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희 교수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 왼쪽부터 ▲정란주 교수 ▲정옥희 교수 ▲이성빈 교수 ▲양호순 교수 ▲조연정 교수 . < 제공 = 신물질과학전공 >
10월 12일, 신물질과학전공과 교무처 주최로 ‘찾아가는 여성 과학자 간담회’가 열렸다. 패널로는 한국물리학회 여성위원회 소속인 ▲정란주 광운대학교 교수 ▲정옥희 순천대학교 교수 ▲이성빈 KAIST 교수 ▲양호순 부산대학교 교수 ▲조연정 경북대학교 교수가 함께했다. 본문에서는 간담회 내용을 ▲결혼 및 임신과 경력단절 ▲육아 문제 ▲성차별적 언어와 성희롱 등 3가지 주제로 나누어 재구성했다.
[결혼 및 임신과 경력단절]
DGIST 학생들의 가장 주요한 관심사는 경력단절이었다. 학생들은 이공계 직장에서 실제로 경력단절 문제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었다.
직원이 임신해서 공백이 생기면 기업은 곤란하다. 이는 현실적인 문제다. 갑자기 공백이 생길 수 있으니, 임신한 사람은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곤 했다고 정란주 교수가 전했다. 출산하고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한다. 아예 기업이 직원을 뽑을 때 부터 가임기 여성을 꺼리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적·시스템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결혼하면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냐’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조연정 교수가 언급했다.
경력단절을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양호순 교수는 분야 특성상 임신상태에서도 실험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래도 어려움은 있기에 남편의 도움과 협조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리학이 인생의 전부라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으면서 시야를 넓히게 됐다. 결혼하는 것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한편, 정란주 교수는 “결혼하지 않은 삶에 꽤 만족하고 있다. 요즘 말하는 비혼이라는 선택지도 가능하겠다 싶더라”고 언급했다.
[육아 문제]
결혼과 임신에는 육아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엄마’에게 더 많이 지워지는 육아 부담을 어떻게 극복했고, 어떻게 육아와 일을 병행해서 계속할 수 있었는지 경험을 나눴다.
정옥희 교수는 본인이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 결혼하고, 출산한 후에 유학했다. 공부하다 보니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해 걱정했는데, 아이는 오히려 엄마가 공부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정 교수는 아이를 많이 돌보지 못하는 것에 심하게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아이를 키우느라 여러 어렵고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양호순 교수는 ‘역시 여교수라 그런다’는 말이 무서워서, 문제가 생겨도 아이를 보러 가야 한다고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남자 교수는 아이를 보러 가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이성빈 교수는 “카이스트는 젊은 교수님이 많아서인지 공동육아가 잘 자리 잡혀있다. 여전히 엄마이기에 아빠보다 요구되는 것이 많지만,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격려했다.
[성차별적 언어와 성희롱]
남성이 여성보다 특히나 많은 이공계에서, 성차별적 언어와 성희롱 문제는 고질적이다. 정란주 교수와 정옥희 교수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일상적으로 대화할 때나, 함께 술을 마실 때 성차별적인 말과 성희롱이 될 수 있는 말이 많이 오갔다고 한다. 당시에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지만, 서로 기분 상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문제를 알려 주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호순 교수는 어떤 말이 성희롱이고 성차별적인 말인지 본인도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친한 사이가 아니면 문제를 제기하는 게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정란주 교수는 학교별로 상담소가 잘 마련되어 있으니 상담 문의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본인이 겪은 성차별로, 석사 과정이 끝나고 유학을 하러 갈 때, 지도교수가 ‘여자니까 이론 물리를 하라’라고 말했던 경험을 나눴다. 양 교수는 본인 뜻대로 실험 물리를 했는데, 적성에 맞아 잘 공부했다고 한다. 여성에 관한 편견은 있지만, 그 편견에 구애받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성빈 교수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들으면 힘들 수 있지만, 좋아하는 학문이기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나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더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고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직 편견을 가진 사람이 많아 차별은 있지만, 앞으로 더 개선되리라 기대한다.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정옥희 교수는 “편견을 가진 사람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야 한다. 어떤 일을 당했다면 가만히 있기보다는 드러내야 한다. 사회를 바꾸는 힘 중 하나는 계속해서 말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우리가 여성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모든 여성을 대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 경험을 나누는 것이 조금이나마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찾아가는 여성 과학자 간담회는 한국물리학회 여성위원회에서 신청한 학교에 찾아가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공계에서 여성의 소수성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 고민이나 진로 등에 관하여 학생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행사다. 2010년에 시작해,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한양대 ▲경희대 ▲인천대 ▲KAIST ▲아주대 ▲전북대 ▲한림대 ▲강원대 ▲한양대 에리카 ▲부경대 ▲서울시립대 ▲인천숭덕여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부산대 ▲경희대 ▲GIST에, 이번 DGIST까지 총 20개 대학을 방문했다.
이동규 기자 kinkigu@dgist.ac.kr 이동현 기자 lee0705119@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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