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현직 기자를 인터뷰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KBS 새노조)는 지난해 9월 4일부터 공영방송 정상화를 목표로 파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은 서울 본사에 한정되어 있다. KBS 강릉방송국에 근무하다가 파업에 참여한 강규엽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디어에 잘 노출되지 않는 파업 기자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 출처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Q. 짤막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KBS 기자 강규엽이다. 2008년 1월 1일자로 입사해서 지금은 KBS 강릉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은 파업 중이지만 이전에는 주로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기사를 담당했다.
Q.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파업의 동기는?
- KBS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은 재원의 상당 부분을 수신료가 차지하기 때문에 공적기능에 충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적기능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9년여 간 과거 정권은 KBS의 공적기능을 억압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파업의 목표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고대영 사장의 퇴진이라고 생각한다.
Q. 개인적으로 공영방송의 목적에 어긋나는 사례를 겪은 적이 있는가.
- 물론 개인적인 경험도 있지만 나보다 그 부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 정치적 논쟁과 맞닿아 있는 기사들에 수뇌부가 개입해 왜곡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실 지역방송국에서는 정치기사라고 해봐야 그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치중립성이 잘 지켜지지만, 본사에서는 그렇지 않다.
본사에서 KBS가 투자한 ‘인천상륙작전’ 이라는 영화를 홍보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기자들은 공영방송의 전파를 KBS의 사익 추구에 낭비하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덧붙여 영화는 당시 정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보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래서 제작 거부에 들어갔으나 관련자들에게는 감봉 징계가 떨어졌다. 최근에는 다시 감봉조치 징계가 무효화되기는 했지만 그런 문제들이 비일비재했다.
지역방송국에서는 과거 정권의 잘못을 들추어내는 뉴스가 생기면 날씨나 지역 축제와 같은 뉴스를 과다하게 생산하게 해서 중요한 뉴스를 후순위로 밀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관해서도 KBS 기자들이 초기에 보도 요청을 했으나 수뇌부에서 뉴스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며 미루다 늦게야 보도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는 다르게 보도에 편향된 잣대를 들이대는 방송국 수뇌부들의 행태가 안타깝다.
Q. 정권의 언론개입의 궁극적 원인이 정치권이 KBS사장을 임명하는 구조에 있다고 생각하나?
- 사실 구조적인 부분보다 개인의 자질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정연주 사장(2003~2008 재임)도 같은 방식으로 신 여권의 많은 지지를 받고 선출이 되었지만, 당시의 KBS에서는 여권 비판도 잘 이루어졌다. 한쪽 정치세력이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되어있는 건 아닐까. 1
Q.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언론 파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우선 미디어 환경의 큰 변화가 있었다. 국민들의 80%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KBS, MBC 뉴스가 안 나간다고 해서 불편을 겪지 않을 것이다. 또, 케이블 채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를 KBS에 의존하는 국민들도 있다. 그런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공영방송이 역할을 해야 한다. 더욱이 KBS는 다른 언론사가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부분까지 다룰 수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 근 9년간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도 이유라고 생각한다. KBS가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은 측면이 있다. 공영방송은 수신료를 받으며 광고 의존도가 낮은 데에서 기인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보도가 가장 큰 장점인데, 수신료의 가치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 아닐까.
Q. 파업 중 개인적인 고충이 있다면?
-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장 역할을 못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럼에도, 가족들도 왜 파업을 하는 지에 대해서 이해하고 응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끝내고 싶다.
Q. 포항 재해 현장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 조합 차원에서 KBS가 국가재난 주관 방송사인데 재난 상황에 방송 인력을 보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복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우리는 다른 언론사에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현 사장 체제에서 파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더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기자들은 부채의식이 있다. 재난상황에 기자로써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합에서도 다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할까 고민했으나 생색내기로 비춰질까 주저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포항 자원봉사센터에 연락하고, 기자가 아닌 개인 신분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봉사하는 사흘 동안 참 많이 느꼈다. 기자들이 으레 던지는 똑같은 질문들에 연이어 답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 분은 대표로 한 명이 와서 질문하고 전파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기도 했다. 상투적인 질문보다는 기자로서 주민들이 미처 못 하는 말을 보도하는 것이 내 일을 잘 살리는 방법이 아닐까.
Q.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공무원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이유는 그만큼 국민들에게 꿋꿋이 봉사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기자도 기사 청탁 등 온갖 유혹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는 의미로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와 안정된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공영방송의 기자들은 수신료의 무게를 견디려면 좀 더 공정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파업을 하면서 금전적인 여유는 없어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하다. 빨리 최선을 다해 KBS가 정상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강휘현 기자 pull0825@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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