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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하는 학교' 학생 인권은 어디에?

사회

2017. 10. 2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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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여름방학, 학부생 A씨는 대학원 인턴십 프로그램(이하 '대학원 인턴')에 지원하여 인턴으로 채용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학원 인턴은 7월 3일부터 8월 11일까지 6주에 체재비 99만 원 지급으로 공지되었으나, 6월 15일부터 출근해야 했다. 8월 초가 되어서야 교수가 대학원 인턴이 아닌 단기 근로 학생으로 채용하였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8월 31일까지라고 안내받았다. A씨는 결국 사표를 내 8월 11일까지만 근로하였다. 정상적인 하계 인턴보다 더 오래 일을 하고도, 세금을 제하고 월 54만 원만 받았다.

#2. 대학원생 B씨는 지도교수 C씨의 랩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애당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연구하면 된다고 들었으나, 실제로는 주 6~7일에 80시간가량 연구해야 했다. 얼마 전에는 논문과 관계없는 또 다른 학생 D씨의 이름을 논문 저자 이름에 넣으라는 부당한 지시도 받았다.


학생 A씨와 B씨의 사례는 먼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다. 디지스트신문 DNA에서 시행한 ‘학생근로처우 실태조사[각주:1]’에 응답한, 근로 경험이 있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이야기이다.

지난 8월, DNA는 DGIST에서 근로 또는 연구를 수행하는 학생 처우를 진단하고자 8일간 ‘학생근로처우 실태조사’를 실시하였고, 이에 학부생(대학원 인턴, 행정 인턴, 근로장학생 등) 응답 44건, 대학원생 응답 51건이었다. 이들에게 ▲급여는 약속한 대로 받았는지 ▲인격적으로 존중받았는지 ▲근로 및 연구 환경이 적합하였는지를 질문하였다. 모든 질문은 KAIST와 이화여대의 대학원생 권리장전에 명시된 항목 중 주요 항목을 선정하여 만들어졌다.


통계 인포그래픽.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제작 = 디지스트신문 DNA >


학부생은 ▲약속한 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였다(8건) ▲교수나 지도자에게서 언어적 폭력이나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4건) ▲약속한 급여를 받지 못했거나 약속을 하지 않았다(3건) ▲교수나 지도자에게서 부적절한 요구를 받았다(1건)고 응답하였다.

대학원생은 ▲약속한 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였다(26건) ▲교수에게서 언어적 폭력이나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15건) ▲약속한 급여를 받지 못했거나 약속을 하지 않았다(13건) ▲교수에게서 부적절한 요구를 받았다(11건) ▲몸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쉬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였다(2건) ▲연구 환경이 위험하다(2건)고 답하였다.


     ◆  약속 없는 근로·연구는 관행

급여나 장학금, 체재비, 지원금 등은 근로의 당연한 보상이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므로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나 근로에 적절한 급여는 고사하고, 설명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대학원 인턴에 참여한 두 학부생은 공지된 금액보다 적은 액수를 지급받았으며, 대학원생 7명은 구체적인 액수를 상의하지 못했고, 3명은 설명조차 들을 수 없었다. 약속을 해도, 자세한 설명 없이 그 금액이 줄거나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학생은 근로자가 아니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책임자가 해당 사실을 교묘히 이용해 약속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아도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이다.


     ◆  교수나 지도자에게서 폭언과 차별, 협박당해도 말 못 해

학생 중 19명이 폭언이나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다. 비속어나 욕을 들었다는 사례, 졸업 학위나 논문으로 협박을 당했다는 사례, 성과 압박으로 주 6~7일 근로를 강제한 사례 등, 그 내용은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교수나 지도자의 권위주의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는 직접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대학원생이나 인턴 경험이 있는 학부생 응답자 중 일부는 본인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염려하여 자세한 서술을 피하였다. 이는 교수나 지도자가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응답자는 ‘연구계에 이 구조가 지속된다면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  근로 시간은 길고, 연구 환경은 위험

응답자가 가장 많이 지적한 사항은 약속한 근로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시에 퇴근하기에는 교수 눈치가 보인다는 의견부터, 추가로 받은 업무나 연구 과제가 과중하여 어쩔 수 없이 초과 근무가 일상이라는 설명이다. 학생이 아프더라도 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한 응답자는 이러한 관습은 을(乙)의 입장에서 개선하기에는 매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하는 환경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연구실과 사무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집중이 어렵다고 하였으며, 연구 자재가 어질러져 있어 쾌적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  해결책으로 ‘甲의 구조 개선과 乙의 노력’ 필요해

이렇듯 학생 근로·연구에 부당한 처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학교 구조 및 제도 문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대학원생의 경우, 학생들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대학원 총학생회 조직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후속 기사에서는, 이번에 지적한 문제를 더 깊게 다루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지 다루고자 한다.


김근우 기자 gnu@dgist.ac.kr



  1. 지난 8월 중순, 8일간 디지스트신문 DNA에서 진행한 ‘학생근로처우 실태조사’는, DGIST 재학 학부생 및 대학원생 전체에 설문을 요청해 총 95명(학부생 44명, 대학원생 51명)이 응답을 완료하였다. 학부생의 경우 근로나 연구를 수행한 학생에 한하여 응답을 요청하였으므로 모집단에 관한 정보는 없어 표본오차와 신뢰수준을 언급할 수 없다. 대학원생의 경우 모집단 수는 494명, 표본오차는 90%, 신뢰수준에서 ±10.9%p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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