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UGRP 학술 기사 주제는 '상대 쥐의 경험에 따른 social buffering 차이'이다. 최한경 교수의 지도 하에 ▲남동우 ▲서휘 ▲이지민 ▲이지예 학생 4명이 본 연구에 참여해 2023 UGRP 우수과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본 UGRP 연구팀의 핵심 키워드는 사회적 완충(social buffering)이다. 사회적 완충은 사회적 동물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같은 종의 동물이 함께 있을 때 스트레스가 더 빨리 완화됨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사람이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 곁에 있을 때 정신적 회복이 더 빠른 경우를 사회적 완충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완충이 인간뿐만 아니라 쥐에서도 나타남은 선행 연구에서 알려진 사실이다. UGRP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완충 효과를 받는 쥐(이하 수혜 쥐)와 그 곁에 있는 쥐(이하 상대 쥐)가 있을 때 상대 쥐의 상태에 따라 사회적 완충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연구팀은 상대 쥐가 수혜 쥐를 만나기 전에 겪은 경험에 따라 ▲긍정 그룹 ▲부정 그룹 ▲중립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했으며, 수혜 쥐의 스트레스 완화 정도를 측정했다. 추가로, 수혜 쥐의 뇌 활성 부위를 분석하여 사회적 완충에 관여하는 뇌 부위를 밝히고자 했다.
연구팀은 수혜 쥐의 스트레스 반응을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 측정과 행동 실험으로 분석했다. 또한, 수혜 쥐와 상대 쥐 사이의 행동적 상호작용을 영상 분석을 통해 정량화했다. 마지막으로, 수혜 쥐의 뇌를 적출하여 동결 절편으로 만든 뒤 C-Fos 면역 염색[i]을 시행하여 활성 뇌 부위를 확인했다.
디지스트신문 DNA는 연구팀 학생 전원을 만났다.
Q. 팀 소개 및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서휘: 우리 팀은 ‘뇌과학이지예’이다. 연구 주제인 뇌과학을 강조하고, 대구 출신이자 팀의 핵심 인원인 이지혜 학생의 이름을 빌렸다. 뇌과학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팀이다. FGLP를 기점으로 팀이 결성되었고 22년 9월부터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여 23년에 UGRP 연구를 진행했다.
Q. 연구 주제를 선정한 과정이 궁금하다.
이지예: 팀을 결성한 이후 모두의 공통 관심사인 뇌과학, 그리고 마우스 모델[ii]과 관련된 주제를 4개월에 걸쳐 찾았다. 그동안 많은 논문을 찾아봤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나면서 주제를 좁히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찾은 주제가 사회적 완충이었다. 사회적 완충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현상이고, UGRP를 통해 발전시킬 여지가 있는 주제라고 고려해서 선정했다.
Q. 주제 선정 이후 연구 설계는 어떻게 했는가?
남동우: Nature neuroscience 등의 관련 저널에서 사회적 완충에 관한 논문을 굉장히 많이 찾아보았다. 찾은 논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 측정 ▲행동 모델 실험 ▲전기생리학적 실험으로 쥐의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였다. 우리는 그중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와 행동 모델 실험을 중심으로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의 큰 틀이 정해지고 약 한 달간 지도 교수님, 대학원 선배들과 미팅하며 세부적인 실험 설계를 완성했다. 그러고 UGRP 예산 집행이 시작된 23년 3월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이지예: 학부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팀원이 있다면, 소속된 연구실의 주제를 이어받아서 UGRP가 시작되는 사례가 있다. 이 경우 UGRP 예산 집행보다 더 일찍 연구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팀은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주제를 선정했기 때문에 예산 집행 이후 실험을 시작한 게 최선이었다.
이지민: 원래는 상대 쥐의 기분에 따라서 사회적 완충의 정도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기분’이라는 걸 객관적으로 정의하기 힘들어서 상대 쥐가 격은 ‘경험’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중립적인 지로 실험을 설계했다. 긍정적인 쥐는 초콜릿을 먹은 쥐, 중립적인 쥐는 그냥 케이지에 있던 쥐, 부정적인 쥐는 스트레스를 받은 쥐이다.
Q. 연구 결과는 만족스러운가?
서휘: 사회적 완충이라는 현상은 선행 논문에서 잘 증명된 사실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실험 설계에서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다행히도 실험 결과에서 사회적 완충이 유의미할 정도로 나타나서 만족스러웠다. 뇌 영역 관련해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서 만족스럽다. 하지만 확인한 표본의 수가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긴 하다.
