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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뮤지컬이라면 나는 이걸 더 봐야 한다.’ ‘뮤덕’ 박재영 기자의 뮤지컬 이야기

문화

2023. 9. 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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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스트 신문 DNA에 특이한 기자가 있다. 지금까지 무려 10편의 뮤지컬 및 연극 기사를 쓴 박재영 기자(`21). 자신의 행적에 걸맞게 그녀는 뮤지컬과 연극을 매우 좋아한다. 그녀의 삶에서 뮤지컬과 연극은 떼어놓을 수 없다. 인터뷰를 통해 뮤지컬과 연극을 향한 그녀의 열정을 살펴봤다.

뮤지컬 공연장에 도착한 박재영 기자 < 사진 = 박재영 기자 >

 

좋아하는 장르 및 소재와 그 이유에 관해 소개 부탁한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판타지다. 빛이나 연기 등의 연출을 활용해 일상과는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를 묘사한 작품들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는 딱 세 가지로, 예술과 꿈 그리고 환상이다. 실존했던 또는 가상의 예술가를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에서 예술가 특유의 고뇌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꿈이나 환상도 예술과 연관된 주제다. 예술은 현실과 다른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 즉 꿈과 환상을 구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과 이유에 관해 소개 부탁한다.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이하 <더테일>)라는 뮤지컬이다. <더테일>은 영국의 시인 바이런과 그의 주치의였던 존 폴리도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폴리도리가 자신과 바이런을 모티브로 <뱀파이어 테일>을 쓰면서 꿈과 환상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보여준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바이런일 수도 있고 소설에 등장하는, 바이런을 모티브로 한 루스벤이라는 캐릭터일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렇게 꿈과 현실을 굉장히 모호하게 뒤섞고 그 경계면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몽환적 분위기의 판타지다. 앞서 말한 예술, , 그리고 환상을 완벽하게 겨냥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또 미장센이 뛰어난 것도 좋아하는 이유이다.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작품에 관해 소개 부탁한다.

뮤지컬 <헤드윅>이다. 볼 때는 웃으면서 봤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가사를 곱씹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져서 거의 20분 동안 울면서 집에 왔다. 그때 처음으로 뮤지컬에 감정적으로 다가갔다.

<헤드윅>은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개인의 감정에 많이 집중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헤드윅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많이 배신당하고, 상처받고, 그런데도 사랑을 추구하는지 보면서 어느새 그의 감정에 많이 동화됐다. 작품 결말에서 헤드윅은 이전까지 집착했던 사랑을 놓아버리는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헤드윅을 삶에 매어 주었던 연결고리가 끊겨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드윅이 과연 그 상처를 이겨내고 잘 살지, 아니면 모든 미련을 버리고 그냥 생을 끝낼지 알 수 없었다. 뮤지컬은 헤드윅이 무대 뒤편으로 손을 흔들며 떠나는 걸로 끝난다. ‘헤드윅은 어떻게 됐을까?’ 혹은내가 만약에 헤드윅이었다면, 저렇게 굳건하게 설 수 있었을까?’ 같은 온갖 생각과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그대로 눈물을 흘렸다.

그전에 본 <시카고> <노트르담 드 파리>가 뮤지컬이 얼마나 다양한 주제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면, <헤드윅>은 뮤지컬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법을 알려줬다. 작품을 감상하며 휘몰아치는 감정에 집중하는 경험을 처음 했다.

작품을 보면서 감정에 집중한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작품마다 다르다. 코미디를 볼 때는 웃기고 재밌다. 사회 풍자를 볼 때는 씁쓸하다. 또 감동적인 극을 볼 때는 슬프다. 대체로 슬프거나 씁쓸한 엔딩일수록 여운이 오래 남아서 비극을 더 좋아한다. <헤드윅>을 보고 든 감정은 슬픔이 가장 컸다. 하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약간의 슬픔이 있지만, 희망적인 결말이기도 하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인데 동시에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도 드는 복합적인 마음이었다. 나는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감상한다. <헤드윅>을 관람하면서도 헤드윅이 작품 속의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로 헤드윅이라는 사람이 어딘가에서 그런 일을 겪고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는 진실이 아닌 걸 알고 있지만,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편이 훨씬 집중된다.

작품을 관람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궁금하다.

무대 위 세계에 깊이 빠져서 몰입하는 걸 선호한다. 인터미션 시간에도 극장 안에서 여운에 젖은 채 휴대폰 노트에 좋았던 점과 생각할 만한 거리들을 적는다. 막이 끝날 때마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하는 것 외에는 작품에 푹 빠져 있다. 작품을 보는 중에는 현실 감각을 일깨우는 일들을 정말 싫어한다. 극장을 나오면서내가 왜 여기 있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구름 위를 날다가 갑자기 땅으로 떨어진 기분이다. 그래서 현실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기자 자신에게 뮤지컬·연극이 가지는 의미가 궁금하다.

이제는 취미를 넘어서 인생의 목표 중 하나다. 아직 못 본 작품들은 다 보고 죽어야겠다. 이미 본 작품들도 다시 보고 싶다. 삶을 꾸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간을 여기에 쏟아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부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뮤지컬을 보는 게 아니다. 뮤지컬을 볼 돈과 시간을 벌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에 가깝다. 물론 공부에도 뜻이 있고 진로 목표도 있지만, 뮤지컬도 그와 비등한 수준의 목표다. 나는 일과 취미, 어느 쪽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박재영 기자가 관람한 뮤지컬 티켓 < 사진 = 박재영 기자 >

 

뮤지컬·연극에 관심을 가진 배경과, 처음 본 작품 그리고 그때의 경험이 궁금하다.

