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롯데시네마에서 CGV 방향도보 10분 거리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소극장이 있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이하 DIFF)의 무대이자 서울 외 최초 독립영화전용관, ‘대구 오오극장’이다. 시민과 예술인의 연결고리이자 독립영화의 플랫폼인 이곳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DIFF 예심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 김창완 오오극장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Java와 C++ 프로그래머에게 익숙한 DGIST 학부생들에게 오오극장 영화 프로그래머는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기대가 된다.
김창완 오오극장 프로그래머 <사진 = 류태승 기자>
1년에도 수백개의 단편영화가 제작되지만, 상당수의 단편 영화는 개봉되지 못한다. DIFF처럼 좋은 기회가 있지만, 영화제에서 선보이지 못한 많은 수작을 김 프로그래머가 발굴해 오오극장에 걸어놓는다. 감독의 강한 의도 때문에 개봉이 어려운 작품들을 기획으로 묶어서 영화 애호가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그는 영화제 예심에서 다른 극장에서 안 뽑는 신선한 작품들을 뽑으려고 노력했다. 다른 영화제 심사위원도 좋은 영화를 보는 눈이 비슷하다 보니 겹치지 않게 뽑으려면 힘들지만, 빛을 보지 못하는 영화를 대중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의무감이 그를 오오극장의 프로그래머로 만들었을 것이다.
김 프로그래머는 많은 영화제 출품작들이 여성 인권 문제를 다뤘다고 말했다.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과거에 말하지 못하던 문제들이 독립 영화들을 통해서 표현되고 있다. 또 예전부터 언급이 많이 되었던 정규직, 취업 문제도 꾸준히 다루어지고 있다. 독립, 단편 영화들이 대형 영화들보다 사회 문제를 잘 반영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모래놀이’, ‘신기록’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작품을 마주해온 그에게 기억에 남는 독립영화 한 편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주저하지 않고 ‘소공녀’를 꼽았다. 20대 후반의 여성이 담배와 위스키, 남자친구 때문에 자신의 집을 파괴하는 이야기이다. 정처 없이 친구들의 집을 유랑하는 도중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관을 위해 부동산마저 포기하는 청춘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한국의 현실을 봤다.
“이 영화가 젊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김창완 오오극장 프로그래머 <사진 = 류태승 기자>
‘커뮤니티가 있는 극장’, 오오극장은 대형 극장과 다르게 지역주민과 지역 시민단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극장을 대관해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상영 후에 토론하기도 한다. 그는 “오오극장은 누구나 찾아올 수 있도록 항상 열려있으며 독립영화를 보기 원한다면 언제든지 찾아와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물론, 영화제 기간 외에도 오오극장은 쉼 없이 대구지역 단편영화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등을 선보인다. 끊임없이 개봉작들이 상영되고, 개봉하지 않은 영화들은 별도로 정기 기획전을 열어 상영한다. 개봉이 늦춰진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미리 상영하는 때도 있다고 하니, 눈여겨볼 만하다.
오오극장은 언제나 DGIST 학부생들을 환영한다. 영화 감상뿐만 아니라 직접 제작한 영화를 상영할 의향도 있다. “언제든지 찾아오셔도 좋습니다. 저희는 독립영화 상영에 대한 의무감이 있거든요.” 일 년에 한 번 대구의 독립 영화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학부생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김 프로그래머가 추천한다. 그는 DGIST 학부생들에게 대학생들만의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다양하게 탐구할 학생 시절에 독립 영화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 공감 등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시선의 확장을 위해 독립 영화들을 많이 보면 좋겠다.”
오오극장 상영관 외부 <사진 = 류태승 기자>
강휘현 기자 pull0825@dgist.ac.kr , 이동현 기자 lee0705119@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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