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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영화는 운명이다, ’김녕회관‘ 문재웅 감독과 마주하다

문화

2018. 11. 2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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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대구단편영화제가 끝난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뇌리에서 가시지 않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달달한 사랑을 담은 단편영화김녕회관이다. 대구단편영화제 지역단편영화 특별전에 초청된김녕회관문재웅 감독을 만나 그의 삶과 영화관을 들여다보았다.

 

△ 김녕회관 포스터 < 제공 = 문재웅 감독 >



내게 영화는 운명이다

 

문 감독은 장편영화에 없는 단편영화만의 독특함에 푹 빠졌다. 자칫 이야기가 길어져 그 맛이나 재미가 떨어질 수 있는 걸 단편영화가 재치있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획만 있다면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장점도 문 감독이 단편영화를놀이라고 생각하게 도와주었다.

 

단편영화를 택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상업영화는 누군가 큰돈을 투자했기에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반면, 독립영화는 비교적 자유로워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마음대로 걸어 가볼 수 있는, 새롭고 신선한 장점이 있다. 물론 단편영화를 찍는데도 돈이 든다. 문 감독은 영화와 여행을 비교한다. 여행 갈 때도 필요한 만큼 돈을 저축하는 것처럼 저축하고 영화를 찍는다면, 여행에선 사진이 남고, 단편영화에선 영화가 남는다. 더불어 문 감독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단편영화는 즐거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하든 특별하든 어떤 상황을 시처럼 표현하며, 만드는 게 즐거운 놀이에 가깝다는 것이 단편영화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장편영화가 소설이라면 단편영화는 시다

 

문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만들어서 보여주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억지로 그의 욕구를 억누르기보다가자, 내가 함께 할게라는 생각으로 지지해주었고, 이것이 오늘날 단편영화를 찍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어렸을 때부터 간직하던 내면의 창작 욕구가 단편영화로 승화된 것이다.

 

18,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보며 독학으로 단편영화를 배웠다. 혼자 하다 보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기에 좋은 영화를 반복해서 찾아보고, 연구하며 좋은 영화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길렀다고 한다.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열정적인 감독이다. 문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볼 때는 관객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스스로가 훌륭한 관객이 되어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대본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소재에서 시작된다. 소재 속에서 행동할 인물을 창조하고, 사건을 만들어서 조합하면서 대본이 완성된다. 문 감독은 단편영화포구를 촬영하면서 생긴 일을 기억에 남는 일화로 꼽았다. 8월 무더운 여름에 머리숱이 별로 없던 아버지 역의 배우는 강렬한 태양 때문에 머리에 화상을 입었다. 문 감독은 당시 명장면이 하나 있다고 한다. 하도 가족들이 아버지를 귀찮게 하니까머리가 정말 뜨거워!”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촬영 전 시나리오 쓸 때는 머리에 화상이 입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썼으니, 배우가머리가 정말 뜨거워!”라고 소리칠 때 모든 사람이 빵 터져버렸다고 한다. 머리가 복잡해서 뜨겁다고 말한 건데, 화상을 입어서 뜨겁다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배우가내가 머리 화상 입고, 대머리가 되면 어떻게 할 거냐. 책임져라.”라고 해서, 문 감독은 농담처럼칸영화제 선정되면 칸에 데려가겠다라고 말했다. 근데, 덜컥 칸에서 초청 소식이 들어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배우는 다른 일정이 생겨버려서 함께 칸에 갈 수 없었다. 문 감독은 이 일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도, 배우가 다행히 대머리가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은이가 운영하는 김녕회관 앞을 지나는 훈석 < 제공 = 문재웅 감독 >



이번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에 초청된김녕회관은 제주도 김녕리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짝사랑을 주제로 삼아 전개된 영화이다. 김녕회관은 제주도에 내려간 작곡가훈석이 마을 펍 사장은이에게 호감이 생겨 그녀가 좋아하는 피아노곡을 작곡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자존심만 세고 부끄럼이 많던 훈석은 은이에게 제대로 마음도 표현 못 하고 주변에서 뱅뱅 맴돌기만 한다. 문 감독은 이런 훈석을 옆에서 보면 정말 웃긴다고 말한다.

