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학술문화팀에서 ‘디지스트신문 DNA’와 협업해 ‘DGIST人의 서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DGIST人의 서재’는 DGIST 운영에 기여한 주요 인물들의 추천 도서를 소개, 전시하여 이들의 학문적 영감과 지혜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기획되었다. ‘디지스트신문 DNA’는 이들을 직접 만나 추천 도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리즈 목록
[DGIST人의 서재①] 이건우 총장의 서재 - 교육 철학부터 대학의 미래까지
‘DGIST人의 서재’ 첫 주자는 이건우 총장이다. 이건우 총장의 추천 도서 7권은 4/9(수)부터 두 달간 ▲E1 대학본부 ▲E7 해동창의마루에 전시된다.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
『아버지』 (김정현)
『대학 대변동』 (아서 러빈, 스콧 반 펠트)
『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나는 당신을 만나 감사합니다』 (손욱)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 (잭 웰치)
내 인생의 책 -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Q. ‘내 인생의 책’으로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랜디 포시는 카네기 멜론 대학의 컴퓨터 공학 교수였다. 『마지막 강의』는 저자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진단을 받은 후,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가르친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라는 제목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삶의 끝자락에서도 학생들에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라고 말하는데,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학생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고 ‘나라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다’ 하는 공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선정했다.
Q. 이 책을 읽으면서 삶에 어떤 영향이나 변화가 있었는지?
끝까지 학생들에게 조언하고자 하는 자세가 교수로서 일종의 롤 모델이었다. 과연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으면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과연 그럴 마음의 여유가 생길까? 쉽지 않은 일이겠다고 느꼈고 그런 면에서 저자가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교육자로서의 철학에 큰 영향을 줬다.
내 교육 철학은 ‘학생들을 다 내 자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판단이 쉬워진다. 학생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고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순간 많은 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학생을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판단이 분명해진다. 이것이 교육자로서 가장 단순한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다른 건 없다.
대학의 미래
Q. 총장으로서 대학 운영에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대학 대변동』이라는 책도 그러한 이유로 읽은 것인가?
현재 대부분의 대학은 넓은 캠퍼스에서 3학점 과목들을 15주씩 가르치는 형태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형태의 대학이 미래에도 존재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많다. 학생들이 온라인 과목을 선호하고 학교에서 강의를 듣지 않아도 지식을 습득할 방법이 많아졌다. 대학의 위기이고 실제로도 대학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학의 미래를 보기 위해 이 책을 읽었는데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Q. 『대학 대변동』에서 인상 깊은 점이 있었는가?
대학 캠퍼스의 형태도 바뀔 것이라는 게 기억에 남는다. 미래의 대학은 넓은 캠퍼스 대신 접근성이 좋은 시내에 필요한 분야별로 생길 것이고, 학생들은 이러한 형태의 학교를 평생 드나들며 수업을 받을 것이다. 백석예대가 좋은 예시이다.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백석예대는 캠퍼스가 빌딩들로 이루어져 있다. 실용음악같이 인기 있는 분야들이 모여있고, 학교가 성장하면서 주변 건물들을 매입하여 캠퍼스를 확장하고 있다. 백석예대가 대학이 가야 할 모습 중 한 형태인 것 같다. 옛날에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한다고 하면 클래식과 비교하며 다소 낮춰보는 시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실용음악 아닌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찾아서 해주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걸 앞장서 제공한다는 점에서 백석예대가 하나의 모범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Q. DGIST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대표적으로는 해외 온라인 강의 수강 제도 도입이 있다. DGIST 특성상 교원 수가 적어 제공할 수 있는 과목이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학생들이 수강하고 싶은 온라인 강의를 선택하면 심사 후 수강 비용을 지원하고 학점을 인정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번 학기에만 30여 명이 신청하였다.
항상 아이디어의 부재가 문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쉬운데 뭘 하면 좋을지 항상 고민이다. 지금 경영전문대학원을 만들면서 2년 동안 공학 석사랑 MBA를 같이 받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좀 더 획기적인 것도 고민 중이다.
학생들 또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서 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웃라이어’가 많이 나와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아웃라이어를 쳐낸다. 그게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이다. DGIST에서도 아웃라이어가 많이 배출되면 좋겠다.
간접 경험으로서 책
Q. 책을 읽는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책은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시켜 준다. 내 경우는 『하얀 거탑』 같은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데, 책을 통해 일본 사회와 일본 사람들의 삶을 어느 정도 경험할 수 있어서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일본을 쫓아가는 상태였다. 과거엔 일본을 보면 한국의 미래를 어느 정도 볼 수 있었다.
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버지에게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라는 책은 성공한 CEO인 잭 웰치의 경영 관련 책인데, 읽으면서 ‘내가 CEO를 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Q. DGIST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세대에는 여러 경험을 해본다든지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좌고우면(左顧右眄) 할 적이 없이 무조건 한 길로만 뛰어가고 그 길을 먼저 가는 사람이 성공하는 식이었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과연 내가 걸어온 길이 내가 좋아했던 길이었나’ 라는 회의가 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상황이 다르다.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선택의 폭도 넓다. 사실 그러다 보니 훨씬 더 힘든 면도 있다. 주어진 길만 따라 뛰어가는 게 아니라,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DGIST에서 트랙 변경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유이다. 한 트랙에 들어갔다고 그게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는 거니까.
DGIST는 이공계에 아주 특화된 인재들이 들어오는 학교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들의 인생이 너무 정해진 길로만 가게 될까 봐 걱정이다.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다양한 인생을 겪어보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모든 걸 다 직접 경험해 볼 수는 없지 않나. 그걸 간접 경험시켜 주는 것이 바로 책이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사회를, 다양한 인생을 겪어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배우들은 연기를 통해 다양한 인생을 경험해 본다. 우리 학생들도 책으로 비슷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박재영 기자 jaeyoung21@dgist.ac.kr
오상규 기자 sg549@dgist.ac.kr
'생기부는 미사여구보다 구체적 사실 위주로' 황경철 DGIST 입학사정관이 예비 신입생에게 건네는 조언 (0) | 2025.03.17 |
---|---|
DGIST 학부 출신 교수, 김묘정 동문 인터뷰: DROP 창단멤버에서 연세대 교수까지 (0) | 2025.03.04 |
디지생의 여름방학 22. 연구자의 삶을 살아보다, DURA 이진희 (0) | 2024.12.19 |
디지생의 여름방학 21. 개발자의 삶을 경험해보다, KAIST 몰입캠프 윤우성 (0) | 2024.11.16 |
DGIST 첫 공식 외국인 단체 DISA, 소통을 통해 문화를 잇다 (0) | 2024.06.1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