2021년에 시험이 끝난 직후, ‘앙코르라는 프랑스 뮤지컬팀의 내한 공연에 갔다. 뮤지컬은 아니고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콘서트였다. 3~5분 정도 되는 짧은 곡에서 감정이나 서사가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게 신기했다. ‘3분짜리 곡에도 스토리를 담을 수 있다면 150분짜리 전체 극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해 크리스마스 전후로 <시카고> 공연이 있었다. 그때 본 <시카고>가 내 인생 최초의 뮤지컬이다. <시카고>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 시간에 다음 달에 있는 <헤드윅>을 예매했다. 오직 1막만 보고도, ‘이런 게 뮤지컬이라면 나는 이걸 더 봐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틀 후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봤다. 그렇게 <시카고>, <노트르담 드 파리>, <헤드윅>을 거쳐서 지금 이렇게 뮤덕이 됐다.

독서 및 영화에 비해 뮤지컬·연극만이 가지는 차이점에는 어떤 것이 있나?

지나간 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책이나 영화는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지만, 뮤지컬은 내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시기가 지나면 볼 수 없다. 또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날의 이 공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다. 좋은 장면이 나왔을 때, 그 장면은 평생 내 기억에만 남고 다시 볼 수 없다. 설령 같은 공연을 다시 보더라도 그때와는 다른 장면이다.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그 지나가는 순간을 애써 붙잡으려고 발버둥을 치게 된다. 그렇게 작품에 더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뮤지컬·연극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스토리와 연출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배우나 음악, 대사도 전부 연출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표현 형식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 뮤지컬·연극은 공연 시간이 길어야 3시간 안팎이다. 이 시간 안에 모든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담아야 하므로 서사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표현 형식이 굉장히 중요하다. 전달하려는 스토리나 시사하는 바와 표현 형식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 혹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가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출가 인터뷰를 보면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도 작품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요소를 곁들인 것이 보인다. 예를 들어 뮤지컬 <더테일>은 주인공의 방 안에 여러 대의 거울을 설치해 아름다움에 민감하고 자신을 타자화하는 특성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했다. 이처럼 스토리와 표현 형식이 잘 조합되었을 때 작품의 매력이 증폭된다.

박재영 기자가 뮤지컬 및 연극을 관람하며 구매한 MD 및 프로그램북 < 사진 = 박재영 기자 >

 

뮤지컬·연극 기사를 많이 작성했는데, 어떤 점에 집중하는지 설명 부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 분석이다.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거기서 어떤 메시지를 뽑아낼 수 있을지를 중점으로 기사를 쓴다. 나는 올해 상반기에만 13개의 작품을 봤는데 그중에서 기사로 쓴 건 3분의 1도 안 된다. 개인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학보사 기사인 만큼 아무리 좋아하는 작품이라도 DGIST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아니면 기사로 작성하지 않는다. 대신 쓰고 싶은 글은 따로 개인 SNS로 후기를 쓴다. 특히 난해한 작품들은 충분한 해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에 본 연극 <나쁜자석>이 정말 해석하기 힘들었다. 레퍼런스를 20개 정도 찾아봤는데 온갖 공연 후기와 리뷰 기사, 배우 인터뷰를 읽었다. 배우들이 출연해서 작품 해석을 하는 공부방송프로그램도 여러 번 보고 나서야 글을 쓸 수 있었다.

지금까지 쓴 뮤지컬·연극 기사 중 가장 좋아하는 기사와 그 이유가 궁금하다.

<나쁜자석> 기사를 가장 좋아한다. 나는 작품을 보면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 가장 중요한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나쁜자석> 기사의 마지막 문단을 특히 공들여서 썼다.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고, 작품에서 흩뿌려 놓은 메시지 중에서 와닿은 것들을 모아보면 본인이 안고 있는 문제가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씨왓이라는 말이 있다. ‘씨왓아이워너씨라는 뮤지컬 제목을 줄인 말인데, ‘당신이 본 것이 정답이다라는 뜻이다. 뮤지컬·연극 은 해석의 갈래가 배우마다 다르고, 배우가 연기하는 노선도 그때그때 다르다. 그리고 같은 배우를 보더라도 관객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다. 모든 해석은 터무니없지 않고 원작자의 의도를 해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존중될 가치가 있다. 자신이 느낀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쓴 마지막 문단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기사다.

이번에 뮤지컬·연극 특집호를 발행하는데, 솔직한 심정이 궁금하다.

뮤지컬·연극 기사는 항상 애정을 가지고 쓴다. 한 편 한 편 발행할 때마다 감회가 남다르다. 정성껏 쓴 기사가 특집호로 나올 수 있어서 뿌듯하고, 내 기사를 계기로 한 사람이라도 더 연극과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발을 들였으면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면 분량상 기사를 많이 싣지 못했다는 것이다. 잡지처럼 여러 기사를 담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다른 뮤지컬·연극 기사는 DNA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뮤지컬과 연극은 진입 장벽이 낮은 취미는 아니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 가격이다. 하지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이용하거나, 1 5천 원에서 2만 원 사이로 저렴하게 볼 수 있는 온라인 중계 뮤지컬도 있다. 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은만원의 행복을 이용하면 1만원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기회들을 활용해서 영화 한 편 본다 생각하고 저렴한 가격의 뮤지컬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물론 뮤지컬이 취향에 안 맞을 수 있다. 한 번 봤는데 자신과 안 맞아서 안 보는 건 괜찮다. 하지만 평생 한 번도 보지 않고 지레짐작하는 건 너무 아깝다. 한 번은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강광휘 기자 kanghul@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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