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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책] 한국엔 왜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

문화

2021. 5. 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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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논쟁 <사진 = 창비 제공>

  한국엔 왜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쳐 사실상 초기화된 한국은 70년 동안 경이로운 발전을 이뤄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 의하면 한국의 과학기술력은 OECD 6위에 속한다. 이에 보답하듯 한국의 2020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OECD 1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이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공부 논쟁」은 이에 관한 하나의 논제를 표방한다.

  이 책은 서울대 교수 형제, 김두식 법학과 교수와 김대식 물리학 교수의 대화로 전개된다. 두 교수 모두 한국 대학 출신, 해외 대학원을 거친 한국 대학교수로 한국 내 학계들의 실체를 몸소 겪었다. 비판 의식 가득한 두 교수는 국내 대학원 내외의 대우에 대해 보고 들은 경험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과학과 국력, 자연과학과 공학

  과학은 국력의 토대다. 군대 무기 및 기술 모두 과학이며, 최근에는 첩보, 도청, 해킹을 포함하는 사이버 전쟁이라 일컫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 전쟁도 주목받는다. 기술 하나하나가 돈이기 때문에 경제에서도 과학은 빠질 수 없다. 국력은 공학의 발전과 함께 발전한다. 자연과학이 공학의 토대이기에 자연과학과 공학의 균형적 발전이 중요하다. 그런데 희한하게 한국에서는 자연과학이 지나치게 천대받는다. 대학교 입시에서도 자연과학부 보다는 공학부를 선호한다. 김대식 교수는 자본주의와 엘리트주의의 혼재를 이에 대한 주 이유로 꼽는다.

 

한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

  엘리트주의란 일부 엘리트들에게 모든 인프라를 몰아주는 사상이다. 성적순으로 나누어서 상위권 학생들을 지원하거나 성과가 높은 일부 대학원, 랩실만 지원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엘리트주의다. 김대식 교수는 소수의 엘리트가 다수를 먹여 살린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이 위험한 사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100개의 연구실에 1억씩 지원해주는 것과 1개의 연구실에 100억을 지원해주는 것 중 어느 경우의 연구 성과가 좋을까? 전자다. 과학적 발견에서 우연 요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유명한 몇몇 연구를 살펴보자.

  표지 단백질로 안 쓰이는 곳이 없는 GFP(Green Fluorescence Protein)는 화학자 시모무라가 10일 동안 해파리의 발광 과정을 연구하다가 실험체들을 개수대에 버린 후 나가려는 찰나 발광하는 것을 발견했다. 배아 발생 과정의 유사성은 폰 베어가 여러 연구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기르면서 발견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도 실험 중 실수로 방치한 푸른 빵 곰팡이가 다른 세균을 죽이는 것을 우연히 관찰한 것으로 유명하다.

  위 연구들은 모두 노벨상 수상 연구이다. 그 어느 연구에서도 돈보다는 약간의 의표와 이를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열정이 전부다. 김대식 교수도 이점을 지적했다. 한국은 1개의 연구실에 100억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로 드러나는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자연과학 랩실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한국은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

 

영재학생이 보는 영재학교

  이 책은 고등학교 입시 체계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엘리트주의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 과학고등학교(이하 과학고)와 과학영재고등학교(이하 영재학교). 이들은 수학, 과학 분야에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한 교육을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이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중학생들은 매년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이 시스템의 문제점은 그다지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과학고와 영재학교로 오는 현실이다. 김대식 교수는 영재학교를 입시용 도구라고 표현한다.

 

  김대식 교수는 학술계의 모순점들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엘리트주의 외에도 공감할 만한 문제점을 탁월하게 짚어내고 서술한다. 대화 형식이기 때문에 토크쇼 보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두 교수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편협하고, 노골적이다. 그러나 털어놓을 곳이 없어 답답했던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속 시원하게 비판해 준다. 한국 곳곳에 스며 있는 엘리트 주의와 한계점에 대해, 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치와 한계에 대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서휘 기자 tjgnl81@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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