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한 인권토크가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 1층 경하홀II에서 열렸다. 오찬호 사회학자가 초청되어 “일상 속 차별과 혐오의 씨앗을” 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인종 ▲성별 ▲성지향성 ▲계층 ▲학력 ▲장애를 모두 포괄하여 사회 전반에 걸친 혐오와 차별, 그리고 그 씨앗이 되는 아주 평범해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다뤘다. 유튜브 라이브로도 생중계되었으며, 연사의 2시간가량의 강연 후 질의응답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오찬호 학자는 혐오와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이 사회에서 성장했다며, 노골적인 차별과 혐오를 보고 화를 내는 것은 쉽지만, 그것으로 끝내선 안 되고 그 씨앗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씨앗은 그 자체로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곳에서 혐오와 차별이 태어난다. 오찬호 학자는 몇 가지 예시를 들며 이를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 사회는 긍정을 단지 좋은 것으로 포장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긍정을 좋은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 씨앗이 되어 불필요하게 성장하면, 부조리에 대한 당연한 분노를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비난하게 된다. 왜 그렇게 부정적이냐며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의 입을 막고 불이익을 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
모성과 모성애가 당연시되고 과장되고 강조되는 사회는 특정 성별이 돌봄노동을 하는게 적합하다고 여기는 편견과 혐오의 연료가 된다. 모성을 강조하는 사회가 (여성의) 경력단절과 무관할리 없다.
자수성가 이야기는 때때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임에도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자수성가한 사람을 두고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겪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그들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은 탓으로 돌려 차별을 정당화하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
긍정의 힘이나 모성의 힘, 자수성가한 이야기가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사회적 정책과 기조와 정치로 힘을 행사하게 된다면, 그런 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자고 오찬호 학자는 말했다.
씨앗만 보면 그게 무슨 혐오냐고 할 수 있다. 이런 씨앗이 있는 사회에서 자란다고 모두 혐오와 차별을 옹호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씨앗은 혐오와 차별을 자각하기 힘들게 한다. 이런 토대 위에선 자각없이 가해자가 되기 쉽다. 피해자조차 차별을 당연시 여기거나 본인의 탓으로 여겨 그 차별을 더 강화할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이런 씨앗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데, 우리 사회가 이에 많이 둔감하다는 점을 오찬호 학자는 지적했다.
이어서,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의 문제 ▲사회화의 문제 ▲공부와 시험이 도덕과 윤리의 기준이 되는 문제 등 각 사안을 두고 왜 문제가 되는지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설명했다. 불평등과 인권 문제는 (개인이) 불평등에서 벗어나기가 아닌 불평등 전체의 크기를 줄이기를 지향해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오찬호 학자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세상은 분명 나아졌지만,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핑계로 지금의 불평등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 평등한 세상을 위해서 우리는 계속 더 불평등한 세상을 찾아야 한다며, ‘불평등은 어쩔 수 없다’거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지금의 기울어진 인식에선 특히 익숙하지 않은 것에 더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자고 권유했다.
한편, 오찬호 사회학자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2013) ▲『진격의 대학교』 (2016)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2020)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2020) 등을 저술했다. 10년 넘게 여러 대학을 다니며 사회학을 강의하고 있고, ▲JTBC 〈차이나는 클라스〉 ▲tvN 〈어쩌다 어른〉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 방송에도 출연했다.
이동규 기자 kinkigu@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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