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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함께 일궈낸 융복합 연구 성과와 그 뒷이야기

학술

2020. 1. 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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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기초학부의 이창훈 교수를 만나 MAO-A 연구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선 기사에서 분자와 생명현상 실험에서 진행한 ‘너 자신을 알라’ 프로젝트가 갖는 학술적 의의를 분석하였다면 이번 기사에서는 이 연구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개개인에게는 실험 수업의 일부에 불과했던 프로젝트이지만, 각자의 결과가 모인 과정과 결론은 매우 뜻 깊다. 모든 학부생들이 이 이야기를 들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더 많은 학부생들에게 이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다음은 기자와 이창훈 교수와의 문답이다.

Q. ‘너 자신을 알라’ 연구 프로젝트를 설계했던 과정이 궁금하다.
- 1기 학생들, 14학번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석규 교수의 아이디어로 ‘CSI가 되어 범인을 잡아보자’ 프로젝트를 통해 STR 개념을 탐구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의 개선점을 필요로 했다. 첫째는 각 분반별로 성공률이 달랐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임의로 범인을 특정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실험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MAO-A 유전자에 관한 논문을 봤다. MAO-A에서도 STR 개념이 적용되고, 기존의 실험과 테크닉도 비슷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면 해당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MAO-A 유전자는 각 인종마다 반복횟수의 빈도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여러 나라들의 MAO-A 유전자 반복횟수의 빈도수에 대한 자료는 있는 반면 국내에는 이에 대한 자료가 없었다. 우리 민족의 유전자 반복횟수를 이 연구를 통해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설계하였다.

참여 연구진(사진 제공 : DGIST) 


 
Q. 이번 인터뷰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학부생들과 다른 교내 구성원들이 함께 연구에 참여했다는 의의가 중요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우선 제일 큰 기여를 한 사람들이 임승영 박사(당시 분자와 생명현상 실험 조교, 현재 본교 동물자원센터 소속)와 정진주 대학원생(당시 연구원, 현재 본교 웰에이징 연구 센터 소속)이다. 연구 초창기에 정진주 연구원과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였다. 특히 정진주 연구원이 심리학 관련 문헌을 찾는 부분과 실험 동영상 제작에서 큰 기여를 했다. 실질적인 실험 진행은 임승영 박사가 담당했다. 임승영 박사의 분자생물학과 세포생물학적 매커니즘 규명을 위한 실험이 없었다면 이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임승영 박사가 문제일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연으로 문제일 교수가 discussion을 진행해주었는데 이 역시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수업을 진행하고 함께 연구에 참여해주신 이상임 교수, 이석규 교수, 조정아 교수, 김대환 교수와 여러 조교 선생님들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800명에서 1000명의 유전자 정보가 모이면 이는 빅데이터가 된다. 초기 데이터는 분석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리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함께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연구 노트를 잘 쓴 학생들을 생물 교과 교수들과 조교들에게 추천받아 염지우(’15, 현재 뇌인지과학전공 석사과정 재학 중), 제갈장환(’15, 현재 로봇공학전공 석사과정 재학 중), 진권휴(’15, 현재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석사과정 재학 중) 학생이 연구에 참여했다. 학부생으로서 연구에 참여한 진권휴 학생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있는 학생으로 산적한 뇌파 데이터와 심전도 데이터를 MATLAB으로 분석하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하고 이를 실현했다. 초기 연구 계획은 감마파 파형 분석뿐이었는데, 진권휴 학생의 분석 프로그램은 뇌파의 모든 영역과 심전도에 대해서 정량적인 분석을 가능케 하였다. 제갈장환 학생은 로봇 분야와 생체 계측 분야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생체 신호 측정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조사하고, 측정 데이터를 쌓는데 지속적으로 공헌하였다. 염지우 학생은 뇌인지과학 전공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었기에 생명과학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선행연구를 정리하고 관련 실험을 하는데 공헌하였다. 
정말 우연히도 모든 연구 참여자들의 전공이 서로 달라서,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융복합 연구가 수행되었다.


