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학년도 가을학기, DGIST 첫 교환학생으로 Ulm대학에 세 명의 DGIST 학부생이 파견되었다. 그중 글로벌ICT 봉사단부터 교환학생까지 여러 글로벌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승희 학생(’17)과 하예지 학생(‘17)의 교환학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방학 중 서로 다른 거주지로 인해 zoom으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하예지(이하 하): DGIST 17학번 하예지다.
- 이승희(이하 이): DGIST 17학번 이승희다.
Q. 교환학생 대상 대학 중 Ulm대학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하: Ulm대학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가 에너지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에너지라서 선택했다. 에너지 관련 과로 들어가지는 않고, 석사 과정의 화학과로 들어가 에너지 전공 관련 수업을 들었다. 영어 강의만 들을 수 있었는데, 학사 과목은 영어로 열리지 않아서 석사 과목을 들었다.
- 이: 원래 뇌과학에 관심이 있어서 뇌과학 분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학교로 가고 싶었다. Ulm대학 Neuroscience 관련 학과 파견 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고 Ulm대학에 지원했다. 그런데 Ulm으로의 파견이 결정된 상황에, Ulm의 Neuroscience 학과 측에서 학사는 받아줄 수 없다고 하여 급하게 생명과학 학과로 바꿨다.
Q. 수업 외 생활에서 언어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 이: 파견 기간은 10월부터 2월까지다. 정식 학기는 11월부터이며, 10월 한 달은 OT 기간으로 현지 국제협력팀에서 열어준 intensive German course에서 한 달 내내 독일어 수업을 들었다. 파견 전에 조금 공부하고 가기도 했고, 현지에서 독일어 수업을 듣기도 해서 생활에 문제는 없었다. 또 독일어를 쓸 상황도 많지 않았다. 강의가 모두 영어로 진행되고, 독일어도 마트에서 “몇 g 주세요.” 정도였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 하: 독일어 수업에서 독일어 기초부터 다졌기 때문에, 우리가 실생활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은 개별적으로도 외우고 공부했다. 수업에서 단어나 표현을 많이 배우고 활용할 수 있었다. “영어로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같은 질문을 외워 두었다가, 된다고 하면 영어로 질문하기도 했다. 대부분 영어를 잘한다. 그래서 독일어로는 정말 이승희 학생이 말한 것처럼 마트에서 잠깐 짧게 말할 때만 쓰고, 다른 때는 영어를 쓰면서 영어로 많이 소통했다.
- 이: 독일어만 할 수 있는 분과 전화하는 상황이 몇 번 있긴 했다. 그런 경우에는 하고 싶은 말을 번역기로 준비해두고 전화를 걸었다. 예를 들어, 택배를 반품할 때 독일어밖에 못 하는 분과 전화해야 했다. 독일어는 읽을 수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을 번역기로 다 돌려 두고 하고 싶은 말만 읽었다. 느낌으로 상대방의 반응이 괜찮다 싶으면 됐다 싶고, 아니면 미안하다고 하고 끊은 경험이 있다.
Q. 파견 시기가 코로나19 이후였는데, 교환학생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
- 이: 작년 10월에 파견되었지만, 교환학생 준비는 2020년 1월에 했다. 서류 제출 당시에는 이런 상황에서 가겠다는 마음은 아예 없었다. 코로나19가 없었을 때라서, 그냥 ‘교환학생을 가 봐야지.’하고 지원했는데, 최종 합격을 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가 조금씩 심각해졌다. 그래서 갈 수 있을지 상황을 지켜봤고, 갈 수 있으면 가자고 생각했는데 비자 발급까지 다 되길래 가야겠다 하고 갔다.
- 하: 나는 비슷하긴 하지만, 고민이 많았다. 교환학생 선정 결과는 2월에 거의 다 나왔다.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비자 발급도 7~8월에 신청했기 때문에 합격 이후 준비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취소할까, 다음에 가겠다고 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4학년이기도 해서 이번 아니면 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승희 학생이 있어서 조금 더 마음먹고 간 것이었다.
만약 혼자 파견될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더 심해졌다면 포기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Ulm대로 이승희 학생, 신근희(’16) 학생과 함께 세 명이나 합격했고, 의지할 사람이 있어서 용기 내어 갈 수 있었다.
