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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에 이런 랩실이?] 바이오센서로 바라보는 단일 분자의 세계 : 이윤희 박사의 ‘단분자 바이오센서 및 바이오소자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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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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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직을 희망하는 DGIST 학부생들은 일찍이 연구실 경험을 쌓고자 빠르면 1학년부터 UGRP 혹은 학부생 연구원을 하게 될 교내 여러 연구실을 알아본다. 대다수의 학생은 익숙한 E동에 있는 연구실부터 먼저 연락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DGIST 내에는 학부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실이 많다. 바쁜 학부생들을 대신해디지스트신문 DNA’R동에 위치한 연구본부 산하 연구부의 연구실을 비롯해 DGIST 내 흙 속의 진주 같은 연구실들을 취재했다. 학부생들에게는 낯설지만, 특색 있는 연구실들을 [디지에 이런 랩실이?] 시리즈 기사를 통해 소개한다.

1.     숨겨진 수학 지식을 채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 한강진 교수의 텐서들의 공간의 대수와 기하에 대한 연구 및 응용 연구실

2.     렌즈부터 계산까지, 우리는 생각하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관찰합니다 : 이현기 박사의 ‘Camera Culture Group’ 연구실

학부생들에게 R동은 흔히 연구동 식당이 있는 건물로 통한다. 그러나 R동은 Reaserch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만큼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실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식당이 위치한 연구행정동(R1) 외에도 R로 시작하는 건물은 6개 동이 더 있으며, 각 동은 대학원 건물처럼 거대한 연구 분과별로 나뉘어 있다. 지난 기사에서 소개한 이현기 박사 연구실이 로봇시스템IT융합연구동(R3)에 위치했다면, 이번에는 나노바이오연구동(R2)에 자리 잡은 이윤희 박사의 단분자 바이오센서 및 바이오소자 연구실(이하 Hee-lab)’을 찾았다. ‘디지스트신문 DNA’‘Hee-lab’을 이끌고 있는 이윤희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지스트신문 DNA와 인터뷰 중인 이윤희 박사 <사진 = 노경민 기자>

Q. 자기소개와 간단한 연구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1년부터 바이오메디컬연구부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이윤희 박사입니다. 제가 PI(Principal Investigator, 연구책임자)로 있는 ‘Hee-lab’에는 현재 박사후연구원 2명이 속해 있고, 뉴바이올로지학과 이영삼 교수님과 공동 지도하고 있는 박사과정생도 1명 있습니다.

 

Q. 정식 명칭이 단분자 바이오센서 및 바이오소자 연구실인데, 연구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연구의 기본 축이 본질적으로 바이오센서를 통한 단일 분자 검출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정식 명칭을 단분자 바이오센서 및 바이오소자 연구실로 지었습니다. 이렇듯 연구실의 주된 연구 주제는 단일 생체 분자를 단분자 수준에서 검출하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하고, 개발 플랫폼을 바탕으로 단분자 수준의 변화에 대한 동역학적 변화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측정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먼저 단분자 수준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전기적 플랫폼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CNT-FET(Carbon Nanotube-Field Effect Transistor)입니다. 특정 분자와 결합하는 DNA 조각이나 단백질 조각을 붙인 탄소나노튜브 전극으로 CNT-FET의 소스와 드레인을 연결해 주면, 시료의 특정 분자가 결합했을 때 CNT-FET의 전기적 특성이 변합니다. 이 전기적 변화를 분석하면 시료에 특정 분자가 어느 정도의 농도로 존재하는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저희는 CNT-FET 응용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통해 신경전달물질(도파민, 세로토닌)을 검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기적 플랫폼이 잘 작동하려면 탄소나노튜브 전극이 소스와 드레인 사이를 단락 없이 적절히 연결해 주어야 하므로, 잉크젯 프린팅 기법으로 대면적의 CNT-FET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고수율로 제작하는 연구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논문도 출판했고요.