Q. 이는 URP나 UGRP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나? 그 과정이 궁금하다.
- 아니다. 2016년 처음 팀을 꾸릴 당시, 우리는 완전한 자생적 조직으로 시작했다. 학생들에게는 개인적인 식사 대접(?)과 논문 게재에 대한 막연한 가능성 이상을 약속할 수 없었다. 2016년 1년간은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기획, 해석, 연습하는 파일럿 프로젝트 기간이었다. 진권휴 학생이 뇌파를 분석하는 자동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고, 16년 중반 이후부터는 가시적인 결과가 도출되었다. 특정한 뇌파 파장이 공격성에 유의미하다는 사실을 발견해 학술적인 가치를 확인받아 한국과학창의재단의 URP 프로젝트에 선정되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2017년부터 URP 연구비를 통해 연구하게 된 셈이다. 2017년 말에는 논문을 작성할 수 있을 만큼의 데이터가 나와 논문 작성을 시작하였고, 2018년에는 UGRP 프로젝트와 논문 작성을 병행했다. 임승영 박사와 정진주 기술원이 함께 논문화 작업에 착수했고, 세 학부생 역시 함께 논문을 작성했다.


Q. 논문에 필요한 연구가 끝난 상황에서 UGRP는 어떤 주제로 진행했나?
- UGRP는 장영실 코스가 아닌 정약용 코스를 선택했다. 논문 작성에 필요한 연구는 마무리된 상태이므로, 뇌파 측정장치를 헤드셋 등으로 만들어 특허를 출원해 경제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손지훈(’15, 현재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석사과정 재학 중) 학생이 기술사업화에 관심이 많다는 학부생들의 추천에 따라 이때부터 손지훈 학생도 한 팀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손지훈 학생이 3D 프린터를 이용한 설계로 머리에 간단히 쓸 수 있는 뇌파측정장치를 찍어냈고, 제갈장환 학생이 편한 디자인을 설계하는 과정까지 동시에 진행되었다. 
반면 논문 작업에는 제동이 걸렸다. 2018년 초반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논문 작업이 여러 학술지에서 거절당해 2018년 말까지 이어졌고, 그 기간동안 이어진 논문 개선 과정에서 임승영 박사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하지만 12월 말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손지훈 학생과 제갈장환 학생의 기여로 3D 프린팅을 이용한 헤드셋도 얼마전에 특허 출원을 하였고, 진권휴 학생은 학부생들이 분자와 생명현상 실험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보급하였다. 2019년 UGRP 프로젝트 중에는 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선을 목표로 하는 팀도 있다. 관심있는 학생들이 계속 있다면 이 프로젝트가 좋은 선후배간 연결 관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2017년 2학기에 논문 작성을 시작했다고 언급했는데, 2018년부터는 후속 연구로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중인가?
2017년 2학기까지 모인 데이터로 논문을 작성했고, 새로운 데이터, 새로운 유전자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2018년부터는 조정아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도파민 관련 유전자의 기능과 기여도에 대한 연구를 이끌고 있다. 현재는 MAO-A 유전자와 도파민 관련 유전자를 동시에 연구하고 있으며, MAO-A는 양성 대조군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연구가 더 발전하게 된다면 다른 생물교과 교수님들도 아이디어를 계속 제공해서 유전자의 종류가 늘어나고 번갈아 가며 연구 책임자를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2018년에는 이상임 교수님의 제안에 따라 손가락 길이와 공격성에 대한 차이를 분석해보기도 하였다. DGIST의 모든 기초학부생이 참여하는 이 연구는 점점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이런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 연구가 계속 발전해서, DGIST에 입학한 학생들이라면 모두가 학부생 전체의 게놈 시퀀스를 분석해 다양한 GWAS 연구에 활용하고, 기념으로 졸업 앨범에 이를 기록하는 것이 꿈이다(웃음).


