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미학도 철학도 없는 미디어마크 (1) - 소외된 구성원의 목소리, 납득하기 어려운 제작 과정’에서 이어집니다.
앞선 1부 기사에서는 미디어마크의 ▲부정적 반응의 원인 ▲선정과정에서의 문제를 중점으로 다뤘다. 2부 기사에서는 ▲디자인·정체성 문제 ▲기준 없이 무분별한 사용에 대해 다룬다.
잘못된 색상 선정
미디어마크의 목적이 시각 정체성 강화, “읽히는 디지스트”라면 시인성이 좋아야 한다. 특히 현대 미디어 환경은 작은 고해상도 화면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기 위해 무채색 혹은 채도가 높은 단색을 활용하는 추세이다. 최근 디자인 트렌드는 복잡한 형상을 배제하고 단순하고 명료한 형태 위주로 변하는 중이다. 환경 변화에 따른 ‘유연성’ 확보, 심플한 디자인을 통한 ‘가독성’ 확보, 글로벌 시대에 따른 ‘보편성‘ 확보와 같은 이유다. 대비가 뚜렷해야 작아도 잘 보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Digital Insight 지 - ‘심볼은 빼고, 폰트는 통일하고… 왜 로고 디자인은 점점 단순해질까?’)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마크의 경우 채도가 낮은 파랑 계열의 색상을 두 가지나 사용하였다. 특히 위 자료 사진의 중간에 위치한 디자인은 배경마저 파랑 계열 색상을 채택하여 파란 색상의 '디지' 글자가 뚜렷이 읽히지 않는다. 이로 인해 미디어마크의 시인성이 저하되고 미디어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로고를 보이기 어렵다. 결국 시인성이 저하되고 미디어 환경에서 보기 힘들다.
또한 색 자체도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기본 팔레트의 색상이다. 색은 단순히 빨강, 파랑, 노랑이 아니다. 색상, 채도, 명도에 따라 아주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으며, 시대에 따라서 트렌드는 변한다. 그러나 현 미디어마크의 배색은 깊은 고민보단 ‘DGIST의 색은 파랑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집어넣은 듯한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DGIST만의 정체성 부재, 특색 없는 폰트를 그대로 사용
비단 색 선정 뿐 아니라 전체적 설계에 있어서 고유하게 부여된 철학같은 깊은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로고에는 그 브랜드의 철학이 담겨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철학을 브랜딩해 대중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로고이다. 이러한 철학이 없다면 로고를 디자인할 이유가 없다.
기존 로고는 ‘DGIST’라는 영문을 뫼비우스 띠와 인간의 DNA 형태로 표현해 연구개발의 무한한 가능성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상징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디어마크의 경우 단순하게 국문, 영문으로 각각 디지스트, DGIST를 한글 발음 그대로 표현, 영문 이니셜을 시각화한 것으로, 'DGIST만의 철학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DGIST 상징색인 'DGIST Blue'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 눈에는 그저 파란색일 뿐이다. KAIST, UNIST 등 다른 과학기술원들의 색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며, 특히 영문 미디어마크의 경우 UNIST 워드마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근버스에도 신규 미디어마크 랩핑이 도입되었는데, 측면에는 단순하게 한글 미디어마크를 중앙에 매우 크게 배치하고 그 뒤에 영문 미디어마크를 함께 배치하였으며 버스 전면에는 양쪽으로 부자연스럽게 배치하였다. 기존 로고를 사용할 때와 달리 DGIST를 바로 ‘디지스트’로 읽을 수 있다는 점만 있을 뿐, DGIST가 어느 기관인지 알 수 없다. 기존 로고는 DNA구조 디자인을 통해 과학과 관련된 기관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조차 할 수 없다.
일반 서체 활용과 차이가 없다
낮은 시인성과 의미를 찾기 힘든 색, 그리고 DGIST만의 정체성이 부재한 미디어마크는 결국 일반적인 서체로 ’’DGIST‘ 혹은 ’디지스트’를 타이핑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다.
더욱이 학생 공모작을 탈락시킨 이유 중 하나였던 ‘단순히 일반 폰트를 기울이고 그러데이션을 입힌 것'이라는 비판은 현재 미디어마크도 피해 가지 못한다(해당 기사 : 미학도 철학도 없는 미디어마크 (1) - 소외된 구성원의 목소리, 납득하기 어려운 제작과정). 미디어마크는 단순히 롯데리아의 '리아체' 폰트에 파란색을 입힌 것과 거의 동일한 형태다.
