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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호] (칼럼) 노력을 배신하는 기초학부 1기 성적 평가

오피니언

2017. 4. 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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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주

본 오피니언은 작년 2016년도에 특별호 발행시 출판될 에세이였으나, 특별호가 발행되지 않게 되면서 후원(크라우드펀딩) 시작으로부터 약 10개월만에 온라인으로 발행되었습니다. 특별호 미발행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공지를 확인바랍니다.

학부생의 노력은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가

DGIST 1기 학생들의 평점은 노력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 1기 학생들은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다섯 시간이 채 안 된다. 엄청난 양의 수업과 과제를 쫓아가려면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이런 생활을 버티고 또 버텼다. 노력한 대가가 정당하게 주어졌다면 자랑스럽게 여길 시간이었다. 하지만 1기 학생들의 평균 평점은 3.0이 안 된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정보를 통해 15개 서울 상위권 대학과 3개 과학기술원(DGIST 제외)의 졸업 백분율을 집계한 결과, 졸업 백분율이 가장 짠 대학교는 중앙대학교로, 전체 졸업자 가운데 A학점 이상의 점수를 받는 학생의 비율은 안성캠퍼스의 경우 29.2%, 서울캠퍼스의 경우 34.5%였고, 학점이 짜기로 유명한 서강대학교가 38.2%로 그 뒤를 이었다. 조사된 과기원 중 가장 학점이 짠 곳은 GIST로, 40.5%의 학생이 A 학점 이상을 받고 졸업해 네 번째로 학점이 짠 대학으로 조사되었다. 절대평가제로 운영되는 DGIST는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학점이 가장 짜다.

학점이 낮은 것은 학부생이 태만하기 때문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DGIST 학부생 1기 학생 15명을 대상으로 일주일 강의 수강 시간, 과제 소요시간, 학업 소요 시간, 여가 시간, 수면시간을 인터넷 설문조사 방식으로 조사하였다. 공통필수 과목으로만 구성되어 총 강의 수강 시간이 동일했던 1기 학부생의 2014학년도 1학기 강의 수강 시간은 27시간이었다. 2학기 강의 수강 시간은 32시간이었으며, 2015학년에는 학생 대부분이 24시간 이상의 강의를 수강하였고, 그나마 시간표에 여유가 생긴 3학년에 와서도 강의 수강 시간이 24간이 넘는 학생이 35%가 넘는다. 21시간 이상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비율은 70% 이상이었다.

과제를 수행하는데 들이는 시간은 90% 이상이 16시간을 넘는다고 답했다. 그중 20%의 학생은 32시간 이상을 과제 작성에 쏟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과제 외에 자기 주도 학습에 투자하는 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의 분포가 넓었다. 과제에 쏟는 시간이 많은 학생의 경우 자기 주도 학습에 쏟는 시간이 부족했고, 과제에 시간을 덜 쓰는 학생일수록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해 쏟는 시간이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1기 학부생들이 학업에 쏟는 전체 시간은 일주일에 60시간 이상이었다. 2015년 11월에 OECD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한국인 취업자의 1인당 평균 근무시간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길다. 이 근무 시간은 주당 평균 40시간이다. DGIST 1기 학부생은 이보다도 20시간 이상을 학업에 쏟고 있다. 또한, 이들의 60% 이상은 여가시간이 일주일에 12시간도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86%의 학생들은 하루 평균 수면시간을 6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시험 기간의 새벽 4시, DGIST 비슬빌리지 학생생활관 로비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1기 학부생들은 입학 당시 교수님들께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을 바꾸는 학교가 되어보자고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한다. 실제로 2015년 교육부와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에서 발표한 4년제 일반대학 176개교의 성적 평가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 10명 중 9명이 B학점 이상을 받았고, 특히 서울대 등 8개 대학의 재학생 절반 이상이 A학점을 받았다. 이렇게 현재 대학가에 만연한, 학점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고, 교육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을 바꾸어 보자는 교수님들의 사명감에 학생들은 공감했다. 때문에 낮은 평점을 보며 자신감이 떨어질 때에도,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기를 권하신 교수님들의 말씀을 떠올리며 다시 공부했다. 하지만 알려진 2기 학부생의 학점 평균은 3.3으로, 1기 학부생의 평점 평균과 두 그레이드 가량 크게 차이 나고 있었다.

