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지난 속초/고성 산불 발생 이전에 작성되었습니다.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13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2천여 명의 이재민, 직간접 피해액은 약 3323억으로 책정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경주 지진 이후 2번째로 큰 지진이었다. 며칠간 계속된 여진은 많은 이를 공포에 떨게 했고, 아직도 2백여 명이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일 포항지진 정부 조사연구단장은 “포항 지열발전소가 높은 압력으로 주입한 물에 의해 미소지진이 일어났고 이가 누적되어 임계 응력 상태에 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되었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은 인재(人災)였다.
지열발전의 원리는 수 km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포항의 지하 열이 지열발전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포항에 지열발전소가 설치되었지만, 이는 지진의 원인이 되어 돌아왔다. 보통 지열발전소를 지을 때 약 5km 정도의 땅을 깊게 판 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을 반복해 지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는 단층에 응력을 주어 미소 지진, 시간이 지나 본진까지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포항 지진은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지열발전으로 인해 미소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은 관계자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특히나 2013년 9월 한국과학기술 정부연구원(KISTI)은 미래창조과학부에 지열발전에 대해 경고하였으며, 포항 지열 발전 부지의 과거 50년간 지진 발생기록을 검토하고 활성 단층의 유무를 조사할 것과 미소지진의 규모 등을 실시간으로 계측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사업 공사 중, 그리고 물 주입이 이뤄지면서 총 96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는 묵살되었다. 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그들은 지금의 이익만 보고 달렸다.
정치인들은 포항 지진에 대해 ‘포항지진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말을 한다. 그 내용은 포항 이재민, 지진 피해에 대한 국가의 손해 배상과 관련되어 있다. 유발 지진인 만큼, 국가가 나서서 이를 해결할 것이다. 머지않아 포항지진 특별법이 제정될 것이고, 포항 지열발전소의 ‘물빼기’ 작업도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일, 미래를 봐야 한다. 또다시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만반을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안전불감증’ 해소이다. 당장 포항지진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은 여실히 드러난다. 다른 선진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는 2006년 물 주입 중 규모 2.6, 규모 3.4의 지진이 일어나면서 작업을 중지했고, 프로젝트 자체가 완전히 중단하였다.
정밀조사에서 물 주입을 계속할 경우 주변 단층이 자극을 받으면서 최대 규모 4.5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기에 그렇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3차 물 주입 직후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상황에서 물 주입을 중단하고 배수하는 조치를 통해 소규모 지진이 바로 멈췄다는 이유로 약간의 개선만 한 뒤, 4차 물 주입을 강행했다. 또한 지열발전 주관사 넥스지오와 포항시의 업무협약서에는 지진 관리 방안이 아닌 미소 진동 관리 방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대부분의 지열발전으로 인한 지진은 진도 2.0 이하이기 때문에 미소 진동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현재의 성공, 성급함이 안전불감증을 낳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2월 안전공약을 발언하며 “안전규제는 강화하겠습니다. 대구 서문시장, 여수 수산시장 등에서 반복되는 화재는 안전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명무실한 안전점검을 강화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제대로 전진하고 있나. 혹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지 않은가. 5년간 산후조리원 내 질병 감염자 수는 1992명이다. 2014년 88명에 비해 2015년 414명, 그리고 지난해 510명 매년 질병 감염자 수가 감소하지 않고 되려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2019, 최근 5년간 산후조리원 내 감염현황 자료, 보건복지부) 가장 면역력이 약한 산모와 아이를 케어하는 산후조리원에서 로타바이러스,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등이 계속 유행하고 있다. 또한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던 3월 1일부터 7일까지 전체 원격감시 사업장(TMS 사업장, 미세먼지 물질별 배출허용 기준을 지키는지 24시간 원격으로 감시한다. 대개 대형 사업장에 설치된다.) 635개 중 152개 사업장이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일에서 6일에도 여전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철저한 지도,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반복하고 있다. 아직도 여전하다. 한국의 안전불감증은 해소되지 않았고, 우리는 언제든 재난에 무방비해 있다. 안전을 위한 예방대책은 철저해야 하며, 투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또다시 헛된 걸음,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것이다. 또 한 번의 인재를 막기 위해서는 그 걸음이 바른 걸음이 되어 주어야 한다.
임다빈 기자 frankful@dgist.ac.kr
[칼럼] [제74주년 광복절] YES 자유민주 (0) | 2019.08.15 |
---|---|
[오피니언] 길 잃은 자와 지도 (1) | 2019.05.14 |
[오피니언] 샹크스, 싸움의 끝과 시작은 어디인가 (6) | 2019.04.03 |
[오피니언] 혐오의 함정과 기미독립선언문 (1) | 2019.03.01 |
[오피니언] 졸업식의 10초는 짧지만 따뜻하다 (0) | 2019.02.0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