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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에 만나는 피카소와 입체주의

문화

2019. 1. 3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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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주의의 색채를 볼 수 있는 로베르와 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리듬” 시리즈 <사진=신민혜 기자>



전시 포스터 <제공=피카소와 큐비즘 전시 홈페이지>


 

바쁜 DGIST 학생들에게 학기 중 문화생활은 사치에 가깝다. 학술정보관에서 간단한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비슬문화행사로 가끔 공연을 접할 수도 있지만 전문적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DGIST 학생들에게 겨울방학은 문화와 만날 수 있는 좋은 기간인데, 이번 방학 방문하면 좋을 법한 전시회가 있다. 바로 피카소와 큐비즘전이다. 전시를 담당한 조아라 큐레이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피카소와 입체주의, 그리고 과학인으로서 미술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생각해 보았다.

 

피카소와 큐비즘전은 서울 예술의전당 내 한가람미술관의 기획 전시로 331일까지 진행된다. 프랑스에서 20세기 미술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중인 파리시립미술관 걸작선인데, 입체주의의 시간에 따른 흐름을 볼 수 있다.

 

피카소와 큐비즘전의 원 제목은 큐비즘과 큐비스트이다. 큐레이터에 따르면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여러 화가의 작품을 모아 놓은 전시이므로 원제를 이처럼 정하였으나, 대중에게 입체주의가 낯설 수 있기에 입체주의의 대명사격인 피카소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그러나 피카소 이외에도 폴 세잔, 조르주 브라크, 페르낭 레제, 후안 그라스 등 여러 주요 입체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의 제목이자, 관통하는 주제인 큐비즘이란 무엇일까? 큐비즘, 즉 입체주의는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일어난 표현 양식으로 서양미술사의 가장 혁신적 미술혁명이라고 불린다. 큐비즘이란 이름은 1908년 마티스가 입체주의 화가인 브라크가 그린 에스타크 풍경이라는 작품을 보고 입체(큐브)의 덩어리라고 평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르네상스 이후 미술계는 아름다움과, 감정을 주로 담아서 대상을 모사하는 작품들을 그려왔다. 그러나 입체주의는 전통회화의 틀을 파괴하고 대상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창작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입체주의는 피카소가 아비뇽의 여인들을 발표한 이래로 급격하게 발전하였으며, 이후 다양한 현대미술이 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입체주의는 폴 세잔에 의해 시작되었다. 피카소와 브라크 등 젊은 화가들은 그의 화풍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그는 자연은 원추, 원통, 구체로 형성된다는 말처럼 자연의 여러 형태를 간단한 도형들로 기하학적으로 축소시킨 그림을 그렸다.

 


폴 세잔, 물가의 저택, 1890년경



이번 전시회도 세잔의 작품으로 시작된다. “햇살을 마주 본 레스타크의 아침물가의 저택에서 간단한 도형들로 표현된 자연을 볼 수 있다. 큐레이터에 따르면 이 작품은 전시의 대부분을 빌려 온 파리 시립미술관이 아닌 이스라엘 국립미술관에서 대여해 온 것이다. 파리 시립미술관은 세잔의 작품이 없었으나, 입체주의의 시작이라는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세잔의 그림을 전시하고자 따로 기획되었다. 이후 눈여겨 볼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나란히 걸려 있는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과 브라크의 여자의 두상에서 정통파적 입체주의를 볼 수 있고, 들로네의 작품으로 단순한 도형을 통해 나타난 화려한 색채를 볼 수 있다. 전시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부분은 마지막 전시관에 걸린 로베르와 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대형 작품이다. 5m가 넘는 초대형 장식화로, 처음으로 외부 반출되는 작품으로 압도적인 크기와 화려한 색채 구성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전시장 내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 작품이 위치한 전시관에서는 촬영이 허용되어 입체주의의 색채를 마음껏 담을 수 있다.

 

입체주의에는 과학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피카소는 과학 혁명이 일어나던 20세기의 화가로, 기하학, 물리학 등에 큰 영감을 받았다. 그는 내 그림들은 모두 연구와 실험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그림을 논리를 가진 연구로 생각했다. 그는 대상을 여러 면에서 본 후 이를 해체하여 가장 대상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부분들로 한 화면에 재구성해냈다. 2차원의 캔버스에 3차원의 사물을 나타낸 것이다. 피카소의 그림의 대표적인 특징인 뒤틀린 이미지는 이러한 의도에서 기인한다. 형태의 혁명 이외에도 유화물감만이 사용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래나 지푸라기 등을 사용한 재료의 혁명,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는 색채의 혁명 등이 입체주의와 함께 찾아왔다.

 

과학을 전공하는 DGIST 학생들에게 미술 작품을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예술과 과학은 언뜻 양 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과학에서 영감을 받고, 자연을 객관적으로 탐구하는 한편 과학자들도 미를 추구하며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여러 예술작품을 보는 것은 DGIST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관점을 제안할 수 있다. 큐레이터에 따르면 미술관은 작품은 물론 정교하게 구성된 색채, 조명, 음향 등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혼란스러운 일상을 벗어나 정적인 공간에서 미술작품과 나만이 마주하는 휴식을 갖는 것은 삶의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이다.

 

반면, 미술 전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전시회를 가는 것에 막연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큐레이터에 의하면 전시회는 기본적으로 대중들을 위한 공간이므로, 전공자가 아니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림을 보고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며, 누구나 할 수 있다. 파리 시립미술관의 미술관장의 말에 따르면, 큐레이터는 유명한 작품의 전시에서 그치지 않고, 전시 기획 목적에 맞게 덜 알려진 그림들을 어둠에서 빛으로 꺼내 올 때 직업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렇듯 미술관에 간다면 유명한 작품의 관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생활상이 그림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기획 의도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난다면 보다 유의미한 관람이 될 수 있다. 많은 미술관은 무료 도슨트, 오디오 가이드 등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주요 작품과 전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안내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면 미술관마다 배치된 도록을 구매하거나, 관람 전 읽고 간다면 전시의 전체적인 이해도를 올릴 수 있다.

 

피카소는 창조의 모든 것은 파괴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겨울, 예술과는 거리가 있었다면 기존의 틀을 깨고 미술관에 가서 새로운 창조의 아이디어를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신민혜 기자 shinminhye@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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