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부터 6월 16일까지 학술정보관(E8) 1층 갤러리에서 원예찬 개인전 <멸종한 생명체를 대하는 자세>가 진행된다. 이번 개인전은 인류의 멸종을 가정하여, 인간이 그러하였듯 인간 다음 자연선택의 승리자가 인류를 박제하는 세계를 그린다.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면, 기획 의도가 담긴 종이를 받을 수 있으며 방명록도 쓸 수 있다.
기획 의도가 담긴 템플릿과 방명록 <사진=이상아 기자>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Speech ▲Emoji ▲Joke manufacturing machine 총 3작이다.
Speech : 멸종한 인류의 언어
정적이 에티켓인 전시장에서 ‘소리’가 들린다. 전시장에 누군가 있나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끝내 음원을 찾다 보면, 작품에서 소리가 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기존의 정적인 작품들과 달리, <Speech>는 청각과 시각 예술이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관람자는 작품을 통해 ▲1945년 조지 6세의 2차 세계대전 승리 연설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연설 ▲2018년 BTS의 UN 연설 등 12개의 유명 연설이 뒤엉킨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를 좀 더 주의 깊게 듣다 보면, 일정 주기동안 6개의 연설이 동시에 재생되고 그 후 6개의 연설이 동시 재생됨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류가 가진 부정성을 극복하고자 했던 현대인류의 모습을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Emoji : 데이터화 되어버린 감정들
작품 <Emoji>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이모지들을 모은 감정 표본집이다. 원예찬 작가가 다른 전시에서 보였던 <Emoji> 작품들과 달리, DGIST 갤러리에서는 ▲기쁨 ▲무표정 ▲뾰로통함 ▲웃음 ▲궁금증 5개의 감정을 살펴볼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표현된 감정 모형 오른편에는 LCD 디스플레이 속 이모지가 회전하고 있다. 인간 다음의 승리자가가 관찰한 현생 인류의 감정은, 실체가 비어버린 채로 규격화되고 데이터화 되어버린 대상이다.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뉴미디어 속 아무 생각없이 눌렀던 좋아요, 슬퍼요와 같은 감정버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Joke manufacturing machine : 관람대상으로 전락한 유희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 작품이다. <Joke manufacturing machine>은 저장된 문답이 일정 주기를 갖고 반복되며, LCD 디스플레이에 표출된다. 예를 들어 “What goes up but never goes down?”이라는 질문이 왼쪽 LCD에 나오면, 오른쪽 LCD에는 “Your age!”라는 답문이 표현된다. 고도로 발전된 미래 시점에서의 유희란,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박제되어 관람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을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유희적 대상이 유희를 산출하지 못하는 미래 세대의 시각을 제시한다.
한편 이번 작품은 원예찬 작가가 직접 DGIST 갤러리에 방문해 작품 배치를 고려하였으며, 1-2일에 걸쳐 갤러리 공사를 완공했다. 전시 담당자 박민선은 ‘소리가 나는 첫 전시이다보니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인문학과 과학이 합쳐진 예술을 학생들이 즐겁게 관람했으면 좋겠다.’ 라며 개인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본 기자는 미래세대의 시각에 몰입하며, 전시장 공간이 마치 다른 시간의 흐름을 지니는 느낌을 받았다. DGIST 구성원들도 1층 학술정보관 갤러리에 방문하여 본 기사의 내용에 공감해 보길 권한다. 현재에 종속되어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상아 기자 sa0531@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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