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순간부터 일기를 쓰지 않았다. 하루의 마침표, 기억을 심는 행위가 일기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앞서 썼던 일기를 읽으며 추억에 젖던 나를 멀리한 채. ‘어느 순간부터 쓰지 않았나’가 중요하지 않았다. ‘왜 알면서도 안 쓰는데.’ 귀찮음이 아니었다. 매일매일, 하루 24시간이 똑같이 흘러가 삶에 흥미를 잃은 것이었다.
그런 쳇바퀴 같은 삶이 너무도 싫었다. 하지만 그 증오가 내 삶을 바꾸지는 못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옥죄어 오는 입시 속에서 나는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 밧줄이 풀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익숙한 삶에서 새로움을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똑같은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똑같은 삶을 만들었다.
우리는 반복된 삶을 산다. 강의실, 기숙사, 강의실, 기숙사. 가끔 삶의 목적에 대해 궁금해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그 삶 속에 갇혀버린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탈현풍, 오늘은 떠나는 날이다.
연극 「와일드 패밀리」 공연 사진 <사진 = 임다빈 기자>
유쾌함에 빠지게 되는 연극 한 편
대구 동성로 거리를 쭉 걷다 보면 아트플러스 씨어터, 송죽 씨어터 등에서 나오는 많은 연극이 매일 밤을 수놓는다. 보기만 해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로맨스물, 유쾌함 속에 가족, 그리고 감동을 부르는 가족, 코미디 장르 등. 그 속에서의 즐김은 새로운 하루를 빚어낸다.
연극은 영화와는 다른 특색 있는 매력을 자아낸다. ‘극과의 거리’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은 관객과 소통하며 극을 이어 나간다. 주인공을 찾으며 관객한테 찾아 달라며 얘기하기도 하고, 시간을 묻거나 박수를 유도하는 등 관객을 극과 함께 가도록 한다.
내가 봤었던 ‘와일드 패밀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우는 극 도중 말을 걸고, 장이 끝날 때마다 호응을 이끌며 극에 몰입하게 한다. 코미디 연극 러닝타임 내내 계속 웃고 있었다. 물론 그 속엔 따듯한 감동 또한 있었다. 무겁지 않게, 가볍게 웃음 짓고 싶다면 연극 한 편을 권해본다.
2018 달성 100대 피아노 <사진 = 류태승 기자>
100대 피아노, 그 강한 울림에 젖다
매년 가을밤 주말에 한 번, 사문진 나루터에서는 100대의 피아노 소리. 그리고 피아노와 어우러진 대중음악과 뮤지컬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100대의 피아노가 일으키는 웅장함과 멋, 그와 어우러지는 가수들의 목소리에 취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클래식에 관심이 없더라도, 지루함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 100대의 피아노가 함께 운명 1악장을 연주하는 순간 그 속에 빠져들게 된다. 반주라고 곁들임이라 생각되던 피아노가 ‘웅장하다. 강하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니까.
또한 대중음악, 재즈, 뮤지컬 음악인의 목소리, 그리고 그와 함께 흐르는 피아노 소리는 그저 감상에 젖도록 한다. 음악인들의 감성, 그를 든든히 받쳐주는 피아노, 그걸로 충분하다. 음악과 함께 밤을 보내기에 말이다.
이처럼 떠남은 새로운 하루를, 새로운 나를 선물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간다. 비록 여행이 아니어도, 잠시라도 좋다. 무언가 마음이 생긴다면, 생각이 난다면 한 번 가보는 것이 어떨까? 조금의 시간이라도 멋진 하루를 선물 받을 테니까.
It’s today. Oh, it’s my favorite day! 오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이네!
–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中. 오늘같이 좋은 날, 오늘은 또 무엇을 할까?
임다빈 기자 frankful@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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