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에는 독립영화시장은 물론 상업영화시장도 발달하지 못했다. 당시 대구독립영화협회는 독립영화시장을 발전시키고자 대구단편영화제(이하 DIFF)를 개최하였다. 영화제가 이어지면서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2015년, 대구∙경북영상협동조합을 만들어 오오극장을 개관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DIFF는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오오극장에서 개최된다. 오오극장, 독립영화를 관찰해보고 DIFF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서성희 DIFF 집행위원장(이하 서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서성희 DIFF 집행위원장 / 뒷 배경은 이번 DIFF에서 상영되는 영화 포스터이다. 영화 포스터는 대구 지역 및 국내외 미술, 디자인 작가들이 작업했다. 각 영화의 고유한 정서와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된 포스터를 작가들이 새로이 그렸다. <사진 = 류태승 기자>
소통, 그리고 성장의 터. ‘오오극장’
대구시내에 위치한 오오극장은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으로, 55석의 작은 영화관이다. 서 위원장은 오오극장이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고, 제작하며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오오극장의 이야기는 프랑스 영화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시네마테크 1도 오오극장(55석)과 비슷하게 50석으로 시작했다. 1930년대 전쟁통에 앙리 랑글루아가 필름을 모아 10대 부랑자들이 매일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나중에 프랑스 영화의 전성기인 ‘누벨바그’를 이끈 주인공으로 성장하게 된다. 서 위원장은 이를 보며 영화학교가 없는 대구∙경북에 이와 비슷한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오극장은 영화를 보여주고, 함께 작업하며, 감독이 되는 과정을 가르치는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 “감독하나가 스태프를 모두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인 한 분이 있으면 다른 모든 사람이 스태프가 되어 서로 돕죠. 오오극장 3층의 독립영화협회 사무실이 허브가 되어 모든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서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요. 서로 배우고, 보면서 자기 시나리오를 써 나가고 스태프를 하면서 어느새 감독이 되는 그런 과정 말이죠.”
특색있는 영화제. 도약하는 영화제. DIFF
국내 유명한 단편영화제 세 개 중 하나가 DIFF이다. DIFF는 그만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바로 특별한 심사방식이다. 감독의 권위, 돈의 권위가 아니라, 모든 감독이 직접 심사에 참여한다. 다시 말해서 907개의 일련의 작품을 모아 6명의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35편이 선정되게 되면, 35명의 영화감독이 모든 영화를 본 뒤, 마치 교황을 뽑듯 한 사람당 한 표를 행사해서 시상하는 방식이다. 그들 사이에서 괜찮은 작품이라고 낙점을 받는다는 것이 엄청난 영광일 것이라고 서 위원장은 말한다. 또한 영화제 상영작 감독들은 영화를 함께 보며 소통하고 교류한다. DIFF가 밤새도록 영화 이야기만 하면서 교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열어 주는 셈이다. 이를 통해 스태프와 교류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이제는 결과로 다가오고 있다. 작년 국내에서 열린 단편영화제는 대구 출신 감독들의 ‘장’이었다.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의 김현정 감독,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의 장병기 감독은 자신만의 특색 있는 작품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제 DIFF가 이를 기반으로 하여 도약을 꿈꾸고 있다. 19회 간의 단편영화제를 통해 참석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단편영화를 잘 찍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듯, 20회부터는 수십, 수백 편의 장편영화를 가져와 독립영화제로의 도약을 바라고 있다. 이는 장편영화 역시도 ‘잘’ 찍을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고 싶은 서 위원장의 바람이다.
독립영화의 매력, 단편영화의 ‘맛’을 음미하다
서 위원장은 독립영화만의 매력에 대해 신선함, 독특함 그리고 현실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상업영화는 일정 틀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많은 자본이 따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이익을 보기 위해 기존 상업영화 줄거리 틀 속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감독만의 색깔로 가장 뜨거운 관심사를 재조명하거나,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개인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흰 도화지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격이다.
하지만 서 위원장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해결하기 힘든 고민이 하나 있다. 특히 단편 영화에 대해. 바로 ‘대중과의 소통’이다.
- “단편 영화는 단편 소설(20~30페이지)만큼의 분량인데, 단편만의 감각적이고 깔끔하게 딱 끝나는데 완벽한 서사는 아니지만, 사람에게 툭 다가오는 ‘맛’이 있어요. 그런 것을 대구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데 일반 시민들은 그 단편의 ‘맛’을 많이 모르셔요. 시민들에 조금 더 다가가 그를 알리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하는데 대중들에게 다가가기는 굉장히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아요. 단편영화 이야기를 하면, ‘그런 것도 있어요?’라 되묻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직도 갈 길이 멀었구나 하면서 기운이 빠지기도 하죠.”
영화는 결국 관객과 스태프, 감독 간의 소통이다. 서 위원장은 셋의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항상 고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제19회 대구 단편영화제는 40분 내외의 단편영화 35편을 선정하여 8월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에 걸쳐 상영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DIFF 홈페이지 (www.diff.kr)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서성희 DIFF 집행위원장 <사진 = 류태승 기자>
임다빈 기자 frankful@dgist.ac.kr, 류태승 기자 nafrog@dgist.ac.kr, 이동현 기자 lee0705119@dgist.ac.kr, 강휘현 기자 pull0825@dgist.ac.kr
본 기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상담경〮력개발센터 리더십프로그램 `명사 인터뷰'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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