 

잉크젯 프린팅으로 제작한 바이오센서 칩의 측정 모습(좌),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개제된 잉크젯 프린팅 공정 관련 논문(우) <사진 = 노경민 기자(좌), ACS publications(우)>

그러나 전기적 플랫폼으로는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나 동역학적 변화를 측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원자힘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 AFM)을 이용해 특정 상황에서 세포의 DNA, 단백질이나 세포 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 EV)의 변화에 따른 표면 물성(표면 강도, 크기, 접착력 등)을 고해상도로 이미지화하여 단분자 스케일의 변화에 따른 세포의 물성 변화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폐암 세포는 정상 세포에서 방출하는 세포 외 소포체와는 다른 특이적인 세포 외 소포체를 방출하는데, 측정 결과 이런 특이적인 세포 외 소포체의 표면 물성은 정상세포와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점에 기반해서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조직 생검 없이 채혈한 혈액 속 세포 외 소포체의 물리적 특성만을 가지고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검 기법을 최근 연구를 통해 제시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저희 연구실의 목표는 이러한 연구들을 통합해서 다양한 분자 수준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제안하고, 플랫폼 제작의 전 과정의 공정을 표준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실험실 수준이 아니라 관련 산업군에서 실제로 양산하여 빠르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분자진단 바이오센서 플랫폼의 기반을 다지고자 합니다.

 

연구원이 원자힘 현미경을 사용 중인 모습(좌)과 원자힘 현미경을 통해 살아있는 상태로 관측한 HDF(Human Dermal Fibroblast) 세포의 모습(우) 원자힘 현미경을 통해 세포의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실은 DGIST에서 현재 ‘Hee-lab’이 유일하다. <사진 = 노경민 기자(좌), HEE-LAB(우)>

Q. 전통적인 전공 분류를 넘나들며 굉장히 광범위한 범위의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협업하고 있는 연구실을 소개해 주세요.

아무래도 저희가 개발한 바이오센서를 가지고 응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보니 타 전공의 연구실과 협업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세포의 노화에 따른 세포 물성 변화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화학적 노화 지표와는 차별화되는 기계적 노화 지표를 찾고자 세포의 노화를 연구하시는 뉴바이올로지학과 이영삼 교수님 연구실과 협업 중입니다. 해당 연구실의 박사과정생 1명에 대해 제가 공동지도를 맡고 있고요. 최근 좋은 기회를 얻어 이영삼 교수님과 함께 2026 UGRP 교원제안과제에 참여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사실 바이오지표를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지표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사람이 분석하게 되면 바이오지표의 미세한 변화에 대해 분석하는 데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뿐더러 그 차이에 대한 의미를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딥러닝을 통해 이러한 미세 변화의 의미를 찾고자 지능형로봇연구부 구교권 박사님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까 언급했던 폐암 세포의 세포 외 소포체 물성 변화 지표에 대해 분류한 성과도 딥러닝 분석 방법을 도입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서 센서와 관련된 회로의 집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에 CNT-FET 기반의 바이오소자 제작은 저희 연구실에서 진행하지만, 대면적 바이오소자의 병렬적인 전기 신호를 검출하고 이를 디지털신호로 변환해 주는 집적회로 플랫폼 개발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이경태 교수님 연구실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Hee-lab’의 학부생 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앞선 연구 분야 소개에서 말씀드린 연구 주제 중 학생이 원하는 분야를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참여하게 되고, 협업으로 진행 중인 연구 주제를 희망한다면 타 연구실과 공동지도의 형태가 될 것입니다.