Q. 교환학생 준비 과정에서 유의할 사항이나, 교환학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할 것이 있나.
- 이: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라면, 영어 성적을 만들 수 있으면 무조건 가라고 추천했을 것이다. 학교에서 지원을 정말 잘해주시고, 한 학기 동안 외국에서 살다 오는 것이 쉬운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면 선뜻 추천하지 못하겠다. 내가 독일에 있을 때는 백신도 보급이 안 되어 있었고, 한국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서 외출 금지령이 내려왔다. 그래서 바깥 외출을 못 하고, 기숙사 안에만 있다가 왔다. 교환학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고 왔다. 그러니 만약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 하는 학생이 나와 똑같은 상황을 겪을 것이라면, 준비할 사항 조언도, 추천도 쉽게 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일단 외국에 가고 싶다고 한다면, 그냥 영어 성적이 되면 한 번 넣어보라고 하고 싶다. 영어 성적 외에 크게 준비한 건 없다. DGIST에서 서류 합격할 때까지는 영어 성적 말고 딱히 한 게 없었다.
- 하: 영어 성적으로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에서는 영어로 수강 계획 등을 ppt로 만들어서 발표했다. 이건 조금만 찾아보면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는 거니까, 가겠다 마음먹는다면 토플 성적만 잘 넘기면 될 것 같다.
- 이: 첫 교환학생이라 경쟁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토플 성적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는, 학교마다 커트라인이 다르지 않나. Ulm대학의 기준 점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높다. Ulm대학을 가고 싶다고 한다면 토플 성적을 잘 받아 두어야 접수할 수 있을 것이다.
Q. 총 소요 비용이 궁금하다.
- 이: 먼저 받은 금액을 말하자면, DGIST에서 교환 학생으로 파견될 때 300만 원을 받았다. 또 Ulm대학이 소속된 주에서 교환학생 대상으로 주는 장학금이 있다. 서류를 준비해 제출해야 하지만 복잡하지는 않았고, 수강 계획 등 DGIST 면접 때 준비하는 서류와 비슷하게 준비하면 대부분 된다고 들었다. 우리 세 명은 모두 합격했고, 석 달 동안 한 달에 700~800유로 정도를 받았다. 총 수혜 금액을 환산하면 300만 원 정도 된다.
정리하면 장학금으로 수중에 600만 원 정도를 가져갔다. 여행을 넉넉히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총 비용을 천만 원으로 생각하고 사비를 준비했는데, 여행을 못 다녔다. 그래서 사비는 비행깃값 외에는 거의 쓰지 않았다.
- 하: 나도 비슷하다. 비용은 얼마나 쇼핑하고, 여행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쇼핑, 여행 등을 많이 다닐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장학금으로는 620~630만 원 정도 받은 것 같은데, 쇼핑이나 여행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나라로의 여행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 장학금으로 받은 금액으로도 충분하다. 교환학생이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최소 1천만 원을 생각하고 준비했다. 이왕 가는 김에 많이 돌아보려고 했는데 상황이 영 쉽지 않았다.
- 이: 교환학생 준비 비용부터 모든 과정을 통틀어 1천만 원 정도 든다는 말을 유튜브, 타 학교에서 교환학생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들었는데, 여행을 다닐 상황이 안 됐고, 여행을 안 하니까 숙박비나 식비의 지출이 거의 없어서 600만 원 정도로 충분했다. 사비로는 지출이 거의 없었다.
Q. UGRP를 마치고 7학기차에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만약 UGRP를 하지 않고 다녀왔다면 힘들었을까.
- 하: 꼭 같이하고 싶은 친구들, 하고 싶은 주제 등이 있다면 UGRP를 먼저 마치고 가는 것이 좋을 수 있다. UGRP를 마치지 않고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친구들과 시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 이: UGRP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공 수업을 듣고 전공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가는 게 좋겠다. 거기서 들어야 하는 과목이 석사 과목이고 영어 강의라서 전공 지식이 없으면 많이 힘들 것이다.
Q. 교환학생을 하고 싶은 이유는 해외 경험을 위한 것이었는지, 진로 계획과 연관된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 하: 전자가 크다. 대학생 때 가장 추구하고 싶었던 건 다양성이다. 그래서 ICT 봉사단도 다녀오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려고 하던 중이었다. 교환학생은 하고 싶은 목록에는 있었지만, DGIST에 없어서 참여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생겨서 해보려고 가게 됐다.
- 이: 원래 휴학 생각이 있었다. UGRP 끝나고 1년 휴학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환 학생 공고가 나서 한 학기 휴학하고 한 학기 교환 학기로 다녀오려고 마음먹었다. 시기가 잘 맞아서 간 것이고,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참여하려고 했다.
