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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만든 게 아닌데..." 인턴십 2학점 필수 이수의 모순

사회

2023. 5. 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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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턴십은 타교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연구 인턴십 및 CUop를 포함하지 않음.”

2023년 2월 개정 교육과정표의 문장이다. 2020학번 이후 DGIST 학부생은 졸업을 위해 인턴십 2학점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2023년 5월 기준, 해외 인턴십은 기업·대학원·연구기관을 가리지 않고 모두 인정해주는 반면, 국내 인턴십은 CUop 대상 외 기업·IBS·DGIST 대학원 및 융합연구원을 인정한다. MIT 인턴은 인정하지만 서울대, KAIST 인턴은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인턴십 과목을 주로 수강하는 3, 4학년 학생들에게 큰 문제로 다가온다.

2023년 대학원 하계 인턴 모집 포스터 <사진 = 김오민 기자>

 

UGRP, 졸업 이후 준비, 인턴십을 동시에?

2020학번 이후의 DGIST 학부생은 원활한 졸업을 위해 4학년 여름학기에는 인턴십 과목을 마쳐야 한다. DGIST 학부생은 짧아도 2학년 겨울학기부터 3학년 2학기를 UGRP에 할애하므로, 인턴십 과목은 3학년 겨울학기부터 4학년 여름학기에 수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4학년의 계절학기는 자신의 진로에 맞춰 경험을 쌓는 시기이다. 인턴십 학점 인정 범위 밖인 창업, 타 연구소 및 대학원 진학 등을 희망하는 경우 4학년이 되기 전, UGRP와 동시에 인정 인턴십을 이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UGRP와 병행할 수 있는 인턴십은 대개 DGIST 내 인턴십에 한정된다. 문제는 DGIST 내 인턴십은 과목의 초기 의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작은 다양한 경험 독려

DGIST는 혁신적 교육 실천을 위해 ▲이론 ▲연구 ▲현장 3축을 중심으로 하여 교육과정을 설계하였고 ‘현장’에 해당하는 교내, 국내 및 해외의 다양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발굴하였다. 2019년 국양 총장이 부임하며, 기존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교수들이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로 벤치마킹을 위한 견학을 다녀왔다. 그후 2020년 2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총 8차례의 교육위원회 소위원회를 거쳐 2020학번 이후 교육과정 개편안이 탄생했다.

당시 인턴십을 필수 학점으로 지정한 것은 학생들이 DGIST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담경력개발센터에서 인정하는 국내 기업 인턴십과 국제협력센터에서 인정하는 해외 인턴십이 개설되었다. DGIST 학생의 상당수가 대학원에 진학하므로 국내 대학원 인턴십은 졸업필수제도를 이용해 장려해야 하는 새로운 경험이 아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국내 기업 인턴십과 해외 인턴십만 졸업학점으로 인정한다면 인턴십 미이수로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DGIST 대학원과 융합연구원 인턴십을 과목으로 추가했다.

 

참여를 안 하는 기업 인턴십, 참여가 어려운 기업 인턴십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인턴십. 그러나 인턴십 제도의 시발점이었던 기업 인턴십은 사실상 DGIST 대학원 인턴십이 주를 이루며 유명무실해졌다. 인턴십 학점 인정 제도는 미국 대학들이 지역 기업들과 진행하던 인턴십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에서 시작했다. DGIST의 인턴십 또한 기업 인턴십이 중심이었다.

인턴십 시행 초반, 국내 인턴십 인정 범위는 ‘법적으로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과 자산 10조 원 이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해당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저조한 참여율과 해당 요건을 만족하는 기업 인턴 합격이 어렵다는 학생들의 의견에 ‘10인 이상 기업’으로 인정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참여율은 저조하다.

상담경력개발센터에서 마련한 기업 인턴십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상담경력개발센터는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SEMES와 MOU를 체결하고 인턴을 모집하였으나, 지속적인 학생 공급이 보장되지 않아 인턴십 기업 추가는 물론, 유지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SEMES에서 모집 요청한 인턴은 총 12명, 그러나 지원자는 1명뿐이었다. 기업 인턴십을 확대하려면 학생들이 적극적인 참여와 수요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인턴십 학점 인정 제도의 문제점

인턴십 필수 이수를 요하는 현 교육과정의 문제는 2020학년도 입학생이 3학년이 된 지난 2022년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턴십 다양성 확보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업 인턴십과 유사한 CUop는 지난 융복합대학 7기 총학생회 for’D의 건의 후, 학점 인정 과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CUop는 오는 하계 CUop부터 과목 개설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며, 교육과정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2023년 5월, 융합연구원에 더해 IBS가 추가되며 인정 범위 확대 가능성을 보였다.

타 대학을 비롯한 타 기관의 연구 인턴십 확대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다. 현 인턴십 과목이 기업 및 국제 경험 장려에서 시작된 만큼, 안전장치로 마련한 DGIST 내부 인턴십 이상의 연구 인턴십 확대는 어려워 보인다. 교육과정운영위원회를 통한 추가 심의를 거쳐야 하며, 연구 인턴십을 확대할 경우 확대 범위 또한 애매하다. 일례로, 대학원 인턴십의 인정 대상을 과학기술원으로 확대하면 서울대학교와 POSTECH이 제외된다.

현 제도는 학생의 진로 설계에도 부담을 준다. 다양한 진로를 계획하는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인정 가능’ 인턴십을 배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규 학기를 투자해 기업 인턴십을 계획한다면 졸업 연기나 초과학기를 수반하기 쉽기 때문이다. 더불어 DGIST 대학원 외 진로를 준비하는 학생이 DGIST 대학원 인턴을 수행한다면 해당 연구실 진학을 희망하는 다른 학생의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또한 인턴십 과목은 여러 부서가 산발적으로 관리한다. ▲수강신청과 성적 처리는 학사운영팀 ▲기업 인턴십은 상담경력개발센터 ▲DURA, GIIA와 같은 국제 인턴십은 국제협력센터 ▲DGIST 대학원 인턴십은 교학진흥팀 ▲DGIST 융합연구원 인턴십은 연구본부지원실 ▲CUop는 기술창업교육팀이 맡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인턴십 과목을 전담하는 부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0학년도 교육과정 개편안에서 인턴십을 주도적으로 계획한 것은 상담경력개발센터였으나, 도중에 센터 규모 축소 및 행정 조직 개편을 통해 업무가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인턴십 과목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관련 문제제기를 맡을 부서가 모호하다. 교과목을 책임지고 개선을 주도할 주체는 없다. 그러니 각 부서가 인턴십에서 맡은 역할 이상을 월권의 위험을 감수하고 시도하기 어렵다. 문제제기와 피드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20학번이 4학년이 됐다. 인턴십 과목의 첫 기수가 고학년을 거치며 인턴십 과목의 ▲대상 범위 ▲수강 가능 시기와 졸업 계획 등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다양한 경험을 독려하는 취지가 무색하게 수강 부담만 커지는 만큼, 과목이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학교 측의 문제 파악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손혜림 기자 hr2516s@dgist.ac.kr

김오민 기자 omin.kim@dgist.ac.kr

전상수 기자 wjstkdtn7@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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