지난 5월에 게시된 청렴 캠페인 현수막은 가장 처음 미디어마크가 활용된 사례이다. 앞선 문구와 동일한 글씨체로 ‘디지스트’를 입력하는 것이 시인성 면에서 더 나았을 것이다. 미디어마크 사용 시 오히려 사용된 색이 많아져 시각적으로 복잡하고 집중도가 떨어진다.
이렇게 미디어 마크는 DGIST 미디어마크의 ▲색 활용 ▲서체 ▲조형 그 어느 것에서도 DGIST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 색상만 입힌 텍스트로 보일 뿐이다. 또한 심미적으로 미디어마크 사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 없는 무분별한 사용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텍스트의 시인성조차 떨어진다.
기준 없이 뒤죽박죽, 무분별한 사용으로 혼란 유발하는 미디어마크
사용처에 대한 기준도 뒤죽박죽이다. 당초 홍보팀은 DGIST 공식 SNS를 통해 기존 로고는 공식 문서 등에 활용, 미디어마크는 디지털 플랫폼, 인쇄물, 홍보물품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DGIST 홈페이지 UI(User Interface) 소개에는 대외커뮤니케이션에 사용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에 제작되는 대부분의 물품·자료나 행사에서는 사용처를 막론하고 기존로고 사용을 지양하며 새 미디어 마크 사용을 선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상 정확한 사용 기준이 없는 것이다. 명확한 기준 부재는 오히려 혼란을 유발했다.
같은 행사, 홍보물에서도 ▲영문 미디어마크 ▲한글 미디어마크 ▲기존로고를 혼용하였다. 특히 학위수여식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현수막에 기존 로고 대신 미디어마크를 사용하였다. 기존 로고를 사용한 올해 전기, 20주년 로고와 기존 로고를 병행으로 사용하였던 작년과 달리 올해 후기 학위수여식은 미디어마크만을 사용한 것이다.
지난 21일 융합인재교육원 개원식(① 적색강조)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학위수여식과 달리 현수막에는 기존 로고를, 내부 시설(②, ③ 청녹강조)에는 미디어마크를 사용하는 등 공식적 활용과 미디어 매체 활용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였다.
EXCO에서 열린 WEEF&GEDC 2025 DGIST 부스, DGIST 인근의 안내판에도 미디어마크의 오용을 목격할 수 있었다. 외부인에게 DGIST를 소개하는 공식 오프라인 부스에, 학교로 오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학교 공식로고가 아닌 디지털 환경에서 사용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미디어마크가 맥락없이 사용되었다.
이렇게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여전히 DGIST의 공식 로고인 기존 로고가 사장되고 본래 제작 목적과 달리 미디어 마크가 공식 로고의 지위를 대체할 수도 있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DGIST와 부합하지 않는 미디어마크
또한 미디어마크 사용은 현재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DGIST의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DGIST는 글로벌 캠퍼스 계획, 중앙아시아 협력 강화 등 글로벌 진출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최근 DGIST에서 진행하는 행사에서는 한글 미디어마크를 중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게시물에 한글 미디어마크를 사용하면서 DGIST의 글로벌 정책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기존의 로고는 영어로 이루어져 있고 한글명을 병기하여 대부분의 외국인, 한국인 모두 읽을 수 있었다면, 한글 미디어마크의 경우 외국인들은 아예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영어 미디어마크를 사용해도 한글 병기를 위해서는 새롭게 바뀐 버스 도장처럼 부자연스럽게 영문, 한글 미디어마크를 각각 배치해야 한다.
미디어마크, 이대로 괜찮은가... 구성원의 심각성 인지 필요해
이번 DGIST 미디어마크는 시각적 미학과 브랜드 철학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잘 읽히는 ‘디지스트’를 표방했지만, 오히려 시인성은 떨어지고, 브랜드 정체성은 희미하다. 디지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걸맞은 정체성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미디어마크는 로고를 넘는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나 선정 과정의 문제, 구성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시인성, 정체성, 명확하지 않은 기준을 무시하고, 최근에 도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하면 홍보 효과를 얻는 것은커녕 설립 21년의 전통과 인지도를 어느 정도 가지고 사용되고 있는 DGIST의 기존 로고를 사장하며 아무런 기준 없이 난립하여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숙려 과정 없이 미디어마크는 이미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으며, DGIST를 홍보하고 대표하는 책자, 홍보영상 등에도 쓰일 예정이다. 과연 이렇게 문제가 많은 미디어 마크, 진정 DGIST를 대표할 수 있을까?
미디어마크에 대한 학교 구성원의 문제성 인식과 ‘재검토’와 같은 학교 당국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도한수 기자 function@dgist.ac.kr
김오민 기자 omin.kim@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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