Q. 지금까지 연구의 진행 과정을 간략하게 들어봤는데, 자신의 데이터가 사용된 방식과 의미를 알게 되면 많은 학부생들이 뜻 깊어 할 것 같다.
지금은 성공에 대한 이야기만 언급했지만 3년간의 연구는 실패와 고난과 역경과 눈물의 연속이었다. 이를 정리해서 연구 가설이 어떻게 실패하고 발전해왔는지 그 과정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이 연구는 DGIST 학부생들의 참여와 협조가 없었다면 근본적으로 불가능했을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학부생들에게 짧게나마 이를 알리고 감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학부생들이 이를 읽으며 재미있어 하면 좋겠다. 논문을 읽는 사람들은 논문이 갖는 학술적 의의도 궁금해하지만 연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향후에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곤 한다. 이번 인터뷰는 이런 면에서도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Q. 아직 연구를 해보지 않은 입장이라 연구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혹시 이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줄 수 있는가?
현재 학부생 연구 제도는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양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학생들과 교수들 모두 후속 연구에 대한 의욕은 있으나 제도적인 제약이 있다. 당장 방학 중에 시행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는 지원금이 제공되지만, 학부생 연구는 어떠한 보상 체계도 없다. 이번 연구는 임승영 박사와 정진주 기술원, 그리고 학부생들의 열정에 기대어 진행한 부분이 크다. 연구에 참여한 어느 누구도 추가적인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았다. 학술적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만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는 열정페이는 지속가능성이 낮으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연구에 참여한 만큼의 대우와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제도를 보완한다면 DGIST만의 독특한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지면을 빌어, 지속적으로 교육 연구에 참여하는 조교 선생님과 안정적으로 실험 수업을 지원하는 기술원 선생님을 모시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리 대학의 독창적인 실험 교육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발전하려면 실험 수업을 지원하는 전문가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도화를 통해 이들과 학부생들에게 학교 차원에서 다른 지원도 고민하였으면 한다.


Q. 학부생 연구 제도는 어떤 의의를 가지는가?
학부생들의 학술 연구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의견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학부생의 학술 연구 참여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학부생의 연구 참여는 교육과 연구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 창업 분야에서는 학부생들이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데, 연구 분야라고 해서 기여를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DGIST에 학부생 연구제도가 양성화되어 학부생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고 학술적인 기여를 할 수 있고 뛰어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와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기를 희망한다. 이는 DGIST가 독창적이고 타 대학 대비 수월성 있는 대학이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학원 인턴십, URP, UGRP등의 기존 제도와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자신의 적성에 대해 탐구해 알맞은 진로를 선택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Q.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되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 연구의 의의에 대해 묻고 싶다. 

학술적인 가치로 보자면, 기존 연구는 질병 또는 범죄 성향이나 반사회성 위주로 MAO-A 연구가 진행되었던 한계가 있었다. 이를 일반인의 건강한 공격성 측면으로 분석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연구팀 별로 달리 사용하였던 MAO-A uVNTR의 반복 횟수 용어를 3.5R, 4.5R 과 같이 통일하여 재정의하고, 각 반복 횟수에 따른 유전자 발현양을 측정한 것도 큰 기여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기존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MAO-A uVNTR과 뇌파 반응성을 연결하였다는 측면에서 독창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기초학부의 1학년 수업에서 필요한 생명과학 실험 지식을 분자생물학, 생리학, 유전학,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재구성하고 이를 개인의 실습활동으로 엮었다는 것이 의의라고 생각한다. 우리 DGIST의 교육이 융복합 교육임을 고려하면, 생리학과 유전학의 연구를 기계와 컴퓨터로 가능케 했다는 점도 하나의 성과이다. 생명과학 전공자가 MATLAB을 배우고, 공학 전공자가 생명과학을 배우는 것이 결코 허망한 것이 아님을 학부생들이 알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연구에 참여한 기초학부생들에게 한마디를 남긴다면?
우리 학생들에게는 백 마디 감사 인사도 부족하다. 긴 시간동안 꾸준히 연구에 참여하고 기여한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 전한다. 세 사람 모두 원하는 전공으로 DGIST 대학원에 진학했으니, 학문적으로 성장하고 큰 학자가 되기를, 건승하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너 자신을 알라’에 참여한 우리 기초학부 학생들 모두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의 DNA를 연구하는 연구자였음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오서주 기자 sjice@dgist.ac.kr
이동현 기자 lee0705119@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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