이지민: 다만 상대 쥐의 경험에 따른 사회적 완충의 차이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아서 상당히 아쉬웠다. 사회적 완충이라는 현상 자제는 상대 쥐의 경험과 무관하게 상대 쥐의 존재만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실험 결과를 해석하였다. 인간으로 이 연구 결과를 확장하면, 사람들 간의 특별한 행동이나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사회적 완충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Q. 많은 실험을 하였는데, 각 실험에 어떻게 시간을 분배했나?
이지예: 처음 계획을 짤 때는 3~4월에 실험 세팅 및 예비 실험 진행, 5~9월에 본 실험 진행, 9월 이후부터 실험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작성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연구를 시작하니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실험 조건을 잡고 예비 실험을 진행하는 데에만 한 학기가 소요되었다. 본격적인 실험은 여름방학에 시작하여, 그때부터 보고서에 들어갈 실험 데이터를 얻었다. 9월부터는 데이터 분석, 실험 결과 해석을 하며 보고서 작성을 시작하였다. 분석 중 부족하다고 판단한 데이터를 위해 추가 실험도 진행하였다.
Q. 예산은 어떻게 분배했나?
남동우: 처음에 5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한 Elisa kit 하나가 50에서 60만 원 사이이고, 여러 개를 사용해야 해서 여기에 예산이 좀 들었다. 그리고 뇌 적출을 위해 실험마다 쥐를 희생하다 보니 쥐를 사는 데 큰 비용이 들었다. 동물 실험 이외에도 C-Fos 실험에 쓰이는 재료들에도 예산이 들었지만, 교수님 연구실에서 기본적인 시약을 지원받아서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회의비도 쓰지 않았고, 기숙사비 지원도 거의 받지 않았다.
서휘: 22년에 2학기 UGRP 추가 예산으로 200에서 300만 원이 지원되었다고 알고 있어서, 23년에도 그 정도의 예산 지원을 기대했다. 실제로는 90만 원 정도 받아서 예산 분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지예: 쥐에 들어간 예산을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쥐의 가격은 주차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우리 팀은 가장 기본 쥐인 B6 6주 차를 사용했는데, 그 가격이 마리당 20,8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지민: 쥐의 관리에도 예산이 들어간다. 실험동물 센터에서 쥐를 관리하는 케이지 하나에 하루 관리비 800원이 들어간다. 원래는 한 케이지에 쥐를 최대 4~5마리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주제 특성상 쥐를 한 케이지에 한 마리 혹은 두 마리만 넣어야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예산이 들었다. 특정 구역을 출입할 때 입고 들어가는 옷에 대한 비용도 달마다 인당 2만 원씩 지불해야 했다.
Q. 연구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 있었나?
서휘: 초반 실험 설계가 제일 힘들었다. 원래는 보고서에 올린 실험들 이외에 추가 실험을 계획했으나, 시간상 여유로 하지 못했다. 특히 우리들의 실험은 쥐들의 스트레스가 관건이었기에 실험 세팅부터 까다로웠다. 쥐가 있는 케이지를 들고 실험실로 이동하고, 실험이 끝난 쥐를 채혈하러 부검실로 옮기는 모든 과정이 다 스트레스 원인이 되어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험 외적인 스트레스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케이지를 전날 밤에 실험실로 옮기고, 일주일 동안 싱글 케이징을 하는 등 많은 시도를 해보며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의 기준선을 찾는 데에만 여름학기가 지나갔다. 행동 영상 분석도 힘들었다.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가 많아서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 보느라 다들 피폐해졌던 경험이 있다.
Q. 동물 실험 허가를 얻으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
이지민: 먼저 실험동물센터의 출입 권한을 얻으려면 실험동물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신청은 실험동물센터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출입 권한과는 무관하게, 동물 실험 허가를 얻으려면 동물실험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이하 IACUC)의 승인번호를 얻을 수 있으며, 승인 번호가 있어야 실험동물 구입이 가능하다. IACUC에서 계획서를 보고 동물에게 너무 많은 고통이 가해지거나 필요 이상의 동물을 희생하는 등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한 경우, 실험이 반려될 수 있다. 우리도 한번 반려당해서 계획서를 다시 써서 제출한 적이 있다. 동물 실험 허가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이 작업을 UGRP 초반에 끝내기를 추천한다.