먼저 반도체 소자 쪽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CNT-FET 기반의 바이오센서 플랫폼 개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소자 디자인부터 CNT-FET 제작, 그리고 플랫폼의 전체적인 구상까지 전부 저희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반도체 센서 소자 개발 흐름을 직접 경험해보며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과학이 전공인 학생은 원자힘 현미경 연구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이영삼 교수님과 공동 연구 중인 연구 주제인데요. 세포의 노화 정도에 따른 물성 변화에 대해 원자힘 현미경으로 측정하는 연구로, 여러 가지 조건에서의 세포 배양부터 원자힘 현미경을 사용한 물성 측정, 분석까지 연구의 전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딥러닝에 관심이 있는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의 경우에는 인공지능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저희가 측정한 원자힘 현미경 데이터에 대해 딥러닝 기법으로 분석하여 특정 세포의 물성 변화가 나타내는 의미를 추출하는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원자힘 현미경의 촬영 시간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자 저해상도로 촬영한 데이터를 딥러닝을 통해 원본의 정보 손실 없이 초고해상도(Super Resolution)로 변환하는 연구를 수행하시게 될 텐데요. 이 경우에는 아마 구교권 박사님과 공동 지도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설명해 드린 직무에만 한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저희가 가지고 있는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적용하고자 하는 호기심과 열망만 있으면 협의 과정을 거쳐 연구를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결론적으로 저희 연구실에 학부생 연구원으로 참여하시게 된다면, 연구 주제 중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선택한 후 맡은 주제에 대해 학생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면서 연구를 주도해 가게 될 것입니다. , 학부생 연구 체험이 아닌 학부생 연구원으로서 단순히 이 아닌 연구활동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드리고 싶네요.

 

Q. 학부생 연구원에게 어떤 역량을 기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Hee-lab’에서는 화학과 생명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융합적인 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에 학부 저학년 수준의 화학이나 생명과학 지식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만, 수준 높은 전공 지식이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실 연구실에 와서 필요한 공부를 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희 연구실의 연구 주제가 여러 분야와 융합적인 성격을 띠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이오센서를 연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경험을 쌓는데 거리낌 없는 학생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연구 주제가 학부생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진행하는 연구에 대한 배경지식은 없어도 괜찮습니다.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와서 경험해 보면서 체득하는 것이 훨씬 낫고, DGIST 연구본부 산하 연구실 특성상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연구실에 계신 박사님들이나 제게 직접 물어볼 기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희 연구 분야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바이오센서에 대한 관심과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망설이지 마시고 지원해 주세요.

 

Q. DGIST 대학원 소속의 연구실과 비교했을 때 DGIST 연구본부에 속한 ‘Hee-lab’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대학원의 경우, 교수님의 지도에서 대학원생이 위주가 되고 학부생 연구원은 약간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실제 연구의 최전선에 투입된다기 보다는 이미 연구가 많이 진행된 주제에 대해 경험해 보는 식으로 배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DGIST 연구본부에 소속된 저희 연구실 같은 경우에는 학부생 연구원이 바로 실전으로 투입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자 장점 같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학부생 연구원과 연구실에 소속된 박사분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함께 연구하게 되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는 학부생 연구원이 가르쳐줘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협업을 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생 연구원과 실제로 매일 부대끼며 같이 일을 하게 되니 학부생 입장에서는 당연히 배워가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고,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실제 연구에 투입되는 것이다 보니 고생은 조금 하겠지만 자연스럽게 본인의 연구 능력도 크게 함양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연구가 기초 연구의 성격보다는 실제 디바이스를 구현하고 양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실제 양산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것들을 학부생 연구원을 통해 미리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학계에서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 또한 갖출 수 있어 앞으로의 연구에 있어서 본인의 시야가 더 넓어지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연구실에 관심 있는 DGIST 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짧게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구실은 DGIST 학부생들에게 항상 열려 있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의 의지만 있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생각입니다. 단순히 연구 여건을 보장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논문 출판, 학회 참여나 해외 연구 파견 등 여러 연구 경험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자 합니다. 잠시 홍보를 하자면, 제가 원자힘 현미경 연구와 관련해서 최근에 오스트리아의 요한 케플러 대학교(JKU) 연구팀과 진행하는 공동 연구의 책임자를 맡게 되었는데요. 여름 학기에 학생 한 분을 오스트리아로 파견 보내드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학부생 연구원이나 인턴뿐만 아니라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 주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관련해서 상담도 가능하니 망설이지 마시고 메일 부탁드립니다.

 

‘Hee-lab’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연구실 홈페이지(HEE-lab)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노경민 기자 nomin@dgist.ac.kr

김리우 기자 klw@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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