“삶이란 게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요. 엄청 심각하다고 생각해도 사실 그다지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냥 좋아하면 좋아한다 하고, 차이면 차이고. 또 고백하면 되지 않을까요? 걱정이나 심각함을 좀 내려놓고 가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리고 사랑은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 제공 = 문재웅 감독 >



영화에서 훈석이 바라보는 세상은 무채색이었다. 하지만 오직 은이를 볼 때만 장면에 색이 입혀졌다. 문 감독은 흑백과 컬러가 오가는 영상의 영감을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프란츠(Frantz)’란 작품에서 받았다고 한다. 이에 훈석의 고독한 상태를 무채색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우울할 땐 세상이 잿빛으로 보인다고 하죠. 아주 쓸쓸하고 고독할 때 말이죠. 훈석의 상태가 그래요. 고독하고 외롭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땐 생기가 넘치고, 세상이 화사하게 느껴져요. 그걸 표현했어요.”

 

‘김녕회관’에는 비상회담에 나왔던 알베르토 씨가 나온다. 비정상회담을 즐겨보며 알베트로 씨의 팬이었던 문 감독은 웃는 모습이 아주 순박하고 맑은 모습에 캐스팅을 진행했다. 은이가 외국인과 친하다면 어떤 사람이랑 친할까에 대해 생각해보니, 알베르토 씨가 떠올랐다고 한다. 게다가 훈석은 외국에서 피아노를 공부했기에 나름 서양인에 대한 경쟁심이나 열등감도 있을 것 같아서 캐스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문 감독은 직접 소속사에 연락해 꼭 알베르토 씨를 캐스팅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했었다.


△ 김녕회관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열고 있다 . < 제공 = 문재웅 감독 >


 

김녕회관은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제주도 김녕리를 배경으로 삼았다. 문 감독은 김녕의 자연과 더불어 예쁜 펍도 있어 영화를 김녕에서 찍었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하나같이 자연환경을 너무 잘 담았다고 칭찬했다. 이에 문 감독은자연을 담는 특별한 촬영기법은 없는 거 같아요. 평소 자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그 아늑함이 좋아서 제가 보는 시각이 촬영에 드러나는 거 같아요.”라고 답했다.

 

김녕회관은 실존하는 펍이다. 문 감독은 미술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없었던 당시, 바닷가 마을 근처 예쁜 카페와 펍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물색했다. 촬영감독이 추천한 김녕회관이라는 펍을 보고바로 여기다라는 생각이 들어 촬영장소로 결정했다고 한다. 


문 감독이 영화제에서 눈여겨본 작품도 있었다. 다 좋은 작품이지만, 굳이 꼽자면목욕탕 가는 길이 정말 좋았다고 한다. 인물의 감정과 생각, 상황을 하나하나 드러내고자 하는 촬영의 세밀함과 섬세함이 좋았다고 한다. “감독님이 고민 정말 많이 하고 찍었구나. 작은 것도 볼 줄 아시는 거죠. 등장인물이 느끼는 아픔을 엿볼 수 있고. 좋았던 작품이에요

 

독립영화관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다. 더 많은 작품을 원하는 관객과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창작자 간 중간 매개체는 영화관이다. 문 감독은 독립영화관이 분명 늘어나야한다고 말한다. 문 감독은 작은 카페에서도 독립영화 상영회를 할 수 있도록 극장에 대한 법률과 기준도 손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관만으로는 운영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카페나 펍에서 주말마다 상영회를 진행할 수 있다면, 전국 각지에서 더 많은 관객과 창작자들의 욕구를 해소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문 감독은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을까? “앞으로 많이 고민해봐야겠어요. 하지만 청년에 대한 주제로 접근해보고 싶어요. 제가 청년이다 보니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죠. 그러니까 자꾸 해보고 싶어요문 감독은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 두려움과 복잡한 감정이 들쑥날쑥하는 이 시기의 삶을 나중엔 다루기 어려워질 거 같아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과학자들과의 협업도 잊지 않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물리학자 킵 손과의 협업처럼 과학과 영화는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공상과학 이야기를 좋아하는 문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도 좋아한다. “과학자와 같이 협업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녕회관‘은 제주혼듸독립영화제나 이디아 커피랩 독립영화상영회 등에서 꾸준히 상영 요청이 들어온다. “제 영화가 재밌다면 앞으로 더 불러주시겠죠. 그런 날을 항상 기다립니다. 언제든 제 영화가 보고 싶다면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같이 제 영화를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좋은 추억 쌓고 싶네요!”

 

류태승 기자 nafrog@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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