐츠를 찾지 않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하면 기자의 설 자리가 없어질까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DGIST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실 제 생각에는 DGIST 학생들은 지금 과학 기사를 읽을 때가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카이스트에 다녔을 때도 과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바깥의 인문학적인 지식은 잘 모르면서 그런 걸 경시하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저도 그랬고요. 나중에 다른 공부를 하면서 ‘이게 진짜 대단한 거였고 내가 자만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최대한 다양하게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과학 말고 다른 것에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만하지 말고, 정말 다양한 사상들이 존재하니까 다양하게 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시간이 있을 때 많이 읽어놓는 것도 좋고요. 저도 대학생 때와 군대에 있을 때 책을 제일 많이 읽었어요. 
 
 
 
이창욱 편집장은 DGIST 학생들에게 과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많이 읽어볼 것을 권했다. 과학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에는 과학 밖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정확한 설명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재미는 인터뷰하며 강조된 좋은 과학 기사의 조건이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독자에게 전할지는 앞으로도 과학 기자가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남는다. 
 
채은우 기자 ewchae@dgist.ac.kr 
허연재 기자 yeonjaeheo9@d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