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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다녀왔습니다, 대학로 921 기후위기비상행동

사회

2019. 10. 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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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혜화역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 열려

4천명 시민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지난 921일 오후 3시 혜화역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가 열렸다. 대조적으로 바로 옆,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종로한복축제가 한창이었고, 줄타기를 구경하는 인파가 가득했다. 한쪽에서는 옛 문화를 즐기고, 다른 쪽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를 외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혜화역 출구 앞 우측도로 300m 거리를 통제하여 진행된 본 집회는, 당일 주최 측에서 4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알렸다.

혜화역 앞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 현장 <사진 = 강민지 기자>

 

모인 사람들은 다음 세 가지 핵심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비상선언을 실시하라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 기구를 구성하라.

집회의 풍경은 다채로웠다. 여러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종교환경회,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등 종교계와 과학계에서도 참여하였고, 외국인의 모습도 보였다. 참여자의 연령대는 한 세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의 모습도 보였다.

 

친환경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 = 강민지 기자>

 

본 행사 전, 집회를 위해 피켓을 만드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일반 집회 피켓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골판지박스를 재활용하여 친환경피켓을 만들고, 단체들이 사용하는 현수막 중에서는 뒷면을 재활용한 것도 보였다.

슬로건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2번 외치고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첫 연설자는 한국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시작을 연, 고등학교 1학년 김도현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였다. 청소년기후변화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변화는 너무 더디고 시선이 참 따갑다고 이야기한다. 본인 인터뷰 기사의 댓글에는 시위 말고 삶에 필요한 활동을 하라’, ‘고등학생 때부터 이러면 싹수가 노랗다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한국의 한 여고생이, 세계적으로 기후행동의 시작을 연 그레타 툰베리()와 겹쳐 보였다.


()세계적 기후행동 시작 역시 청소년에 의해 일어났다. 작년 820, 스웨덴의 청소년 툰베리(2003년생)가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란 팻말을 옆에 두고 1인시위를 한 것이 발단이다.

지구모양 대형풍선을 굴리는 퍼포먼스 현장 <사진 = 강민지 기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볼거리들도 여럿 준비되었다. 본행사 시작 40분 후, 3개의 지구모양 대형풍선을 집회자들의 머리 위로 굴리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모두가 단합하는 시간이었고, 관심을 집중시킨 활동이었다. 또한 집회가 열린 장소가 대학로인 만큼 가수 요조의 공연도 있었다. 1시간 정도의 본 집회가 끝나고, 종로3가를 지나 보신각까지 가는 행진이 있었다. 보신각에 도착한 집회자들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도로에 눕는 다이-(die-in) 퍼포먼스도 보였다.

다양한 나이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며 우리의 행동을 조금씩 바꾸자고 진행한 이번 집회. 집회참여자들이 질서정연하고 매너있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 대중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볼거리가 많았다는 점은 칭찬할만하지만, 기자 개인의 의견으로는 본 집회가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집회 전체가 추구하는 방향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집회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면 충분했을지 몰라도, 각 계층을 대표하여 나온 연설자들의 말의 다름은 혼란스러웠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행동하자는 모두가 동의하는 말이었겠지만, “석탄발전소를 없애자, 문 정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등의 발언은 정치색이 섞이지 않았나 싶다. 이 집회의 핵심요구는 정부가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관련 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지 규탄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웠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는 끝났다. 그렇지만 기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79IBS(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과 안순일 연세대 교수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새로이 개발한 통계 기법을 적용하여,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하면 빙하 유실 확률이 28%까지 증가하고, 4.3도 오르면 확률이 95%까지 증가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미 산업혁명 이후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이미 1도 상승했고, 이제 1도 남았다. 과학자들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의 지구온도 1.5도 상승까지 현재 기준 12년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는 모두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함께 행동할 때가 아닐까.

 

강민지 기자 mangoinjuice@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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