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여름방학, 학부생 A씨는 대학원 인턴십 프로그램(이하 '대학원 인턴')에 지원하여 인턴으로 채용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학원 인턴은 7월 3일부터 8월 11일까지 6주에 체재비 99만 원 지급으로 공지되었으나, 6월 15일부터 출근해야 했다. 8월 초가 되어서야 교수가 대학원 인턴이 아닌 단기 근로 학생으로 채용하였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8월 31일까지라고 안내받았다. A씨는 결국 사표를 내 8월 11일까지만 근로하였다. 정상적인 하계 인턴보다 더 오래 일을 하고도, 세금을 제하고 월 54만 원만 받았다.
#2. 대학원생 B씨는 지도교수 C씨의 랩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애당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연구하면 된다고 들었으나, 실제로는 주 6~7일에 80시간가량 연구해야 했다. 얼마 전에는 논문과 관계없는 또 다른 학생 D씨의 이름을 논문 저자 이름에 넣으라는 부당한 지시도 받았다.
학생 A씨와 B씨의 사례는 먼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다. 디지스트신문 DNA에서 시행한 ‘학생근로처우 실태조사’에 응답한, 근로 경험이 있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이야기이다. 1
지난 8월, DNA는 DGIST에서 근로 또는 연구를 수행하는 학생 처우를 진단하고자 8일간 ‘학생근로처우 실태조사’를 실시하였고, 이에 학부생(대학원 인턴, 행정 인턴, 근로장학생 등) 응답 44건, 대학원생 응답 51건이었다. 이들에게 ▲급여는 약속한 대로 받았는지 ▲인격적으로 존중받았는지 ▲근로 및 연구 환경이 적합하였는지를 질문하였다. 모든 질문은 KAIST와 이화여대의 대학원생 권리장전에 명시된 항목 중 주요 항목을 선정하여 만들어졌다.
통계 인포그래픽.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제작 = 디지스트신문 DNA >
학부생은 ▲약속한 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였다(8건) ▲교수나 지도자에게서 언어적 폭력이나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4건) ▲약속한 급여를 받지 못했거나 약속을 하지 않았다(3건) ▲교수나 지도자에게서 부적절한 요구를 받았다(1건)고 응답하였다.
대학원생은 ▲약속한 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였다(26건) ▲교수에게서 언어적 폭력이나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15건) ▲약속한 급여를 받지 못했거나 약속을 하지 않았다(13건) ▲교수에게서 부적절한 요구를 받았다(11건) ▲몸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쉬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였다(2건) ▲연구 환경이 위험하다(2건)고 답하였다.
◆ 약속 없는 근로·연구는 관행
급여나 장학금, 체재비, 지원금 등은 근로의 당연한 보상이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므로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나 근로에 적절한 급여는 고사하고, 설명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대학원 인턴에 참여한 두 학부생은 공지된 금액보다 적은 액수를 지급받았으며, 대학원생 7명은 구체적인 액수를 상의하지 못했고, 3명은 설명조차 들을 수 없었다. 약속을 해도, 자세한 설명 없이 그 금액이 줄거나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학생은 근로자가 아니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책임자가 해당 사실을 교묘히 이용해 약속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아도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이다.
◆ 교수나 지도자에게서 폭언과 차별, 협박당해도 말 못 해
학생 중 19명이 폭언이나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다. 비속어나 욕을 들었다는 사례, 졸업 학위나 논문으로 협박을 당했다는 사례, 성과 압박으로 주 6~7일 근로를 강제한 사례 등, 그 내용은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교수나 지도자의 권위주의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는 직접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대학원생이나 인턴 경험이 있는 학부생 응답자 중 일부는 본인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염려하여 자세한 서술을 피하였다. 이는 교수나 지도자가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응답자는 ‘연구계에 이 구조가 지속된다면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 근로 시간은 길고, 연구 환경은 위험
응답자가 가장 많이 지적한 사항은 약속한 근로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시에 퇴근하기에는 교수 눈치가 보인다는 의견부터, 추가로 받은 업무나 연구 과제가 과중하여 어쩔 수 없이 초과 근무가 일상이라는 설명이다. 학생이 아프더라도 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한 응답자는 이러한 관습은 을(乙)의 입장에서 개선하기에는 매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하는 환경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연구실과 사무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집중이 어렵다고 하였으며, 연구 자재가 어질러져 있어 쾌적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 해결책으로 ‘甲의 구조 개선과 乙의 노력’ 필요해
이렇듯 학생 근로·연구에 부당한 처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학교 구조 및 제도 문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대학원생의 경우, 학생들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대학원 총학생회 조직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후속 기사에서는, 이번에 지적한 문제를 더 깊게 다루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지 다루고자 한다.
김근우 기자 gnu@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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