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말, 교양학부 윤 모 교수(이하 윤 교수)가 담당한 ‘권리변동의 일반’, ‘법과 사회’ 강의에서 일방적인 성적 평가 기준 변경으로 논란이 일었다. 시험이 치러진 이후에 수업계획서에 없는 낙제 기준을 두 차례 적용하고, 채점 기준에 대한 설명 없이 이전에 치러진 시험의 총점을 변경한 것이다. 이에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과 총학생회는 학사팀에 사실을 알리고 중재를 요청하였으나, 성적 평가는 교수 재량이므로 제재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DGIST 교육과정 운영 및 이수에 관한 요령>(2024.06.18. 제29차 개정안) 제14조 (수업계획서의 작성과 활용)에 따르면 “강의 담당 교수는 매 학기 수업계획서를 [별지 제2호]의 양식에 따라 작성하고 수강 신청 시작 2주 전까지 공고하여 학생들이 교과의 내용 등을 사전에 이해하고 수업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행 임무 및 평가 체계’ 항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학사팀에 따르면 수업계획서의 작성은 권장 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실제로 문제가 된 ‘법과 사회’ 강의는 수업계획서가 제공되지 않았으며, ‘권리변동의 일반’ 수업계획서는 성적 평가 기준에 관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었다.
게다가 학기 중 수업계획 변경에 관한 규정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본 사례와 같이 교수가 일방적으로 성적 평가 기준을 변경하는 경우 이를 제재하기 어렵다. 당시 학사팀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윤 교수와 논의를 추진하였으나, 결국 해당 과목은 성적 평가 기준의 정정 없이 운영되었다.
학사팀에서 그간 수업계획 변경을 규제하지 않은 것은 교수의 재량권을 중시하는 현 규정이 강의 운영의 유연성을 보장한다는 긍정적 방향으로 적용되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 규정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가 발생한 이상, 원활한 학사 운영을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과목들까지 규제하자는 뜻이 아니다. 교수의 일방적인 수업계획 변경으로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학사팀에서 이를 검토하고 중재할 근거가 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논란이 되었던 두 과목은 담당 교원인 윤 교수가 ‘일신상의 이유’로 2학기 예정되었던 강의를 취소하며 일단락되었으나,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타교의 사례를 살펴보면 ▲덕성여대는 학기 중 부득이한 사유로 강의계획서를 변경할 시 변경 승인요청서를 제출해 교무처장의 승인을 받을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목원대는 강의 계획 변경 시 이를 강의계획서에 입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수의 재량권 확보를 이유로 이러한 규정을 세우기 어렵다면, ▲수업계획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수업계획 변경 시 최종 평가로부터 일정 기간 전에 수강생들에게 변경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세우는 방법 등도 고려할 수 있다.
성적 평가는 전적으로 교수의 권한이다. 그러나 학생들 역시 수강 신청 전 수업계획서를 참조해 수강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권리가 있다. 교수 재량이라는 이유로 수업계획 및 성적 평가 기준을 학기 중에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면 이는 수업계획서의 작성 목적을 훼손하는 일이다. 교수의 재량권과 학생들의 권리 사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규정의 개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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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기자 jaeyoung21@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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