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울 필요가 없는 삶이기에 모두가 아름다운 삶
여성은 언제나 외적으로 아름답기를 강요받는다. 외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여성은 여성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그들을 폄하하고 끌어내린다.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에 붙은 수많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광고, SNS에 떠도는 셀 수 없는 화장품, 미용용품 광고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에서는 아름다운 여성들을 조명하고,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조롱하고 배제하면서 아름다움의 이미지와 그 신화를 더욱 공고히 한다. 사회는 ‘더 아름다워져야만 나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입한다. 반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들을 자신의 사회에서 배제하기 위해 그들의 미추를 공격한다.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인 압박은 매우 놀랍게도 1990년 미국에서 출판된 나오미 울프(이하 N.울프)의 책에서도 똑같이 찾아볼 수 있다. N.울프는 이를 사회적으로 정의된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하며, 이와 같은 압박이 여성을 강제한다고 지적한다.
아름다움의 정의는 정치적으로 조직된 것이다
이 정의는 남성이 권력집단이라는 명제 하에서 작동한다. 산업혁명 이후,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권력 구조를 지키기 위해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주입시켜 그들을 무력화했다. 가사와 노동 이외에도 치장이라는 새로운 의무가 여성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는 PBQ*의 형태로 나타난다. 모든 여성들은 직장에서 ‘사무적이면서 여성적인’ 겉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이중성은 여성을 차별하는 다양한 방법들의 근거가 된다. PBQ는 아름다움은 여성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며, 노력하면 누구나 다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성 차별을 정당화한다. 여성에게 아름다움이 ‘재산’과 ‘권력’이 된 이유는 결국 아름다움이 기존 기득권층의 권력 유지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성의 실패는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되어 목소리를 잃고, 여성은 서로를 적으로 여기게 만듦으로써 조직화된 반격을 차단했다고 N.울프는 분석한다.
* Professional Beauty Qualification, 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 여성이 직장에서 근무하기 위해서 요구받는 치장을 뜻한다.
아름다움은 여성의 문화에 모순성을 부여한다
주류 문화에서 여성의 이야기는 배제되며, 여성지는 여성의 문화와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창구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연대와 진보는 여성지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동시에 여성지는 ‘광고’를 통해 여성을 효과적으로 억압한다. N.울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여성의 미추를 ‘새로운’ 문제점으로 발명해 아름다움을 ‘선전’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선전은 효과적으로 여성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을 불어넣고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광고는 여성을 짓밟고, 호통치며, 이상적인 여성상을 주입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했던 것은 물론이다. 이때 N.울프는 이런 여성상을 주입한 것이 ‘남성’이 아닌 ‘자본’임을 지적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는 여성의 존재를 지운다. 주류 매체에서는 여성에게 ‘아름다움’의 속성만 부여하며 남성의 들러리 역할로 세웠다. 여성은 여성의 이야기에서 모순을 느끼며 적합한 여성 롤모델을 찾을 수 없었다. 예쁘다는 낙인이 찍힌 여성은 진지하지 못한 여성으로, 못생겼다는 낙인이 찍힌 여성은 그 자체로 조롱거리가 되었다. 여성의 말은 무가치해졌고, 그들은 말할 용기를 잃게 되었다. N.울프는 아름다움이라는 무기가 여성 개인과 여성 집단을 모두 효과적으로 무력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아름다움을 넘어선 아름다움
아름다움의 정의는 밖에서 재단되며, 여성은 미추를 구분할 선택권을 갖지 못한다. 이에 효과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N.울프는 세상을 다음과 같이 다르게 볼 것을 제안한다.
▽‘여성의 외모가 그녀가 말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거부할 것 ▽우리의 잘못을 거울에서 찾지 말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에 보이는 애착에 연민을 느끼고 그런 감정에 너그러울 것 ▽여성의 삼차원적 이야기에 주목하고 여성의 역사를 이해할 것(아름다움의 신화가 앗아간 공백을 채워줄 것이라고 N.울프는 설명한다) ▽미디어에서 제시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분석하여 평면성을 이해할 것 ▽여성을 보는 시각을 바꾸어 연대할 것
N.울프는 아름다움은 경쟁적, 위계적,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바뀐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거울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들의 진보를 가로막는 마지막 무기이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힘을 얻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오서주 기자 sjice@dgist.ac.kr
[DGISTian의 경험 ⑧] 오사카에서의 DURA, DGIST-OU 후기! 박창희 학생(’17) (0) | 2020.10.28 |
---|---|
[DNA&책] 주머니 속 한국 SF ① : 이산화 『증명된 사실』 (0) | 2020.03.27 |
새들의 죽음을 막아라! 과학기술교에서 ‘잡다’는 무엇을 했나? (0) | 2020.01.10 |
[DNA&책] 당신이 고전,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_김영하의 읽다 (0) | 2020.01.10 |
디지스트 몬스터즈의 1승 도전기 (0) | 2019.12.0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