Q. 연구하는 동안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는지?
이지예: 실험을 같이 많이 한 만큼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서 빠르게 친해졌다. 서로의 생일에 매번 같이 보내며 축하해주었다. 부산에서 열린 한국뇌신경과학회(KSBNS)에서 발표를 끝내고 남은 시간에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회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추억이 기억에 남는다.
서휘: 모든 과정을 직접 실험하는 자체가 새롭고 재미있었다. 특히 쥐를 이용한 행동 실험은 대학 생활에서 얻기 힘든 경험인데, 직접 설계하여 실험하고 분석하여 결과까지 도출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이지민: 모두 전날 술을 마시고 숙취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포스터 발표를 했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전원이 연구 내용을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 마칠 수 있었다.
Q. UGRP를 하면서 어떤 배운 점과 느낀 점은 무엇인가?
서휘: 1년 동안 실험을 직접 설계하고 연구를 경험하는 것은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직접 손으로 실험해야 알 수 있는 지식을 터득할 수 있었다. UGRP하는 동안 친구들, 교수님, 랩 대학원생들과 친해지며 얻게 되는 인맥도 좋은 경험의 일환이었다.
남동우: 다양한 실험을 한번 해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길게 할 수 있어 좋았다. 연구하다가 막히거나 잘 안되었을 때, 여러 시도를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함께하는 조원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조원들에게서도 자극을 받고 앞으로 나아갈 기회가 되었다.
이지예: 학부 과정에서는 마우스 실험 참관을 할 수는 있어도 직접 마우스 실험을 해볼 기회는 되게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UGRP에서 마우스로 행동 실험도 해보고, 마우스에서 뇌를 꺼내어 in-vitro[iii] 실험도 해보면서 마우스 실험이 나에게 맞는지, 이것을 진로로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지민: 마우스 행동 실험을 하면서 실험 결과가 직접 마우스의 행동으로 보이는 게 재밌음을 좀 더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행동 실험을 기획하고 쥐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표현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Q. 앞으로 UGRP를 진행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이지예: 최종목표가 같은 사람과 UGRP를 진행하기를 추천한다. 개인이 원하는 최종 목표는 논문 출판부터 학점 취득까지 다양할 수 있다. 주제는 각자 원하는 게 다르더라도 여러 주제를 섞거나 해서 맞춰갈 수는 있지만, 목표하는 바가 다르다면 참여도와 적극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는 갈등으로 이어져 UGRP를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지민: 토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회사에 취직했을 때, UGRP처럼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직급을 가지진 사람끼리 의논할 기회가 많지 않다. 토의할 때 자기 의견을 잘 말하고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팀원들과 함께한다면 좋을 것이다. 여담으로, 우리는 MBTI가 모두 T여서 굉장히 잘 말하고 쉽게 납득하는 팀이었던 것 같다.
남동우: 생물 같은 경우 실험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UGRP를 통해 이론뿐만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부딪혀 보며 성장해 나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이지예: 서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고 있어서 모두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도록, 모두가 같은 일을 공유하는 것이 UGRP를 원활하게 하는 데 중요하다. UGRP팀장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었지만, 팀장이라고 더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역할을 비슷하게 분배하고 웬만한 실험은 다 같이 한다는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다.
Q. UGRP로 동물실험을 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이지예: 동물 실험을 계획하는 팀이라면 1월부터 회의를 시작해도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동물 실험은 시작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동물 실험의 경우 쥐의 생체 주기가 있어서 아침 7시에 사육장의 불을 켜고 저녁 7시에 꺼야 한다. 쥐의 생체 주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실험동물 센터에서는 저녁 7시 이후에 실험할 수 없다. 학기 중 평일에는 동물 실험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꼭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길 바란다.
[i] C-Fos 단백질은 연구자들이 뇌의 특정 영역 활성화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중요한 바이오마커이다.
[ii] 마우스와 래트는 다른 종으로, 둘 다 실험용 쥐로 쓰인다. 본 연구팀은 마우스를 사용하였다.
[iii] 우리 말로 ‘시험관 내 실험’이라고 한다. 실험이 체외에서, 즉 시험관과 같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수행된다는 의미이다. 이 연구에서는 C-Fos 실험을 의미한다.
김신지 기자 sjneuroneurony@dgist.ac.kr
오상규 기자 sg549@dgist.ac.kr
이현규 기자 leehyunkyu@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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