Q. 글로벌 프로그램에 대해, 하나 정도는 다녀와도 괜찮다는 생각인지 모두 해보는 것을 추천하는지 궁금하다.
- 이: 도전하는 것은 다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방학 때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무슨 일을 할지 모르던 찰나에 그때마다 괜찮은 글로벌 프로그램이 나와서 ‘이번 방학엔 이거 해야지’ 식으로 참여했던 게 많다. ICT 봉사단이 그랬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저학년 방학에 글로벌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본인과 잘 맞으면 많이 참여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Q. 기숙사에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 하: 독일 의대생 두 명과 함께 썼다. 대학에서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었지만 코로나19 시대이니 힘든 일이다. 그래서 플랫메이트로 외국인 두 명을 만난 것이 좋았다. 플랫메이트들이 의대생이라 자주 시험이 있어서 매일 놀지는 못했지만, 시험 끝난 날이나 서로 시간이 맞으면 식사를 같이 준비해 먹거나, 보드게임을 하거나, 칵테일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에 플랫메이트들이 본가로 돌아가기 전에 시간을 내어 함께 베이킹했는데, 독일의 크리스마스 쿠키인 Lebkuchen, Vanillekipferl를 해 먹었다. 2월 중에는 플랫메이트와 라클렛이란 치즈를 포함해 다양한 재료를 준비하고, 라클렛 그릴로 각자 취향껏 만들어 먹기도 했다.
Ulm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엔, 저녁으로 한국 음식으로 김치찌개, 달걀말이, 두부김치를 만들어서 같이 먹었다. 그리고 속도 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에 가서, 밤 10시경에 차 없는 도로에서 170~180km/h도 달린 게 재밌었다.
- 이: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현지 학생들이 본가로 돌아갈 때 갈 곳이 마땅히 없던 우리는 기숙사에 머물렀다. 유튜브로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고, 새해 첫날에 다 같이 떡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교환학생 초기, 외출 금지령이 내리기 전에는 Ulm대학에 온 교환 학생들이 만나서 스페인, 멕시코, 이탈리아 친구들과 함께 각 나라 음식을 준비하고 다같이 먹은 적이 있다. 우리는 김밥을 준비해갔다.
힘들었던 일로는, 시험 기간이 정해진 게 아니라 과목별로 시험 날짜가 달랐던 것이다. 낙제점을받지 않고 성적을 받아야 한국에서 인정되니까, 1월부터 2월 말까지는 방에서 계속 공부만 했다.
- 하: 시험 일정이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 보는 것이었는데,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다. 중간고사가 없으니 공부를 초반에는 안 하고 놀다가, 시험이 다가오면 전 범위인 것이다. 기말고사 이후 재시험의 기회가 있지만, 일정상 재시험을 보지 못하고 귀국해야 했기 때문에 1월 중순부터는 많이 신경 썼다.
- 이: 중간고사라는 개념이 없고, 진도가 끝나면 마지막에 시험을 보는 방식이다. 첫 번째 시험에서 F를 받으면 재시험 기회가 주어지는데, 재시험을 보지 못하고 귀국해야 하니 첫 번째 시험의 부담이 컸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한다.
- 이: 글로벌 프로그램 참가를 후회하지 않아서, DGIST 학부생 모두 기회가 된다면 많이 참가했으면 좋겠다.
교환학생 간 것 자체는 정말 좋았는데, 돌아와서 거쳐야 할 행정 처리가 정말 복잡하고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교환학생 준비를 했으면 한다. 교환학생 준비과정 자체는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다녀와서 학점을 인정받는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다. 물 흐르듯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는 안 했으면 좋겠다. 또 혹시 교환학생을 Ulm대학에 가게 되었는데 행정처리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으니 개인 메일(sally10914@dgist.ac.kr)로 연락하셔도 좋다.
- 하: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추억도 많이 쌓고 잘 놀다 왔다. 하지만, 스트레스받는 것도 많았다. 시험에 대해 정보도 잘 모르는데, 기회가 한 번뿐인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 DGIST 교환학생이 처음이었다 보니 정립되지 않은 것이 많은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DGIST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 부수적인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른 학교도 행정 문제로 스트레스받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워낙 선례가 없다 보니, 파견 전부터 미리 국제협력팀과 많이 상의하고 결정해두고, 행정적인 학점 변환 등에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손혜림 기자 hr2516s@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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