1기 학부생 중 한 명이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위와 같은 글을 올렸다. 당시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선 해당학생의 글 뿐만 아니라 다른 1기 학부생들이 프로그래밍에 대해 적은 글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1기와 2기 학부생들의 이러한 차이는 이제 막 시작하여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학교 시스템이 수정되고 개선된 결과로 여겨진다. 단적인 예가 프로그래밍 과목이다. 1기 학부생은 한 학기 동안 C와 Java를 모두 배워야 했으며, 요구 받았던 3개의 실습 과제는 자신들의 배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가장 1기들의 애환 어린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50등까지의 학생 중 한 명과 그 외의 두 명이 한 조를 이루어 수행하여야 했던 세 번째 실습일 것이다. 세 번째 실습 제출 마감 전날 밤, 전교생은 밤을 새우며 코딩을 했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코딩하는 50인과 미안한 100인’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그들은 평균 C0라는 처참한 학점을 받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기와 함께 재수강하는 1기로부터 프로그래밍 과목이 1년 사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듣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의 시스템이 나아지고 개선되는 것은 기쁜 일이고, 1기에게도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1기 학부생의 마음속에는 억울함도 자리잡는다. 잘못은 학교의 부족한 교육 시스템이 저질렀는데, 왜 책임은 열심히 공부한 1기가 져야 하는가?

더군다나 요즘 학부생들은 자대 대학원에서 학점이 3.0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받지 않기로 했다는 소문을 종종 접한다. 방학마다 모집하는 각종 인턴십에서 학점 3.0이 되지 않는 학생들을 받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며 심증은 굳어가고 있다. DGIST 1기 학부생들의 의심과 불안은 두려움과 울분으로 바뀌고 있다.

DGIST의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기숙사 독서실은 새벽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아침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로비에서 잠을 청하는 학생들도 많다. 다들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뿐이다. 노력한 만큼 꿈을 이룰 수 있게 해달라는 것. 하지만 학교에서 경험하는 현실은 두려움의 연속이다. 학교에선 학점에 신경 쓰지 말고 진짜 공부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DGIST 학생은 자신의 역량과 상관없이 자대 대학원에도 진학하지 못할 수 있다. 학점보다 실력을 키우는데 열중했던 학부생이 참담한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자대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학생이 학교 밖 어디에 이름을 내밀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DGIST의 평가 제도는 학생들에게 절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졸업 이후의 진로 선택에서도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1기 학부생들이 이런 절망감을 떨쳐내고, 지금껏 그래 왔듯이 열심히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도움이 필요하다. 1기 학부생들은 높은 학점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진정 원하는 것은 노력에 값 하는 성적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 개선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원하는 해결방안이자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낮은 학점을 높일 수 있도록 재수강 학점을 현행 B+ 제한선에서 완화하고, 재수강을 하기에 좀 더 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재수강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학점은 B+이다. 재수강을 통해 성적을 높이고자 해도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당장 이수 해야하는 과목의 부담을 늘려가면서까지 재수강을 선택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또한 현행 수강신청 원칙에 따르면, 지난 학기의 학점 평균이 3.7 이상이 되지 않으면 수강신청 때 특정 학점 이상을 수강할 수 없다. 그런데 DGIST는 졸업을 위한 전체 이수 학점이 높아 기본 이수 학점이 크기 때문에, 지난 학점이 3.7을 넘지 못한 학생은 재수강을 계획하기가 무척 힘들다. 따라서 재수강 학점을 완화하고, 계절학기 등의 방법을 통해 필수 선택과목에 대해서도 재수강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학생들의 두 번째 기를 보장해줘야 한다.

DGIST는 아직 고칠 것이 많은 학교다. 부족한 제도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고칠 점을 더 좋게 고칠 수 있다면, 이 학교는 어느 학교보다 희망적인 교육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학부생들은 DGIST가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박문정 객원기자  moonjeong94@dgist.ac.kr,  장하림 객원기자  bbjhl0926@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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