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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 상태에 빠진 명예시험, 살려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사회

2019. 11. 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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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본인은 이 시험의 답안을 작성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지 않을 것이며 다른 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온전히 본인의 실력으로 정직하게 임함으로써 DGIST의 명예를 지킬 것을 서약합니다.’

DGIST 학부생이라면 익숙한 문구다. 2014, 첫 학부생을 받으면서 기초학부 교수진은 무감독 시험인 명예시험을 도입했다. 새로 출발하는 배움터에서 기존 대학과 다르게 학부생이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시험을 치르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교수진은 명예시험에 찬성과 우려가 모두 보냈지만, 대체로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에 명예시험이 도입되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나.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명예시험은 부정행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무너졌다. 2017년도 프로그래밍과목 부정행위 적발이 치명적이었다. 부정행위 추적이 힘들어 심증만 있는 다른 시험과 달리, ‘프로그래밍시험에서 IP를 추적해 물증을 잡아냈다. 분노한 학부생 다수가 당시 학부장에게 명예시험 중지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고, 현재는 명예시험이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이렇게 명예시험이 코마 상태에 빠진 가운데 지난 11 12, 기말고사를 한 달 앞두고 명예시험 토론회가 열렸다.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이 토론회는 찬성 측 류태승 학생과 반대 측 김세현 학생의 발표로 시작했다.

찬성 측 류태승 학생은 기존과 같이 교수 주도의 명예시험이 아니라 학생 주도의 명예시험을 치뤄야 한다며 학부생이 스스로 명예시험의 규칙을 세워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명예시험의 단점인 상호감독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교수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를 출제하면 휴대폰 검색으로도 답을 찾아낼 수 없는 것처럼, 시험문제 자체도 명예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측 김세현 학생은 먼저 명예시험이 현재 중단된 이유를 설명하며 명예시험이 공동체의 불신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예시험으로 불안한 명예를 지키는 것 보다 교수처럼 공신력 있는 감독에게 시험 감독의 권위를 부여해서 시스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 주도로 명예시험을 치뤄야 한다는 류태승 학생의 주장에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예시험에 무관심한 학부생이 매우 많다며 실현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찬성 및 반대 측 발표에 이어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명예시험이 실제로 학부생에게 도움이 되는지, 부정행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 명예시험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제시되었다.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은 미미했지만, 토론회 자체는 학생사회의 의견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이 토론회를 기점으로 학부생들의 활발한 의견공유와 논의의 진전을 통해 명예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DGIST  기초학부 시험 답안지. <사진 = 강휘현 기자>

 

 

강휘현 기자 pull0825@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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