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과기원과 비교하여 가장 큰 차별점을 가지는 DGIST의 제도 중 하나는 학기 중 매월 328,500원을 지급하는 학생지원경비이다. DNA는 2023년 2월 17일부터 일주일간 “학생지원경비 관련 인식 설문조사”(이하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총 139명이 응답하였다. 이 중 82.7%가 DGIST로의 진학 선택에 영향을 미쳤으며 75.5%가 일상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제도라 응답했을 정도로 학생지원경비는 중요도가 높은 제도이다. 328,500원이라는 금액은 2014년 책정된 이후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가파른 물가상승을 보이는 최근, 금액 인상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칙 제101조 영리활동의 금지에 따르면, DGIST 학생은 총장의 승인 없이 영리를 위한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대신 DGIST는 학생지원경비를 통해 생활비를 지원함으로써 학생들이 영리활동 없이 학업에 집중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는 타 과기원도 유사하다. 2023년 기준 4대 과기원은 공통적으로 신입생 및 재학생을 대상으로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전원에게 지원경비 혹은 학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DGIST의 학생지원경비의 경우 타 과기원과 동일하게 식비 지원(100,000원)과 학자금(28,500원)을 지급하며 여기에 생활장학금(200,000원)을 추가로 더하여 총액 328,500원을 지급하는 구조이다. 이전에는 식비 지원을 현금 지급이 아닌 식권 지급으로 대체한 적이 있었으나 2018년도 2학기부터 현금으로 지급하며 현재의 학생지원경비 제도가 정착하였다.
치솟는 물가와 학생들의 인상요구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시중에 상당한 금액의 돈을 풀었던 것이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을 가져왔다. 2022년 12월 기준 연간 대한민국 물가 상승률(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5.1%였으며 DGIST 내부의 생활물가 또한 이 수치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조사되었다.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기숙사비를 제외한 한 달 식비, 생활비, 여가 및 기타 활동비 합산의 최소 금액은 55만원이었다. 학생지원경비 328,500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처럼 물가는 지난 9년간 꾸준히 올랐음에도 학생지원경비는 제자리였다. 학생들은 학생지원경비의 원래 목적인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하도록 격려”가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기에 물가 상승에 맞추어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95%의 학생들이 학생지원경비만으로 학기 중 생활이 불가능하다 답하였고 95.7%가 학생지원경비가 인상되어야 한다고 답하였다. 학생지원경비 중 10만원은 과거 식권으로 지급되기도 했던 식비 지원금인 만큼 학생식당의 물가가 오르면 이 금액도 같이 오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타교의 사례를 들어 인상의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KAIST의 경우 2021년 135,000원의 학사학자금을 145,000원으로 인상한 선례가 있다. 그리고 산업통산자원부 산하의 에너지특성화 공과대학인 KENTECH 또한 2022년 기준 매월 500,000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DGIST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학교가 있으니 인상이 무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2023년 기준 학생지원경비를 제외하고 학생들이 매월 생활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교내 장학금은 ▲DPF 장학금(200,000원/월) ▲가정형편곤란자장학금(300,000원/월) ▲PC장학금(200,000원/월) ▲교수평의회장학금(250,000원/월) ▲총학생회 및 학생 자치단체장 봉사장학금(150,000원/월, 200,000원/월) ▲특별근로 장학금(9,620원/시간)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 외에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국가근로 장학금 ▲청소년교육지원장학금 ▲대통령과학장학금 ▲국가우수장학금 이 마련되어있다. 설문조사 결과 61.9%의 응답자가 현 교내 장학제도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만 일부 학생들은 Dean’s List의 선정 기준과 혜택을 상향하여 학생들의 학업을 격려하고 실질적인 장학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성적장학금 제도를 개선하길 요구하기도 했다. 성적 장학금인 DPF는 수혜자가 학번당 최대 4명으로 적고, Dean’s List의 혜택은 문화상품권 30,000원으로 사실상 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왜 그대로일까?
물가 상승으로 학생들의 생활 지출이 증가하였고, 학생지원경비는 이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67.6%가 학생생활지원금 인상이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답하였다. 그러나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확한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발표된 적은 없으나, 주어진 상황을 미루어 보아 몇 가지 원인을 추측할 수 있다. 먼저 4대 과학기술원 중 8학기 학비(2,800만 원)를 전액장학금으로 전교생에게 지원해주는 것은 DGIST가 유일하다. 학생지원경비 또한 타 과기원에 비해 20만 원가량 높다. 학생 1인당 지원금액이 DGIST가 압도적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KENTECH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과학기술원과 달리 산업통산자원부의 예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KENTECH과 비교하여 DGIST의 학생지원경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점이 있다. KAIST의 학사학자금 인상은 KAIST 자체 수익과 기부금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유로 DGIST가 학생지원경비를 인상할 시 타 과기원을 비롯한 외부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학교의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추정된다. 최근 DGIST는 여러 분야에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자치단체 지원비, 새내기클래스 지원금 등이 예산이 작년에 비해 감소하였다. 강의실 내 에어컨 가동 시간도 작년에 비해 엄격히 관리될 예정이다. 이러한 예산 삭감의 원인은 전기세와 가스비 상승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지출 상승 때문으로 보인다. DGIST도 물가 상승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 중인 것이다.
DGIST 학생팀 또한 학생지원경비 인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로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학생팀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학생지원경비 인상이 아닌 장학제도 확대 및 개선을 통해 학생들의 생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3년도 학생자치단체장 봉사장학금이 신설되었고 특별근로장학금 대상자를 기존 20명에서 30명 내외로 확대한 바 있다. 생활비 지원 및 교외 장학금에 대한 주기적 안내는 학생포털 장학게시판에서 확인 가능하다.
언젠가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
위에서 추측한 원인은 당장 학생지원경비 인상이 어렵다는 사실을 변호할 뿐 학생지원경비가 원래의 기능을 상실해 가는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점점 커지는 인상 요구의 핵심은 지난 9년간 소비자 물가지수가 14.3% 오르는 동안 학생지원경비의 인상률은 0%였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학생지원경비가 생활에 보탬이 되는 비중이 줄고 있다.
DGIST 학생들은 학생지원경비를 “디뽕”이라 부른다. 본 제도에 대한 만족감, 자부심 그리고 학교 생활에 있어서의 중요도가 함축된 말이라 생각된다. 학생들의 안정적인 생활 유지와 학업 격려를 넘어 DGIST 융복합 대학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학생지원경비는 중요한 제도이다. 비록 당장 인상이 어렵더라도 물가 상승에 대한 학생들의 생활 지원 문제는 끊임없이 논의되어야 한다.
김오민 기자 omin.kim@dgist.ac.kr
서휘 기자 tjgnl81@dgist.ac.kr
신상은 기자 sjhhaoma@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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