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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생이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캠퍼스

2025. 10. 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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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디어를 보면 연애 프로그램, 커플 인스타그램, 연애툰 등 연애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인기이다. 어느새 친구들도 연인이 생겼고 더 이상 나를 만나주지 않는다. 모두가 연애하는 것만 같은 이 세상, 나의 옆구리가 시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알아보고자 통탄한 마음을 안고 DGIST 학생들의 연애 실태를 파악해 보았다.

 

본 설문조사는 9 3일부터 9 12일까지 진행되었으며 DGIST에 재학 중인 대학생 및 대학원생 326명이 참여하였습니다.

 

DGIST 학생 절반이 나는 솔로”… 타교는?

 

현재 연애 중인 DGIST 학생의 비율 및 소속, 성별에 따른 분포 <그래픽=김오민 기자>

 

조사 결과 DGIST 학생의 55.2%가 현재 연애 중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언뜻 보면 높은 수치처럼 보이지만 타교랑 비교해 보면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2024연세대 조사에서는 38.3%만이 연애 중이라고 답했고, 한국일보 2001~2004년생 대상 조사에서는 26%에 그쳤다. 오히려 DGIST 학생들의 연애 비율(44.8%)이 더 높은 셈이다.

눈여겨볼 점은 성별 격차다. 여학생의 55.9%가 현재 연애 중인 반면, 남학생은 36%에 그쳐 19.9%p 차이를 보였다. 또한 대학원생(50.7%)이 학부생(40.6%)보다 연애 중인 비율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학부연구생을 하다가 사랑에 빠졌습니다

현재 연애 상대를 만나게 된 경위 <그래픽 = 김오민 기자>

 

현재 DGIST에서 연애 중인 사람들의 56.8%는 소위 캠퍼스 커플(CC)’이다. 캠퍼스 커플이 많은 만큼 현재 연애 중인 학생들이 연인을 만난 경로는 동아리가 1위였고, 소개, 대외활동, 수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소수지만 학부생 연구원 활동, 인턴, 분반 활동 등 다양한 교내 활동을 통해서도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만나고 싶지만, 시도는 안 해

연애하지 않는 학생 중 83.9%연애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상당수의 학생이 연애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들은 왜 연애를 못하고 있을까?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 <그래픽 = 김오민 기자>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이성을 만날 기회 부족이 가장 많았으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함이 근소한 차로 뒤를 이었다. 그 아래로는 ▲“시간 부족” ▲“소개가 안 들어와서” ▲“연애가 부담스러워서” ▲“자존감 문제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것은 실제로 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가이다.

 

전체 응답자의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한 노력 <그래픽 = 김오민 기자>

 

애석하게도 현재 연애 중이 아닌 사람들의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한 노력 1위는 시도하지 않음(65.56%)”이었다. 그러나 현재 연애 중인 사람들도 연애 이전 포함 연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했냐는 질문에 시도하지 않음(54.44%)”이 응답률 1위였다. 무엇이 다른 걸까?

연애 중인 사람들은 소개팅이나 미팅 같은 '의도적 노력' 없이도 동아리, 수업, 학부연구생 활동 등에서 자연스럽게 만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사귀고 있는 상태. 남은 솔로들에게는 조금 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DGIST라는 환경, 참작 사유인가 핑계인가

 

대구 주요 대학 위치 및 DGIST에서 대구 시가지까지의 교통편 <그래픽 = 김오민 기자>

 

학생들이 체감하는 DGIST의 연애 환경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DGIST의 지리적 환경이 연애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학생이 76.1%에 달했다. “현풍은 같은 대구라도 장거리 연애가 된다”, “교동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학교 규모와 공대 중심 구조에 대해서도 67.5%가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종합대학에 비해 소문이 너무 빠르고", "성비가 극단적",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 응답자는 "작은 규모로 인해 인간관계도 좁고, 더 조심스러워진다"고 토로했다.

특히 헤어짐 후의 부담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학교가 작아서 헤어지면 피해 다녀야 함", "하루에 꼭 한 번은 마주침"이라는 현실적 우려들이다.

학업과 생활 환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47.9%가 연애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지만, "연애할 사람은 어떻게든 한다"는 반박도 적지 않았다.

 

디지생들이 원하는 연애 상대는?

 

학생들의 연애 상대 선택 기준(%) <그래픽 = 김오민 기자>

 

DGIST 학생들이 꼽은 연애 상대 선택 기준 1위는 성격(89.0%)이었다. 뒤이어 외모(76.4%), 가치관(74.8%), 소통(61.7%)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응답으로는 남학생은 성격, 외모, 가치관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고, 여학생은 이 세 가지 외에도 소통, 감정 표현, 취미 등 남학생보다 다양한 요인에 응답하는 사람이 많았다.

위에서 선택한 요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자 다양한 답변이 쏟아져 나왔다.

남학생의 경우 귀여운 사람’, ‘잘 웃고 착한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감정 기복이 적은 사람처럼 자주 나오는 답변부터 설윤 닮은 사람’, ‘안 때리는 사람’, ‘테토녀’, ‘안경 쓰고 벗고의 차이가 큰 사람등 개인적인 취향까지 각기 다른 연애 상대를 찾는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여학생도 남학생과 비슷하게 귀여운 사람’, ‘잘 웃고 착한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공통으로 많이 나왔다. 다른 점은 남학생에 비해 개개인이 매우 구체적으로 자신의 이상형을 적었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사고 없는 사람’, ‘정치색이 비슷한 사람’, ‘면치기를 하지 않는 사람’, ‘하얀 사람’, ‘음식 잘 사주는 사람’, ‘덩치 있는 사람’, ‘날씬한 사람’, ‘반전매력(띨띨할거 같은데 똘똘하거나 그 반대)’ 등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성격, 외모, 가치관을 중요시하지만 각각의 취향은 다를 수 있음이 보였다.

 

디지생도 연애할 수 있어

 

응답자들이 평가한 연애 상대로서 자신의 평균 점수 <그래픽 = 김오민 기자>

 

DGIST의 학생 약 28%는 현재 연애를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모태솔로다.

설문조사에서 자신은 연애 상대로서 얼마나 괜찮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10점 만점으로 자신을 평가했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은 6.78.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거나 경험 자체가 없는 경우 자신을 더 박하게 평가했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이 사실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가장 평균 점수가 낮은 집단은 연애 경험이 없는 남학생(5.44)”이었으며 가장 평균 점수가 높은 집단은 현재 연애 중인 남학생(7.69)”이었다.

연애를 못 한 이유를 너무 자신에게 돌린 탓일까, 아니면 애초에 자신감이 부족해서 연애를 하지 못 한 것일까.

앞서 봤듯이, 학생들이 원하는 이상형을 단순히 외모, 성격, 가치관 등 카테고리로 보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파고들어 가면 귀여운 사람, 듬직한 사람, 푸근한 사람, 띨띨한 사람, 잘 먹는 사람 등 너무나도 서로 다른 짝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 너무 박한 나머지 나를 좋아해 줄 사람 앞에서 나 자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것 아닐까. 결국 연애는 완벽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용기가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모습, 당신이 단점이라 생각하는 그 면모가 누군가에게는 딱 좋은 이상형일 수 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다.

 

 

김오민 기자 omin.kim@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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