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수강신청 시리즈] 10년 넘게 이어져 온 수강 제도 문제, 학부생의 목소리 속에서 그 답을 찾다(1)’에서 이어집니다.
앞선 1부 기사에서는 수강 정원 부족으로 인한 학부생들의 피해가 허상이 아닌 실존하는 문제임을 고발하였다. 2부 기사에서는 수강 제도와 관련된 또다른 해묵은 논쟁들에 대해 그 현실을 진단해본다.
공감대 형성 없는 비트랙 교과목
DGIST의 표준이수학점표에 따르면, 비트랙 교과목은 ‘특정 트랙에 속하지 않는 융합적인 성격’을 가진 과목으로 정의된다. 이는 DGIST의 융복합 교육 철학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비트랙 교과목은 학부생에게 그리 공감대를 얻고 있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째, ‘융합적인 성격을 가진 과목’이라는 정의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학부생들이 비트랙 교과목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뿐더러, 유사과목이 다른 교과목 분류로 지정되어 있는 특정 교과목을 비트랙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1년 2학기 비트랙으로 개설된 양자컴퓨팅개론은 2025학년도 2학기부터 물리트랙으로 교과목 분류가 변경되었으며, 남아있는 비트랙 과목 중 여러 과목들이 수학이나 교양 교과목과 그 성격이 거의 일치한다. 둘째, 현재 실제 개설된 비트랙 과목들이 특정 분야에만 편중되어 있어 교육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졸업을 위해서는 6학점을 필수 이수해야 하지만, 그에 비해 절대적인 강의 수와 수강 정원 모두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특정 교과목의 정원 문제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되었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비트랙 교과목의 취지를 잘 모른다고 답했으며, 취지를 알고 있다고 답한 나머지 절반 가까이도 대부분 비트랙 교과목이 취지에 맞게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즉, 응답자의 10명 중 9명은 비트랙 교육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비트랙 교육의 현주소이다.
이에 학교 행정 측에서도 비트랙 교과목 수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난 몇 년간 새로운 강의를 일부 추가했으나, 몇몇 특정 분야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기존 비트랙 강의가 가진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비트랙 교과목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차지하며 학부생들의 불만을 반영했다. 비트랙 과목 개설 방향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는 관련 트랙 간 융합 강의 또는 트랙과 교양이 결합된 강의 개설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요에 맞는 비트랙 강의 개설을 원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프로젝트성 강의 개설을 원하는 답변이 많았는데, 이는 보통 비트랙을 수강하는 대상이 고학년인 만큼 실질적인 진로 설계를 위해 보다 유용한 교육 과정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강신청원 제도의 현실적 어려움
수강 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에게는 두 가지 구제책이 있다. 제일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강의 담당 교수에게 증원 요청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증원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졸업 및 진로 계획과 관련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강의라면 수강신청원을 작성해 학사팀에 제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수강신청원 제도는 여러 문제 때문에 100%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학부생이 수강신청원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과 절차의 복잡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강신청원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강의 교수 ▲지도 교수 ▲학부장의 서명을 차례로 직접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해당 제도를 정확히 숙지한 학생이 적어 수강신청원을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많은 학생들이 절차와 준비 방법을 몰라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설문 조사 결과 나타났다.
또한 일부 교수는 수강 변경 기간에 증원이 소규모로 이루어지므로 해당 기간에 다시 신청해볼 것을 권장하고, 이후에도 수강 신청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수강신청원에 서명을 해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수강 변경에서도 신청을 실패한 학생들은 수강신청원 제도의 복잡한 절차와 그에 비해 짧은 기간으로 인해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학생들이 보다 원활하게 수강신청원을 낼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안내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유명무실 계절학기
타 대학의 계절학기는 학기 중 현실적인 이유로 개설이 어려웠던 과목이나 수요가 높은 강의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 DGIST 학부에서 제공하는 계절학기 강의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2024년 겨울학기 기준, 학부생을 위한 계절학기 강의는 Scientific Writing 단 한 과목 뿐이었다. 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의 높은 불만이 확인됐다. 응답자의 약 66%가 계절학기에 대해 불만족을 표했으며, 그 이유로 개설 과목 수의 절대적인 부족과 수강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사실 이러한 지적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는데, ‘타 대학 계절학기 학점교류를 신청하면 되지, 강의가 열리지도 않는 DGIST에 계절학기까지 남아있으려고 하냐’라는 학생들의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올 정도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체감하기 어려운 학교 당국의 노력
설문조사 결과, 수강 정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교 당국의 노력에 대해 학부생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매우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보다 ‘매우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학교의 개선 노력에 불만족하는 집단이 만족하는 집단에 비해 그 입장이 더욱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회로 이론과 계측법’과 ‘창의 기계 설계’ 등 전공 인정을 위한 필수 과목들이 타 강의와 상당수 겹치는 문제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넘어 ‘문제 제기를 해도 개선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회의감의 원인에는 특정 전공의 동일 학년 과목이 서로 겹치는, 강의 시간 배정 과정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조차 지속적으로 재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편적인 예시가 이번 학기 컴퓨터공학 트랙의 4학년 전공 과목인 ‘강화학습’과 ‘컴퓨터비전개론’이 동일한 시간대에 배정된 사례이다. 또한 연관성이 높은 전공 사이의 필수 강의가 겹쳐 복수전공을 하기 위해 초과학기가 불가피한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같은 전공 내 동일 학년을 대상으로 개설된 과목이나 필수 지정 과목이 서로 겹치는 문제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졸업과 진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학생들의 강한 부정적 응답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통해 학부생들이 체감하는 수강 제도 문제의 심각성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112명의 학생 중 51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추가적인 개별 의견까지 직접 작성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답답함을 호소했으며, 상당수가 수강 제도 개편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단순한 불만 제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 방안을 제안하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다만 그동안 학부생들이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부족했기 때문에 수강 제도 개편은 지지부진했고, 학교 측이 내놓은 고육지책들도 행정 편의적인 단기 미봉책에 그쳐 학부생들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직 수강 제도가 개선될 희망은 남아있다.
이 희망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배움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질적으로 강의를 수강하는 학부생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DGIST가 되기를 바란다. 학생과 보다 가까운 학사 운영이 이루어진다면,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수강 제도 문제의 실타래를 진정으로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경민 기자 nomin@dgist.ac.kr
이상아 기자 sa0531@dgist.ac.kr
김오민 기자 omin.kim@dgist.ac.kr
생명과학 & 뇌과학 복수 전공 시간표 길라잡이 (0) | 2025.05.02 |
---|---|
5월부터 통근버스 운영업체 및 결제 방식 변경… 연휴 기간 통근/셔틀버스 이용 전 확인 필수 (0) | 2025.05.02 |
[수강신청 시리즈] 10년 넘게 이어져 온 수강 제도 문제, 학부생의 목소리 속에서 그 답을 찾다(1) (0) | 2025.04.30 |
공동포럼, 윤영석 포함 연금특위 의원 간담… DGIST는 특위 내 합의점 질의 (0) | 2025.04.29 |
총학, 한동훈과 대학생 과학기술 정책 포럼... ‘R&D 분야 장기적 투자’ 논의 (0) | 2025.04.2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