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졸업식의 10초는 짧지만 따뜻하다
- 내년에는 학생, 교직원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받는 자리가 되길
2월은 졸업의 달이다. 2월이면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와 대학이 들썩인다. 졸업생들은 해방감과 기대 그리고 긴장 때문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긴 시간 공부했던 곳에서 떠나 학교생활을 마친다는 왠지 모를 슬픔과,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다는 설렘이 뒤섞인다. 이런 감정은 졸업식 당일 졸업장을 받고 가족, 친구, 스승과 뜨거운 포옹과 악수를 할 때 극대화된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대강당에서 270명의 학생에게 직접 졸업장을 주시며 뜨겁게 안아 주셨던 9명의 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셨던 선생님의 모습에 무뚝뚝했던 친구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단상 위에서의 10초는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잠깐의 포옹과 악수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과 잘 되길 바라는 진심 어린 ‘소망’이 모든 졸업생에게 온전히 전해졌다. 졸업식 진행 시간이 길어졌지만, 매서운 겨울임에도 훈훈한 기류 속에 학교를 나설 수 있었다.
지난 1일(어제), 기초학부의 두 번째 학위수여식과 졸업퍼레이드가 열렸다. 졸업퍼레이드는 유가읍과 현풍읍 관내 중고교 졸업생과 DGIST 졸업생, 교직원이 참여했고, 지역 주민들의 축하 속에 진행되었다. 지역 사회와 화합을 추구하고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드는 것은 참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학위수여식에서 학사과정생과 그 학생들을 가르친 교수들은 퍼레이드만큼 직접적인 참가자가 되지 못했다. 석사, 박사 학위는 1명씩 총장 직무대행과 대학원장이 직접 수여했다. 하지만 학사과정생에게는 대표 2인에게만 총장 직무대행과 융복합대학장이 학위증서를 수여했다. 모든 학사과정생의 이름이 대강당에 울려 퍼지며 학위증서가 수여되었던 작년 1기 졸업과는 달랐다.
나는 단상 옆에서 석사, 박사과정 졸업생들이 단상에서 내려오는 것을 계속 지켜보았다. 정말 환하게 웃는 학생도 있었고, 학위증서를 품 안에 끌어안고 눈물이 가득 찬 채로 내려오는 학생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단상 위에서 졸업증서를 받던 그 10초가 절대로 짧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일들이 뇌리에 스쳐 지나가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졸업한다는 그 기쁨과 설렘, 그리고 아쉬움을 가장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사과정생에게는 그 10초가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 1월 16일에 열린 졸업퍼레이드 설명회에서 대외협력처장과 홍보팀장은 졸업생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퍼레이드에는 졸업생들과 교수님들이 직접 참여하여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2시간의 학위수여식 동안 의자에 앉아있었던 졸업생들과 뒤에 서서 계셨던 교수님들에게 학위수여식은 과연 어떻게 다가왔을까? 진정으로 축하받는 시간 대신 얼굴도 모르는 내빈의 축사를 들어야 했던 졸업생들에게는 오히려 형식적인 학위수여식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멘토 교수님, 친구 그리고 가족과 악수하고 포옹하던 ‘10초’가 진심 어린 졸업 축하일 것이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몇 년간 제자들과 소통하던 교수님과 소중한 학위를 받은 학생들 모두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졸업 문화를 선도하겠다던 DGIST의 졸업식, 졸업생과 교수님이 내년에는 서로 축하해주는 추억을 가져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류태승 기자 nafrog@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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